[객석]또 하나의 아이콘 키덜트

입력 2012-07-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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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은 삼성증권 홍보팀 주임

며칠 전 쇼핑몰에서 있었던 일이다.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캐릭터인 곰돌이 푸 모양의 초콜릿 장난감이 전시돼 있어 한참을 구경 중이었다. 이때 대여섯살 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귀엽다며 장난감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이런 건 어린 애기들이나 가지고 노는 거야”라며 나를 힐끗 보더니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갑을 막 꺼내려던 손이 민망해진 순간이었다.

바비인형을 가지고 노는 20대 여성, 트랜스포머 등 로봇에 열광하는 30대 남성. 사회에서는 이들을 ‘키덜트족’이라고 부른다. 키덜트란,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아이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키덜트족은 어린 시절에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인형 등에 향수를 간직하며 그것들을 소유하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우리나라 20~30대 직장인의 30%가 본인이 키덜트 족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키덜트족은 날로 각박해져 가는 현대사회의 삶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향유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 한다. 곰돌이 인형과 마주앉아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일을 이야기하거나 내가 원하는 세상을 레고 블럭으로 만들어본다. 또 영화에 나온 영웅캐릭터들이 나를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들의 프라모델에 열광한다. 이들 모두 심리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결과물인 것이다.

키덜트족은 한때 ‘미성숙한 어른’, ‘정신적 퇴행’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강력한 소비주체로 떠오르며 소비재기업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의 니즈를 캐치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키덜트족이 형성하는 시장이 몇 천억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며 매년 관련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어린 시절 추억을 잊지 못하고 그 것에서 새로운 에너지와 행복감을 찾는 키덜트족. 현재 국내에는 성인용 장난감 동호회만 벌써 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키덜트 문화. 철없는 어른들의 소비현상이 아닌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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