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하경제]재산 감추고 호화생활…뛰는 징세당국, 나는 탈세범

입력 2012-03-2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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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살 찌우는 탈세

▲탈세는 재정지출의 감소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화감까지 조성해 정부 정책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은 국세청 전경.(사진=노진환 기자)
# 사채업자 김씨는 종합소득세 등을 체납해 명단공개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납부 의사가 없다. 주거지가 불분명한 체납자 김씨과 동거가족의 생활실태를 밀착 감시한 결과, 자녀는 해외유학 중이었고 김씨는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등 호화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김씨의 소득 발생처 추적 결과 부동산 투자개발회사인 A법인에 대한 미회수 투자금이 있음이 밝혀낸 국세청은 압류·추심했으나, A법인이 김씨의 폭언과 협박으로 추심에 불응했다. 이에 국세청은 압류금 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고 A법인의 채권을 가압류해 15억원의 국세채권을 확보했다.

#2.체납자 이씨는 4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양도하고도 양도소득세를 체납했다. 이씨는 이후에도 여전히 고급빌라에 거주하고 고급승용차를 운행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그러나 부동산 양도대금에 대한 금융거래 추적 결과, 양도대금이 체납자 이씨의 배우자인 김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특수관계법인 A에 수표로 입금됐고, 법인 A는 이를 배우자 김씨로부터 차입한 것으로 장부에 계상했다. 해당 사실을 밝힌 국세청은 부동산 양도대금을 은닉한 행위에 대해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해 15억원의 국세채권을 확보하고, 체납자와 배우자를 체납처분면탈범으로 고발했다.

지하경제의 대표적 유형이라 할 수 있는 탈세는 직접적으로 세수 감소를 초래해 재정지출의 감소를 불가피하게 한다. 변호사, 회계사 등 일부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의 탈세 사례는 재정지출의 감소뿐 아니라 사회적 위화감까지 조성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소득재분배적 요소가 있는 사회보험의 재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정부는 지하경제 축소를 위해 금융실명제의 전면적 실시와 신용카드 사용액의 소득 공제, 현금영수증제도 도입 등 노력을 기울였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201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30%인 200조원에서 최대 35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탈세 수법 진화=지하경제를 키우는 탈세는 IT산업발전과 금융거래기법 혁신, 국제거래증가 등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 빠르게 고도화·지능화하는 추세다. 탈세의 대표적 사례로는 위장 및 가공거래가 있으며 이로 인해 세원 누락현상이 발생한다. 위장거래는 실제 거래를 하고 거래당사자 등의 거래내용을 허위로 위장해 세금계산서를 교부하는 것이다. 가공거래는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가공거래는 주로 부가가치세의 매입세액을 과다 계상하기 위해 이뤄지는데, 매출영수증을 발행할 목적으로 사업자로 등록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 폐업신고를 함으로써 과세 당국의 추적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무자료거래는 세금계산서를 수수하지 않고 무자료 상품을 거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무자료거래는 주류시장과 의약품시장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들 시장에서의 주요 매출 누락행위는 가짜 주류와 의약품 유통에 의해 발생되고 있다.

여기에 특수관계법인과의 가장거래, 주식 명의신탁 등을 통해 보유재산을 사전에 양도하거나 허위로 선순위 권리를 설정하는 등 지능적 체납자를 비롯해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해외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국적 세탁 등을 이용해 재산을 국외로 불법 유출하는 역외탈세 체납자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 탈세와의 전쟁 선포=이에 국세청은 고의적이고 지능적인 체납 근절을 위해 지난해 ‘첨단탈세방지센터’를 발족했으며 올해 들어선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을 가동했다. 또 일반 세무조사 때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현금거래 정보를 활용하는 등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세청은 그동안 탈루 혐의가 드러난 조세범칙 조사 때만 관련 현금거래 자료를 FIU에 요청할 수 있어 혐의가 불거지지 않은 일반 세무조사 때는 금융자산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2월말 특정금융거래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3월말 개정안이 발효되면, 국세청장은 일반 세무조사 때도 조세범칙 혐의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된 특정 금융거래 정보에 대해서 FIU 원장에게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가 있는 2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 정보를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세무조사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간 접근이 제한됐던 ‘지하경제’ 흐름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2~2010년 국세청이 입수한 FIU의 혐의거래보고(STR) 1만1274건 가운데 ‘탈세혐의 없음’은 1278건(11.3%), ‘과세자료 활용’은 9996건(88.7%)에 달해 FIU가 제공하는 정보는 세원추적에 유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FIU의 정보를 적절히 활용하면 과세를 회피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부분이다.

◇탈세 억제로 부족, 대안 찾아야=다만 일각에서는 국세청의 탈세 억제로는 부족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하경제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세금인상, 규제증가, 정부지출 증가, 실업 등으로 보고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투기적 경제활동 근절, 사금융시장의 양지화 및 관리감독 강화,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 비도덕적 행동 양식 근절 교육 등을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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