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집 있어도 고충…대학생은 집 못구해 '발동동'

입력 2012-02-13 11:01 수정 2012-02-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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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대학생은 싼 방 찾아 원거리로…치솟는 전월세·얼어붙은 시장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가는 방을 구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 중이다. 휴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학생이 하숙, 원룸 벽보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임영무 기자 darkroom519@)

#1.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는데 매월 140여만원씩 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강모(43)씨의 푸념이다. 강씨는 지난 2007년 초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를 4억9000여만원에 분양 받았다. 2억원을 대출받아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 초기에는 매월 이자로 80여만원을 갚았지만 요즘은 원금 때문에 상환액이 140여만원으로 늘었다.

#2. “전세로 사는데 월세를 내는 기분입니다.” 3년 전 경기도 부천에서 전세로 살던 유모(35)씨는 지난해 5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오른 전세금을 내기 위해서였는데 유씨는 전세자금 대출로 4000만원을, 1000만원은 마이너스(-) 대출을 받았다. 유씨는 매월 23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

#3.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2만원을 내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서울 신림동에서 생활하는 직장인 초년생 최모(29)씨는 “월 실수령이 170만원 정도”라며 “월세에 각종 세금을 내면서 전혀 돈을 모으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소연했다.

#4. 지난 11일 신촌의 한 공인 중개사. 서울소재 사립대 추가합격 통보를 받고 급히 방을 구하러 온 예비대학생 정승일(20·남) 군은 “방이 비싸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함께 온 정 군의 아버지는 “자녀 교육을 위한 거라 어쩔 수 없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에게 너무 불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4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전월세 가격과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여파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 하락과 거래가 안돼 집을 팔아 금융부채를 정리하거나 신규 분양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집없는 서민들은 전세값이 9년이래 가장 많이 오르고 월세도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더 싼 곳을 찾아 외곽으로 향하는등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같은 전월세 인상으로 대학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개강을 보름여 앞둔 대학가는 치솟은 월세 가격으로 인해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이래저래 서민들의 시름만 점점 깊어지고 있다.

◇치솟는 전월세에 얼어붙은 시장 = 서민들의 집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 하락과 거래가 안돼 집을 팔아 금융부채를 정리하거나 신규 분양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집없는 서민들은 전세값이 9년이래 가장 많이 올르고 월세도 15년만도 최고치를 기록해 재계약을 포기한 채 더 싼 곳을 찾아 외곽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과도한 대출로 집을 구입했다 결국 경매에 붙여진 가구들은 낮은 낙찰가에 경매 이후도 금융부채 때문에 빚독촉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13일 국토해양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2008~2009년 최고치를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수도권은 2008년 7월 이후 6.9% 하락했고 서울지역도 2009년 9월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6.7% 떨어졌다. 집값 하락에 과도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하우스 푸어들의 가계 부실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집값 하락에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국가통계포털의 매매거래동향을 보면 지난해말 전국 매매거래지수가 7.8로서 전년동월(16.9)보다 9.1p가 떨어졌다.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 정책에도 시장은 점점 얼어붙고 있다.

집없는 서민들의 시름은 더 깊다.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최근 2년 사이 22%나 올랐다. 특히 서울지역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도로 옮겼지만‘풍선효과’로 수도권 전셋값도 급등했다.

결국 전세 살던 서민들이 월세로 옮겨가고 있지만 지난해 월세값도 평균 2.6% 상승했다. 1996년에 3%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더군다나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이 79.7%로 1년4개월 만에 80% 아래로 떨어졌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도 76.75%로서 2010년 9월 이후 가낭 낮은 기록이다. 경매로 나온 아파트를 감정가보다 20% 이상 싼 가격에 낙찰이 된다는 의미로 빚 독촉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되고 있다.

◇대학가는 방구하기 전쟁 중 = 개강을 보름여 앞두고 ‘대학가 방 구하기 전쟁’이 절정에 치달았다. 전세대란 여파로 월세 가격이 치솟고 수요는 급증한 탓에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월세 방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에 이른 것. 아직까지 방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환경이 열악한 고시원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월세가 대부분인 대학가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몰려있는 신촌 일대 원룸(7~8평)의 경우 평균 월세 가격이 50~60만원선이다.

고려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등이 몰려있는 성북구 일대의 경우 최소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원, 보증금 500만원에 45만원은 줘야 한다. 중앙대와 숭실대가 인접한 상도동은 보증금 500만원에 45~50만원선이며 월세가 평균 2.0% 오른 강남의 교대 인근은 60~80만원으로 타 대학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를 나타냈다.

상도동 ㄱ부동산 중개업자 A씨는 “최소 월 45만원선이고 반지하 같은 곳도 40만원은 한다”며 “최근에는 월세 보증금을 조금 내리는 대신 월세를 올리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월세 상승은 전세금 부담을 못 이긴 가계가 월세로 옮겨감에 따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전세 가격이 꺾이지 않는 한 이같은 경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얼마 전 월세 상승에 못 이겨 학교에서 15km 떨어진 경기지역으로 이사했다는 대학원생 박준영(30)씨는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은 특히 월세로 밀려난 서민들과의 월세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더 약자에 속한다”며 “그나마 대학생을 위한 전용 주거공간이 기숙사지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LH공사가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을 운영하지만 크게 물량 자체가 너무 적어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제공되는 물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해 평균 2.45대 1의 경쟁률을 뚫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집주인들도 월세로 내놔도 잘 나가는데 굳이 전세로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이문동의 공인중개사 조모(55)씨는 “집은 1인 가구 기준 전용면적 40m² 이하, 지원 보증금 최대 7000만원, 부채비율 90% 이하여야 하는데 이런 집이 대학가에 있겠느냐”며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알고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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