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태성 “박유천과의 부산 여행, 많은걸 느끼고 왔어”

입력 2012-06-11 11:16 수정 2012-06-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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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이란 기자)
까무잡잡한 피부에 훤칠한 키, 여기에 최근 종영한 SBS ‘옥탑방 왕세자’ 기운이 남아있어 눈빛마저 서늘하다. 잠시 용태무와 오버랩 됐다. 이도 잠시 인터뷰에 돌입한 순간, 그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훈훈한 미소와 호탕한 웃음을 넘나들며 살얼음 껴 있던 분위기를 부드럽게 녹아냈다. 이는 배우 이태성의 얘기다.

알고 보니 익살스러운 표정부터 재치 있는 입담으로 현장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했단다. 앞서 만난 배우 정유미는 “첫인상에서 각 잡힌 외모에 연예인 포스가 풍겼다. 하지만 촬영 내내 가장 유쾌했던 배우다. ‘옥탑방 왕세자’에서 첫인상과 실제 성격이 가장 많이 상반됐던 배우”라고 그를 설명했을 정도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태성은 정유미의 전언에 소감을 전했다. 두 사람은 ‘옥탑방 왕세자’에서 용태무와 홍세나 역을 각각 맡아 악행을 퍼부으며 박하(한지민) 이각(박유천)과 대척점를 이뤘다.

“웃긴다. 하하. 날 그렇게 생각했구나. 이렇게 듣게 되니 신기한데요? (웃음) 배우들과 처음 만날 때 용태무 캐릭터로 만났기 때문에 좀 딱딱해 보였을 거예요. 드라마 준비 기간이 짧았던 터라 대본 연습도 단 한 번 만 맞추고 촬영에 돌입했거든요. 첫날부터 감독님께 캐릭터 검사를 맡아야 했으니 풀 세팅을 하고 갔었어요. 어두운 색의 슈트 입고, 말없이 감정 몰입만 하고 있으니 첫 인상은 충분히 불편했을 거예요.”

반면 이태성이 바라본 정유미는 어땠을까. 그는 “첫 대본 연습 때 정유미 씨를 만나자마나 5분 후 껴안아야 했어요. 그래서 뭐랄까, 상황이 굉장히 의도적이었지만 다른 배우들보다 훨씬 빨리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됐죠. 지내보니까 정유미 씨는 참 착하고 순수한 배우에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저는 어떠한 특정 사건으로 인해 악역으로 변하는 거였지만, 정유미 씨는 이유 없이 애초부터 악녀였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어요.”

그 역시 용태무라는 캐릭터에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단다. 이태성이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센 역할이었고, 쪽 대본으로 오는 압박감과 부담감은 그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사진=고이란 기자)

“대본을 몸으로 표현한 것 중 가장 셌던 캐릭터에요. 그래서 끝나고 나서도 벗어나기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억지로 끄집어내려 하진 않아요. 자연스럽게 순화되도록 둬요. 작품이 끝난 후 원 상태로 돌려놓는 게 항상 숙제로 남죠. 이번 작품에서는 다양한 표현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멘붕 태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는데요. 대본도 저한테는 불친절했어요. ‘사색 태무’ ‘괴성 지르는 태무’ ‘흔들린다’ 지문이 전부 이뿐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작가 선생님이 순전히 저에게 맡긴 거나 다름없죠. 특히나 말 수 까지 없는 캐릭터다보니 더 노력을 기울였어요. 악한 캐릭터에 항상 인상만 써야 하는데 같은 표정, 같은 감정선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어려웠어요. 이 작품을 통해 감정 수위를 조절하는 법을 익히게 됐어요.”

그는 드라마가 끝난 후 종방연에서 배우들을 비롯해 스태프들과 머리를 맞대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촬영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각자 김밥으로 때울 정도였으니까 술 먹을 시간은 더더욱 없었어요. 종방연 때 모두 밤샘 촬영을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이게 됐는데 정작 회포를 푸는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짧게만 느껴졌어요. 저녁 8시에 모여 11시에 헤어졌으니 단 3시간 소회를 풀어냈죠.”

이에 이태성은 종방연 회식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부산 여행으로 여운을 이어갔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또 한 명의 각별한 친구를 사귀었다. 가수이자 배우 박유천과는 첫 만남부터 느낌이 통했단다. 운명인 듯 대화가 이뤄졌고 몇 년 된 사이처럼 친숙하고 익숙했다. 서로 닮은 점이 너무나 많아 두 사람은 종방 후 여행까지 약속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3박4일 동안 부산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냥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자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온 것 같아요. 조개구이에 소주 한 잔 했는데 유천이가 따라주는 족족 바로 없에 버려서 ‘그동안 박유천이 정말 힘들었구나’ ‘많이 참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안쓰러웠죠.”

또 그는 이번 여행을 통해 자유로움과 책임감 사이의 절제미를 배우고 왔단다. 이태성은 “사람에게 주는 굉장한 해방감을 느끼고 왔어요. 바다에서 제트 스키를 처음 타봤는데 가지 말라는 곳 까지 가봤죠. 어떤 것에도 제어 받지 않고 정말 마음껏 자유를 만끽했어요. ‘여기로 가야 한다’라고 정해진 것도 없고, 하지만 가더라도 돌아가야 할 생각을 하고 가니까 절제된 매력을 배웠어요.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해준 것 같아요.”

이처럼 이태성은 활동적이면서도 인생 자체를 즐기는 성격이다. 그는 “실제 성격은 용태무와 달라요. 진지하지 않아요. 어떤 면에서는 진지한데 평소 지낼 때는 최대한 즐기며 살려고 노력하죠.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청소에요. 에너지 소모가 많으면서 가장 좋은 운동이거든요. 하하. 집이 더러운 것을 정말 싫어해요. 야외 활동하고 집에 들어갔을 때 집안이 산만하면 아무것도 안되더라고요. 항상 깨끗하게 치워놔야 직성이 풀려요. 그렇다고 결벽증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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