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감정노동, 웃음 뒤의 고통을 아시나요

입력 2012-04-26 08:45 수정 2012-04-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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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어도 가슴은 울고 있다

#판매나 서비스업 종사자가 늘어나고, 고객 만족이 기업생존의 화두가 되면서 ‘감정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감정 노동이란 직업상 다른 사람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늘 웃는 얼굴과 경쾌한 몸짓으로 행동하는 행위를 말한다.

고객을 중시하는 직종에 근무하는 직업군은 개인의 감정보다 고객의 감정을 특히나 더 존중해야 하는데 이들을 ‘감정 노동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정 노동자의 성별 분포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경제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함에 따라 여기에 종사하는 여성노동 인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저임금·비정규직인 업종에 종사하고 있고, 대부분 감정 노동을 요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웃으면서 나이 어린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제공.
◇감정노동자 종사자 여성 월등히 많아=최근 우리나라 직종별 남녀비율조사에 따르면 ‘관리자’의 경우 남성이 90%, 여성이 10% 내외이며, ‘서비스직’ 중 ‘경찰소방/보안관련직’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직에서의 여성 숫자는 남성보다 월등히 많다.

이른바 ‘감정노동’(emotional labor) 또는 ‘정서적 노동’(affective labor)의 실제적인 주체가 여성이 된 셈이다. 감정 노동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처리하는 직종일수록, 고객과 접촉 빈도가 높은 직업일수록 강도가 높다. 예컨대 손님을 직접 대면하는 창구업무 종사자, 영업직, 서비스직 등이 감정소모가 필요한 직종이다.

특히 매장 판매노동자, 항공사 승무원, 콜센터 상담원 등과 같은 서비스업종에서 감정노동이 많다. 서비스업종에서의 노동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가사노동과 성격이 유사해 대부분의 기업이나 사회는 여성들을 서비스 산업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여성 실업자 50만 시대’라며 정책적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여성에게 맡겨져 왔던 생활세계를 새로운 경제구조로 흡수해 내야 한다는, 즉 여성들이 돌봄·가사·감정노동 등의 영역이 우선대상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현재도 저임금이자 비정규직이 많은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상당수 인력은 여성이다. 감정노동 일자리를 더 늘리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여성들은 자신의 감정을 팔아 임금소득으로 취하고 있고, 기업이나 고객이 여성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비인격적인 대우와 차별로 이들의 감정노동 여건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강도 높은 감정노동 요구=간호사의 경우 3교대 업무의 전문성과 강한 체력으로 과도한 업무량을 수행, 보수적인 의사와의 수직적 관계유지, 환자에게는 무한친절(민원창구역할)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스튜어디스의 경우 기내 밖 지상에서도 화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등 신체에 대한 통제가 심하며 시종일관 미소를 띄어야 하는 감정노동도 강요되고 있다.

은행(금융권), 철도공사 등의 여직원들에게는 항목별 모니터링이 있어 외모뿐 아니라 말하는 법, 인사하는 법이 규격화 돼 강제는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제 아닌 강제성을 갖고 있다. 식당종업원의 경우 비인격적인 대우와 폭언, 성희롱이 아무렇지도 않게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누구도 이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실질적 보상은 더더욱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어딜 가나 친절한 서비스 직원을 추천하게끔 하여 감정노동을 더욱 강화시키는 곳도 많아졌다. 서비스기업들의 특성(무한 친절)이 고스란히 응축돼 여성노동자에게 점점 더 강도 높은 감정노동과 서비스영역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관련업종사자(3177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관련 요인을 분석해 본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노동에 취약하고, 학력사업체 규모직무 형태 등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상대적 저평가=감정노동의 영역에서 여성들이 월등히 많은 수로 배치되어 있지만 이와 유사하거나 같은 업무를 하는 남성들 보다 일에 대해서는 저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에게는 명확하게 제기되어 있는 업무 매뉴얼 외에도 다른 요구, 즉 감정적인 부분까지 충족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적(이성)영역의 반대인 ‘사적(감정) 영역’과 같은 이분법 구도 속에서 감정은 여성적인 것이라는 도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같은 감정노동을 한다 해도 남성보다 여성의 감정노동이 더욱 힘든 것이다.

‘감성적’인 것이 여성의 특성이라고 보며 그렇기 때문에 감정소모가 필요한 노동은 당연히 여성에게 어울린다고 치부한다. 이는 감성적이지 못한 여성에게는 폭력과도 같다.

여성의 감정노동에 대한 가치 평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감정 노동은 가시화되지 않기 때문에 감정 소모, 관리, 통제를 요구하는 업무에 있어서 노동능력으로 평가되기가 어렵다. 따라서 그 가치와 평가 인정이 시급하다.

/출처=경기여성웹진 우리(WoORI) By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정리=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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