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도 상업화]MRI·초음파·내시경…비급여 진료 ‘부르는 게 값’

입력 2012-06-14 08:15 수정 2012-06-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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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돈벌이 된 비급여 진료

#심장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은 A씨(18)는 17일간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퇴원과 함께 A씨에게 청구된 진료비는 총 1380여만원. 이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급여비는 총 진료비의 59% 수준인 822만원이었다. 공단 부담금을 제외하고 A씨가 내야 할 진료비는 총 558만원. 공단 부담금의 20%에 대해 부과되는 법정본인부담금(142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414만원이 비급여 진료비였다. 비급여 진료가 총 진료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선택진료·초음파·MRI 등 국민 부담이 높은 비급여 의료비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한 환자가 병원에서 MRI 검진을 받고 있는 모습.
◇늘어나는 비급여 = A씨의 경우 선택진료비(특진비) 185만원, 검사비 64만원, 상급병실료 16만원 등을 포함해 총 진료비의 30%(416만원)가 비급여 진료에 해당했다.

하지만 난이도가 높은 심장수술의 특성상 선택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다 수술을 전후해 MRI 등 고가의 비급여 검사를 시행하는 현실에서 환자인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없었다.

이처럼 환자들의 비급여 부담이 늘고 있다. 비급여 진료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급여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진료로, 의료제공자의 진료상의 필요에 의해 행해지는 진료다. 이에 대한 비용은 전액 환자가 부담하고 있다. 특진이라 불리는 선택진료와 초음파·MRI 등 고가의 검사장비, 1·2인실 등 상급병실료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건강보험 혜택(보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의료비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5월 말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제도의 한계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의 두 배를 웃돌았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지만 비급여 의료비 증가폭이 더 큰 탓에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09년 64.0%에서 2010년 62.7%로 오히려 하락했다.

비급여 항목의 경우 병원들이 가격결정권을 행사하는데 이들이 진료비를 고무줄처럼 제멋대로 책정하기 때문에 총 진료비 중 환자 부담이 더욱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건강세상네트워크가 발표한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상진단검사와 1·2인실 병실료가 병원에 따라 최대 18.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항목은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양전자단층·컴퓨터단층 동시 촬영검사(PET-CT), 초음파, 상급병실 입원료 등이다. 이러한 항목은 검사목적이나 부위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운영되며 이 경우 병원이 자체적으로 진료비를 정할 수 있다.

병원에 따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1인 병실료이다. 광주 서남대병원이 하루 2만6000원인데 반해 삼성서울병원은 48만원으로 18.5배나 차이가 났다. 척추 MRI는 인천 검단탑병원이 12만원을 받는 반면 건국대병원은 127만7560원으로 10.6배 차이가 났다. 전신 MRI 비용이 가장 비싸게 책정된 곳은 신촌세브란스병원(123만4000원)으로 40만원인 청주한마음재단하나병원 검사료의 3.1배를 받았다.

비급여 진료비가 물가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된 사실도 조사됐다. 2010년과 비교했을 때 병원에 따라 복부 초음파는 5~25%, 1인실 입원료는 1~23%, 2인실은 5~3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용의 인상률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6.4%를 대체로 상회한다”고 지적했다.

◇관리 안 되는 급여비…대책은 =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급여 진료의 분류체계를 마련해 가격편차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비급여 진료를 급여체계에 편입시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앙대 사회복지학 대학원 서태봉 박사는 “대부분의 건강보험 관련 통계자료에는 비급여 진료비 내용이 누락돼 있으며,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한 자료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비급여를 포함한 더욱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건강보험 전체의 진료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액진료비를 수반하는 중증질환의 특성상 62%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의료보장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제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향후 목표치를 재조정해 80% 이상 수준으로 더욱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팀장은 “중증질환의 경우 법정본인부담금은 줄었지만 여전히 비급여는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면서 “높은 의료비를 해결하려면 비급여 문제를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비급여에 대한 분류체계를 만들어 가격편차를 줄이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를 통해 최대한 급여로 편입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더는 의료의 문제를 전문가 영역이라고 버려둬서는 안되며 공급자와 정부 정책 위주의 패러다임 역시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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