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인사이드]세종시 이전 '기러기공무원', 안 갈수도 없고 끙끙대기만

입력 2012-04-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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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제비 몰려온다는데…

세종시 이전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공무원들은 모이기만 하면 이사 걱정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마련부터 자녀교육까지 낯선 세종시에서의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밥을 먹으면서, 술을 한잔 기울이면서 동료들과 나누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지 못한 미래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타지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외로움에 대한 걱정 탓일까. 최근에는 전국 ‘꽃뱀’과 ‘제비’들이 세종시에 집결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남자 공무원은 꽃뱀이, 여자 공무원은 제비가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 유혹하려고 벼르고 있다는 것.

한 공무원은 “세종시로 막 이주하면 상가 등 주변에 별다른 시설이 없고, 혼자 외롭게 생활하면 아무래도 유혹에 흔들리기 쉬울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예전 서울서 대전청사로 이주한 공무원들이 당시 꽃뱀과 제비들의 집중 타깃이 됐고 일부는 실제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번 꽃뱀에게 걸리면 합의금이 최소 3000만원이라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된다.

심지어 오는 9월 제일 먼저 내려가는 국무총리실에서 향후 공직기강 차원에서 공무원들에게 꽃뱀 사기를 주의하라는 ‘꽃뱀주의보’를 내릴 예정이라는 얘기가 일파만파 퍼지기도 했다.

이에 총리실 관계자는 “꽃뱀주의보를 내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공무원들이 꽃뱀에게 속을 정도로 어설프지 않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사적인 자리에서 꽃뱀 얘기는 세종시 얘기할 때면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공무원들이 술자리에서 재미 삼아 하는 농담이라지만 이들의 현재 처지와 두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는 기우(杞憂)가 아니다. 1998년 대전 둔산동으로 이전한 관세청·조달청 등 대전청사 인근 지역이나 관광특구인 유성지역 유흥업계에서는 당시 공무원들을 유혹하는 꽃뱀들이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명예를 중시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꽃뱀이나 제비들과의 일이 언론이나 외부로 알려지게 되면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

공무원법상으로도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에 위반되는 행동으로 성폭력, 그밖에 성폭행, 성희롱, 음주운전 등이 언급돼 있다. 처벌규정이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지만 사안의 경중과 고의성 여부에 따라 최고 중징계, 파면, 해임까지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불명예는 물론이거니와 공무원 직종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금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녹(祿)을 먹는 이상 나라의 명(命)을 거역할 수 없는 공무원들의 공직생활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편 세종시에는 오는 9월 1일 총리실 일부 직원들의 이전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16개 중앙부처와 20개 산하기관 공무원 1만4000명이 입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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