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악기, 고가 마케팅 논란

입력 2012-06-08 08:57 수정 2012-06-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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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든 브랜드 피아노가 900만원?

듣보잡 獨브랜드 내세워 ‘고무줄’ 가격

무지한 소비자 속여 피아노 가격 뻥튀기 판매

“세계 명품 5대 피아노 브랜드 ‘스타인웨어’와 동급을 자랑하는 ‘자일러’입니다. ”

삼익악기가 생소한 독일 악기브랜드 ‘자일러’라는 브랜드명을 내걸고 고가로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8일 악기업계에 따르면 업계에서 사실상 잊혀진 독일브랜드를 세계 명품 5대 브랜드라 소개하며 고가에 피아노를 판매하고 있다.

삼익악기는 지난 2008년 독일브랜드 자일러를 약 58억원에 인수한 후 ‘160년 전통 악기업체’로 ‘스타인웨어’ 급의 세계 명품 브렌드라 소개하며 어쿠스틱 피아노 기준 국내 생산품 800만~900만원, 인도네시아 생산품은 700만원 대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공신력 있는 악기잡지 ‘뮤직트레이드’가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08년 매출 기준 전 세계 악기업체 순위에 따르면 자일러는 매출 기준 전체 125위 내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125위였던 SHS 매출 660만달러(약 78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세계 명품 5대 브랜드 중 하나인 스타인웨어는 당시 4600억원을 기록했다.

‘자일러’는 현재 독일브랜드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는 이른바 ‘듣보잡’ 브랜드로 없어진 브랜드나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삼익악기의 마케팅에 대해 악기업계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쟁 악기업체 한 관계자는 “자일러는 독일산 듣보잡 브랜드로 삼익에서 명품 브랜드라 포장해서 거품이 잔뜩 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은 비싸게 팔면 고급 제품인 것으로 인식해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2위 수준 야마하 업라이트 일본생산 피아노보다도 평균 100만~200만원 비싼 건 말이 안된다”며 “소비자들이 악기업계 전체를 불신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삼익악기 매장 직원은 “가격은 인건비와 상관없이 부품에 따라 달라진다”며 “비싼 경우 독일에서 최고급 해머 등 부품을 수입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악기업계 한 전문가는 “악기 생산비 대부분은 인건비가 차지하므로 많은 제조업체들이 중국보다 인건비가 싼 인도네시아에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며 “이를 제외하면 핵심 부품인 해머, 피아노현(줄), 철골프레임 등인데 부품들은 독일 최고급 브랜드부터 저가인 중국 부품까지 대부분 비슷한 수준으로 사용돼 특별히 비싸게 파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또 삼익악기 매장에서는 자일러를 ‘유명 음악가, 유학생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 피아노 전공자들에게는 생소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에서 피아노 전공 석사학위를 받고 유럽에서 연수 경험이 있는 B(31·여)씨는 “자일러라는 브랜드는 처음 들어본다”며 “대부분 전공자들이 주로 알고 있는 독일 유명브랜드는 스타인웨어, 벡스타인, 쉼멜, 브뤼트너 등”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친 현장 덤핑도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자일러 피아노 소비자가는 출고가 대비 2배 이상 받는 격”이라며 “이 같은 비정상적 마진을 내다 보니 현장 할인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제시하는 게 가능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삼익악기 매장에서는 판매가의 20~30%까지 할인가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가 삼익악기 용산아이파크몰 매장에서 피아노를 사겠다고 가격을 문의하자, 정가가 700만원이 넘는 보통급 업라이트 피아노를 500만원에 할인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삼익악기 관계자는 자일러 브랜드와 관련, “세계 5대 명품 브랜드라 공식화한 건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유럽 내에서는 스타인웨이, 벡스타인, 파찌올리, 뵈젠도르퍼와 함께 5대 브랜드로 인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대 명품브랜드라는 증거로 내세울 수 있는 수치는 매번 바뀌어서 주관적인 것으로 본다”며 “이에 수치상 근거를 제시하기는 힘들지만 독일에서 유학한 국내 1호 마이스터가 자일러는 독일 대중화 된 브랜드라 소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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