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 유통기업의 무덤?]롯데도 신세계도 한국방식 그대로…'이유있는 실패'

입력 2012-06-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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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면치 못한 만리장성 도전기

“‘신(新) 유통영토’ 중국시장을 잡아라.”

국내 유통업계가 중국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외로 유통영역을 확대하려면 유통업체로서 중국은 제 1관문이나 다름없는 시장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시장이 갖고 있는 잠재력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 큰 어려움 없이 시장을 확대했던 국내 유통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는 잇따라 실패의 쓴 잔을 마시고 있다. 롯데, 신세계 등 대표 유통기업 뿐만 아니라 GS샵, CJ오쇼핑 등 홈쇼핑업체들도 시장 안착에 실패하면서 ‘중국은 한국 유통업체들의 무덤’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에 국내 유통업체들은 실패를 인정하면서 다시 한 번 도약을 위해 새 전략 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까르푸, KFC 등의 외국 유통업체들과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화교권 업체들의 전략을 국내 업체들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최근 사업 철수를 결정한 중국 베이징 왕푸징 소재 '롯데인타이백화점'
‘중국시장은 한국 유통업체들의 무덤인가?’

국내 대표 유통업체인 롯데와 신세계를 비롯한 국내 유통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1997년, 롯데는 마트와 백화점이 각각 2007년과 2008년 중국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 오히려 올들어 사업을 철수하거나, 점포를 줄이는 등 사업이 쇠퇴하는 양상이다.

◇롯데-신세계, 中시장서 ‘한발후퇴’= 롯데백화점은 최근 중국 베이징 왕푸징에 있는 ‘롯데인타이백화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2008년 베이징 중국법인을 설립한 후 중국 인타이와 50:50으로 합작해 백화점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합작사와의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의사결정 지연 등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이에 연간 손실액이 2008년 약 170억원에서 지난해엔 28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맨 처음 중국시장 연착륙 목적으로 합작형태를 선택했지만 여러 문제가 대두돼 성공 모델이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현재 인타이와 지분 정리 문제를 논의 중이며, 오는 9월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7곳에 달했던 점포 숫자가 올해 16개로 줄었다. 매출도 지난 2010년 62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800억원으로 줄었다. 2005년 70억원 수준이었던 손실폭도 지난해 약 950억원에 달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시장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라면서 “기존과 다른 변화된 전략으로 다시 접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중국서 고전하는 이유는?= 국내에선 날고 기는 롯데와 신세계가 중국시장에서는 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까?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현지화 실패와 차별화 전략의 부재를 꼽는다.

중국 유통시장은 한국과 달리 총 23개 성(省)별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절강성엔 은태백화점그룹, 강소성엔 금응백화점그룹 등 지역 백화점이 따로 포진해 있다. 한국과 달리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유통시장 생태계 자체가 다른 셈이다.

중국유통연구소 이진환 소장(현 잠뱅이 중국법인 이사)은 “대만, 홍콩 등 화교권 국가들의 유통시장 영향력이 상당해 비화교권 국가들이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선진유통을 자랑하는 일본백화점들도 고전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언급했다.

주로 대도시에 몰린 다국적 기업들의 심화된 경쟁도 한 이유로 꼽힌다. 현재 중국 유통시장은 유럽, 미국, 일본을 비롯해 화교권의 대만, 홍콩, 싱가포르 기업들이 1990년대 초부터 진출했다. 비교적 늦게 중국시장에 진출한 한국 유통업체가 여러 모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유통업체들이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현지화와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데, 지금까진 포장부터 제품진열까지 한국에서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도입한 부분이 있어 현지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롯데와 신세계가 현지화를 위해 중국업체들과 합작형태로 진출했지만, ‘합작이 현지화는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합작은 오히려 국가와 기업의 문화가 달라 갈등을 빚는 등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의 시장 정책 변동성도 한국 유통업체들에게는 골치 아픈 부분이다. 모 유통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해당 지역 개발을 발표해서 점포를 추진했지만, 갑자기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면서 “현지 시장 정책이 너무 불안정해 사업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점 방해 등의 불법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제재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신세계 이마트 텐진 메이쟝점.
◇그래도 中시장 공략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한국 유통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이 소장은 “디스플레이,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약한 중국시장이니 만큼 이런 방향으로 차별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한국업체들이 자랑하는 VIP고객관리 마케팅을 현지 상류층 고객에게 적용하고, 쇼핑지원시설을 보강해 백화점이나 마트가 단순한 상품구매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는 장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쟁포화 상황인 대도시가 아닌 3성급 이하 도시 공략을 우선하는 전략의 전환도 필요하다. ‘레드오션화’된 대도시는 한국 유통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가기엔 틈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과거엔 항저우, 쑤저우 등 대도시급으로 진출을 했었지만, 이제부턴 전략을 바꿔 2, 3성급 소도시로 점포 확대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지금과는 다른 전략으로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백화점 안에 마트, 영화관 등이 함께 들어가는 복합타운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공격적으로 중국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오는 9월 텐진 2호점을, 오는 12월엔 웨이하이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18년까지 해외비중을 현 3%에서 20%까지 늘린다는 비전 하에서 중국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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