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대출사기 ‘속수무책’

입력 2012-05-02 11:02 수정 2012-05-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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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건수 1년새 5배…방통위·금융위 ‘뒷짐’

최근 대포폰을 이용한 대출사기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관리·감독에 총체적인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포폰 대출사기의 원천차단을 위해 관계법령 제·개정이 시급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 국회는 뒷짐만 지고 있고 대포폰과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위는 방통위만 바라볼 뿐 제 목소리를 못내고 있다.

2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대포폰을 이용한 대출사기규모(금액기준)는 지난 2010년 9억7900만원에서 지난해 32억7100만원으로 1년새 세 배나 증가했다. 피해건수는 더욱 심각해 같은 기간 463건에서 2357건으로 다섯 배로 급증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대출사기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대부분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금융권이나 등록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대출사기로 인한 그들의 정신적·물리적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출사기피해 ‘사전방지’에 초점 맞춰야= 현재 정부는 국무총리실 주재로‘불법사금융 척결 대책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매주 피해사례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이 피해구제와 같은 사후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사전방지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스팸대응팀 김영직 책임연구원은 “대포폰의 개통단계부터 유통, 이용자 단속까지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대포폰 불법이용 단속을 주도하는 국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포폰 대출사기 근절을 위한 대포폰 전화번호 사용정지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쇄물과 인터넷 게시판에 실린 불법 대부광고 전화번호 이용정지하는 방안을 방통위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통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포폰 피해예방을 위한 방안마련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관련법령인 ‘전기통신사업법’의 소관부처인 방통위가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의 성공정착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대포폰 대출사기에 대한 제도개선노력은 후순위로 밀린 상황이다. 다만 방통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스팸문자 전송자가 기존 규제를 피해 통신사를 옮겨 다니며 광고를 전송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이통사간 악성 스패머 정보공유’를 올해 안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업계도 기본권 침해의 우려를 주장하면서 대부업계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양석승 대부금융협회장은 “개별 이동통신사에서 한 사람의 명의로 3개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대포폰이 9개까지 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부협회는 대포폰 확산방지를 위해 이에 대한 개선을 이동통신사에 요청했지만 통신업계는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족의 경우 한 사람이 다수의 번호를 개통,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가계통신비 절감에 유리할 수 있다”며 “대포폰 유통방지를 위한 협회의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입법기관도 직무유기= 국회도 직무유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관련법률의 제·개정은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지난해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발의한 ‘이동통신기기의 부정이용 방지에 관한 법률(안)’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법률안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이동통신 계약체결시 본인확인 및 3년간 기록 보존을 의무화하고 이용자 본인의 변경이 있는 경우 배우자·직계존비속·법정대리인 등에게 양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동통신업자의 승낙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강 의원은 “대포통장, 대포차의 경우 전자금융거래법과 자동차관리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현재 대포폰의 경우 거래규제에 대한 법적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18대 국회 잔여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국회의 기능이 마비돼 관련법률은 일단 폐기된 후 19대 국회에서 재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19대 국회가 개원되더라도 상임위원회 구성과 이후 곧바로 다가올 국정감사, 연말 대선 등 커다란 정치적 이벤트 등을 고려할 때 관련법령의 제·개정 속도는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강기정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 관련법률 제정에 대한 추진력을 상실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위로를 삼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해당 법률안이 통과되면 대포폰 확산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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