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18년 염원 ’글로벌 금융 협동조합’향해 출발

입력 2012-02-29 09:10 수정 2012-02-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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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구조 개편 ‘새로운 농협’출발 D-2-금융지주·경제지주 분리…제5위 금융 공룡그룹 탄생

D-2. 농협이 새 옷으로 갈아입기까지 남은 날이다. 다음 달 2일 농협은 중앙회 아래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두는 사업구조개편을 실시한다. 이전까지는 중앙회가 신용업무부터 유통까지 모든 일을 도맡았다.

이번 사업구조개편은 농협법 개정안이 의결된 지 1년 만이다. 농협개혁위원회가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분리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출한 뒤로는 2년5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18년 만에 성과이기도 하다. 금융지주를 떼내야 한다는 논의가 처음 제기된 것이 지난 1994년이었다. 농협인들이 이번 개편을 성공하기 위해 목숨 걸다 시피하고 있다.

◇13개 자회사 둔 경제지주·7개 자회사 둔 금융지주로 재편=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농협중앙회 본사는 이삿짐을 싸느라 부산했다. 사업구조개편을 앞두고 은행 관련 부서들이 신관으로 이사를 갔다. 농협관계자들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라고 말할 법도 했다.

사업구조 개편으로 자산규모 240조원의 금융그룹이 탄생한다. 금융지주에는 농협은행, NH생명보험, NH손해보험, NH투자선물 등 7개의 금융 관련 자회사가 편재된다.

농협금융은 자산 규모로는 우리금융(395조원), 하나금융(387조원), KB금융(372조원), 신한금융(332조원)에 이은 5위에 오른다. 그러나 지점수로는 다른 금융기관들을 압도한다. 농협은행의 지점수는 1172개로 1위를 지켜왔던 국민은행(1162개)을 10개로 차이로 뛰어넘었다.

NH생명보험도 농협은행 못지 않다. NH생명보험의 자산규모 32조원의 업계 4위에 위치한다. 생보사 ‘빅3(삼성·대한·교보생명)’ 바로 다음이다. 더욱이 NH생명보험의 영업망도 촘촘하다. NH생명은 단위 조합의 방카슈랑스 규제를 5년간 유예받았다. 4400여개 조합 어디에서나 방카슈랑스를 판매할 수 있다.

금융권이 농협금융지주 출범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농협은 3단계 발전전략을 세우고 오는 2020년까지 금융부문을 총자산 420조원, 순이익 3조8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1.6%의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경제지주는 농협마트, 농협물류,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등 13개의 자회사를 밑에 둔다. 경제지주는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기로 했다. 당초 2017년에 계획돼 있던 사업구조 개편이 앞당겨 졌기 때문이다. 경제지주는 중앙회가 맡고 있는 유통·판매사업은 2015년까지, 나머지 자재와 생활물자 사업은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맡을 예정이다.

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중앙회 보유 자본금 15조2000억원의 39.1%에 달하는 5조9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사업구조개편에 혈세 5조 지원, 지원법 두고는 논란= 이번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에서 국민의 쌈짓돈 5조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공기업 지분 1조원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4조원은 국민연금 등 농협중앙회가 발행하는 농협금융채권을 사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1조원의 현물 출자를 두고는 농협과 정부의 줄다리기가 끝나지 않았다. 농협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유동성이 높은 지분을 출자받길 원한다. 정부는 정책금융공사의 산은, 기은 주식을 출자할 경우 정책금융 기능이 약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도로공사 주식의 현물출자 대상에 포함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 “시장에서 가치 평가도 안 될뿐더러 유동성도 낮아 지원 기능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배당률을 놓고도 말이 많다. 농협은 정책금융공사에 대한 배당률을 1% 이하로 적용하기로 했다. 사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배당률을 낮춘 것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나친 저율 배당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는 찾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농협의 기싸움을 바라보는 농업인의 마음은 편치 않다. 사업구조개편은 본취지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찾자는데 있었다. 최근의 관심이 금융지주에만 쏠렸지만 기본 방향은 달랐다. 농협이 금융사업에만 매몰하지 말고 경제사업을 활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상임대표는 “단계적으로 경제지주가 독립하다 보니 중앙회의 신·경분리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판매농협 체제로 변모시킬지는 아직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의 배만 불리는 사업구조 개편이 될 경우 국민의 세금 5조원은 낭비된다. 정부는 농협의 계약 재배물량을 현재의 10%대에서 50%대로 끌어올리는 것을 최대 과제로 꼽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농산물의 가격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물가에 시름하는 서민뿐 아니라 농민에게도 이익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이 쉽게 달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중앙회의 권위적인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초점이다. 그러나 인사권은 여전히 농협중앙회장에게 몰려있다. 경제지주가 독립적인 경영을 해나가지 못할 경우 경제지주 활성화라는 18년 간의 염원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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