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희망은 있다]“리베이트? 안돼~” 제약영업 변해야 산다

입력 2012-02-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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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달라지는 영업·마케팅

“예전과 같은 방식으론 어림도 없죠. 제약 영업도 이젠 변해야 삽니다.” 정부가 뽑아 든 리베이트 단속의 칼날은 제약업계의 영업 환경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지난 2010년 11월부터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현금제공, 식사·골프접대 등 기존의 영업관행은 법적으로 금지됐다. 얼마 전엔 제약사의 리베이트를 세금감면 대상이 되는 정상적인 사업비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도 나왔다. 리베이트 비용은 판매 부대비용도 아니며 친목을 두텁게 해 원활한 거래를 도모하기 위한 접대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JW중외신약 MR이 태블릿PC를 활용해 의사에게 히알우론산 필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와 일괄약가인하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제약업계가 생존을 위해 리베이트 중심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학술적인 근거를 강조하는 메디컬 마케팅이나 영업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모바일마케팅 등으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영업채널 세분화…모바일마케팅 확산 = 동아제약은 최근 가진 실적발표회를 통해 영업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놨다. 급변하는 제약업계의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관계’중심에서 임상과 학술활동에 집중한 ‘근거’ 중심의 영업을 전개해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동아제약은 ‘채널 세분화’ 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 종합병원-일반병원 2채널에서 종합병원-내과(일반병원)-비내과(일반병원)로 세분화해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즉, 영업사원 한 사람이 모든 제품을 전담하는 의원영업이 내과와 비내과로 구분되는 셈이다.

영업채널 변화로 마케팅 전략도 보다 전문화된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지금까지 영업전략은 의사, 약사들과의 친분쌓기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임상과 학술활동에 집중하며 제품이 효능과 객관적인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으로 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학술마케팅은 상위제약사나 신약 위주의 업체를 중심으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태블릿PC 등을 활용한 모바일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임상 데이터나 학술적인 근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며 업무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잇점에서다.

안국약품은 올해 초 모든 영업직원과 마케팅, 지원부서원 일부에게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을 지급하고 학술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지급된 태블릿PC에는 크게 영업지원, 제품, 업무지원, 교육, 커뮤니케이션, 사이버 휴식공간 등 6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된 ‘모바일 통합지원 시스템(SMART AG)’이 탑재됐다. 특히 ‘제품 디테일’을 통해 제품 e-브로셔, 사진, 디테일 동영상 등을 제공해 최신 제품정보와 학술자료 등을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안국약품은 연내 태플릿PC를 통한 온라인 카드결제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한선수 안국약품 전산팀 팀장은 “e-브로셔나 동영상을 활용하면 듣는 이의 관심도와 집중도가 높아져 제품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영업직원들이 의사소통을 하거나 교육도 받을 수 있어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약국영업부 이범영 사원이 RFID 리더기를 통해 의약품 정보를 읽고 있다.

녹십자는 새해 들어 약 500명의 영업사원들에게 갤럭시탭 8.59 LTE모델을 지급했다. 제약업계에서 대규모 LTE 스마트패드 모델을 도입한 것은 녹십자가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9월 JW중외신약도 영업력 강화를 위해 MR(Medical Representative)에게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을 제공했다. 필수 업무의 실시간 처리는 물론, MR 방문율과 활동 현황 분석 등으로 체계적인 영업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동아제약, 한미약품, 보령제약, 대웅제약 등의 국내 제약사들도 갤럭시탭,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를 활용한 영업력 극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RFID 시스템 도입…영업경쟁력↑= 선진화된 유통시스템 도입을 통해 영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한미약품은 영업·마케팅에서도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의약품 생산 및 물류관리 통합시스템’의 도입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제품에 RFID 태그를 부착해 의약품의 생산에서부터 최종 판매 단계까지의 효율적인 이력관리를 실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제품의 수명주기 관리는 물론, 위조의약품 유통을 막아 소비자들은 안전하게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적정 재고관리와 품절 관리를 통한 영업력 강화 효과도 만만찮다. 마케팅 관리 측면에서도 다양한 수요예측이 가능해져 지역·계절·제품별 전략수립으로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다.

실제 한미약품 영업사원들은 이 시스템 도입 이후, 약국 한 곳당 한 시간 남짓 걸리던 의약품 관리 업무를 단 5분만에 완벽히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절약한 시간은 신제품을 소개하고 약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집중할 수 있어 매출도 꾸준히 늘었다는 후문이다.

약국의 만족도도 높다. 의약품 유통 기한과 재고량 등을 영업사원이 실시간으로 알아서 관리해주니 약국경영에 들어가는 품이 많이 줄었다. 한미약품 이범영 MR은 “RFID 도입 이후 의약품 유통 과정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며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더욱 높일 수 있어 영업활동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일동제약도 2년여에 걸쳐 지난해 말 400여개 일반의약품 전 품목에 RFID 태그를 적용했으며 한국콜마, CJ제일제당, 경동제약 등이 RFID 시스템 도입에 동참하고 있다.

◇제약사 ‘감동 마케팅’ 전략= “다른 방도는 없다, 무조건 발로 뛰어 마음을 움직여라!”요즘 제약업계 영업직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워진 영업환경에‘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제약사들은 영업 관행으로 여겨지던 판촉비마저 지원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제약사들은 영업사원 개개인의 역량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는 분위기다.

발로 뛰는 영업을 강조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번 갈 것을 두번가고, 두번 갈 것을 세번가서 의사들의 마음을 움직여보라는 것이다. 생일이나 기념일 등을 챙겨 선물을 준비한다던지, 식사 대신 커피나 간식거리를 챙겨 방문하는 것은 영업사원들에게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됐다.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쓰지 않고 감성적으로 접근해 반응을 이끌어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국내 제약사의 한 영업 책임자는 “영업사원들을 위해 회사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줄어들다 보니 품목교육을 강화하거나 감동마케팅을 통해 의사들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의사들이 쌍벌제 단속을 염두해 제약 영업사원들의 방문 자체를 꺼리는 상황에선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이다. 의사들과 친분을 이용한 영업만으로는 제대로 효과를 기대하기에도 미지수다. 특히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여전히 실적 달성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밀어넣기 영업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한 중견제약사 영업사원이 영업 실적부진에 따른 압박으로 자살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던져줬다. 영업사원 개개인에 대한 실적 의존도와 그들이 받는 업무 스트레스의 수준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복제약)을 주로 생산·판매하는 대다수 제약사의 경우 효능이나 효과가 비슷해 제품에 대한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어려워 학술마케팅 등 새로운 영업기법의 적용조차 힘들 것”이라며 “일괄 약가인하에 대비해 영업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영업전략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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