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재계 라이벌 열전]美 車시장서 경영수업…벼랑의 기아車 구해내

입력 2012-06-04 10:15 수정 2012-06-04 13:4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재계의 다른 3세 경영인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경영의 최일선에서 차근차근 영향권을 넓혀 온 대표적인 후계자다. 끊임없이 시험무대에 올랐고, 그때마다 걸출한 성과도 거뒀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약진 뒤에는 그의 역할이 적지않다. 2006년 ‘현대차와 차별화가 없어 사라질 운명에 처한 차 회사’라는 혹평 속에서 기아차를 살려냈다. 이런 이유로 재계 3세 경영인 중 라이벌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보다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략적 요충지에서 시작한 경영수업=정 부회장의 경영수업은 글로벌 최대 차시장인 미국의 최전방에서 시작됐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샌프란시스코대학 경영대학원에서 비즈니스 마인드와 국제감각을 익혔다.

그는 글로벌 메이저 모터쇼마다 무대에 직접 올라 막힘없는 영어를 구사한다. 그때마다 현대차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강조하곤 한다. 그의 이런 영어실력과 비즈니스 감각은 유학시절에 익혔다.

미국에서 경영대학원을 마친 그는 1999년 현대모비스 미국지사에 몸을 담았다. 최대 시장어서, 그만큼 치열한 경쟁무대인 미국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셈이다.

이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며 영업과 마케팅, 기획업무 등을 두루 익혔다. 그에게 첫 번째 주어진 시험무대가 바로 기아차다.

2005년 정몽구 회장의 특별지시로 그는 기아차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현대차와 차별화하면서, 기아차를 살려야한다는 특명이 주어졌다.

그가 기아차 사령탑에 올랐지만, 고질적인 문제점은 쉬 풀리지 않았다. 현대차와 플랫폼을 통합했지만 시너지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사장 취임 이듬해인 2006년 영업손실은 1253억원에 이르렀다. 개선되긴 했으나 2007년에도 554억원의 손실을 냈다. 2년 연속 영업적자였다.

당시 정의선 사장은 위기해결을 위해 ‘디자인 경영’을 기치로 내걸었다. 세계 3대 디자이너 가운데 하나인 폭스바겐그룹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다. 거액의 연봉을 요구했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이후 중형세단 로체를 중심으로 기아차의 디자인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포르테와 쏘울, K5 등 혁신적인 디자인이 잇따라 모습을 보였다. 조금씩 기아차 만의 색깔도 찾았다. 최대의 약점이었던 디자인은 기아차 최대의 장점으로 변했다.

기아차에서의 업적은 그가 그룹 기획담당 총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 부도 구체화됐다. 현대기아차의 빠른 약진의 시작은 기아차의 선전에서 시작된 셈이다.

◇능력갖춘 3세, 그룹의 구원투수로 등장=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현대제철의 품질부분 부회장 직을 겸임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의선 부회장의 운신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사업은 현대, 기아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자동차·부품·철강´이다. 정 부회장은 이미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에서 사내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그룹의 주요 사업을 모두 영향권에 두게 됐다.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는 완성차 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해 소재산업인 제철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점과 최근 철강시장에 경영 환경악화에 따른 현대제철의 경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또한 자동차산업 수직계열화의 핵심인 소재와 강판쪽 품질분야 보직을 통해 오너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0년 일관제철소 준공 이후 종합제철소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최근 극심한 철강경기 부진으로 첫 번째 시련을 맞았다.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고 마른 수건도 쥐어짜야 할 판국이다.

정 부회장이 어려움에 처한 현대제철의 정상화가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숙제다.

◇차량용 반도체, 라이벌이냐 협력자냐=최근 현대차그룹의 반도체 회사 현대오트론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한 임원을 스카우트했다. 삼성전자는 현대오트론과 해당 임원 모두에게 즉각 “삼성에서 습득한 정보를 누출하거나, 무분별한 스카우트를 벌이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이나 현대차그룹 모두 겉으로는 “전장사업을 놓고 두 그룹이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삼성과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등 자동차 전장사업을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루는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차세대 먹거리로 차량용 반도체 등을 주목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도 쇳물에서 반도체까지의 자동차 일괄생산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물론 경쟁 관계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6월 ‘자동차-반도체 상생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고 지난 3년간 차량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해 왔다. 지난 5월부터 현대차 그랜저HG에 시판용으로 판매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AVM)’에 삼성전자가 ‘영상인식 시스템온칩(SoC)’이 탑재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트론은 반도체 설계를 하고 생산은 삼성전자에 위탁을 주는 식으로 양사 간 협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두 그룹 간의 보이지 않는 충돌이 이미 시작된 만큼 전면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이재용 사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사령탑이 돼 치러야 할 전쟁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 휘문고등학교를 거쳐 1991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거 샌프란시코대학의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정 부회장의 인맥은 국내외를 통틀어 격이 없이 두텁다. 다만 완성차 업계나 비즈니스 관계로 인한 인맥보다 인간적인 관계의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향 지휘자 정명훈 씨는 물론 정 씨의 가족과는 해외모터쇼를 직접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정도로 관계가 깊다.

사내 또는 국내 인맥은 고려대학교와 현대모비스로 압축된다. 모비스 미국지사는 그가 처음 현대차그룹에 몸담아 일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밖에 그룹내에선 정주영 명예회장은 물론 정몽구 회장의 비서출신인 글로비스 김경배 대표와 신의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탕탕 후루후루”·“야레야레 못 말리는 아가씨”…나만 킹받는거 아니죠? [요즘, 이거]
  • 변우석 팬미팅·임영웅 콘서트 티켓이 500만 원?…'암표'에 대학교도 골머리 [이슈크래커]
  • 창업·재직자 은행 대출 어렵다면…'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십분청년백서]
  • 서울고법 "최태원, 노소영에 1조3800억원 재산분할"
  • 단독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진흥 직원 절반 '허위출근부' 작성
  • 새 국회 '첫' 어젠다는…저출산·기후위기 [22대 국회 개원]
  • 용산역 역세권에 3.7M 층고…코리빙하우스 ‘에피소드 용산 241’ 가보니[르포]
  • 육군 훈련병 사망…군, 얼차려 시킨 간부 심리상담 中
  • 오늘의 상승종목

  • 05.3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976,000
    • -0.18%
    • 이더리움
    • 5,179,000
    • -1.86%
    • 비트코인 캐시
    • 646,000
    • -0.46%
    • 리플
    • 720
    • -1.1%
    • 솔라나
    • 229,800
    • -2.05%
    • 에이다
    • 624
    • -1.89%
    • 이오스
    • 1,105
    • -2.21%
    • 트론
    • 154
    • -0.65%
    • 스텔라루멘
    • 147
    • -1.34%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500
    • -1.33%
    • 체인링크
    • 25,420
    • +1.32%
    • 샌드박스
    • 603
    • -4.4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