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수주에 수익 뚝…조선업계 '더블딥' 악몽

입력 2012-02-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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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물량 잇단 취소…작년 영업익 20%대↓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조선업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인도 연기, 수주 취소뿐만 아니라 수주 규모 자체가 감소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황이 재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해운 시황 침체가 장기화되고 유럽발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조선업계 고위관계자의 우려섞인 목소리다. 최근 돈줄이 막힌 해외 선주사들이 건조 계약을 백지화하거나 인도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자, 2008년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패턴의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위기 여파로 선가가 급락한 2009년 이후에 저가로 수주한 물량들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매출규모가 각각 11.7%와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6.7%, 20%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후판, 형강 등 기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원가부담이 가중된 점도 악재로 꼽힌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계약이 취소되거나 인도일이 연장된 선박과 해양설비 물량은 27척에 달한다. 계약금액으로만 약 2조6500억원의 규모다. 문제는 이들 물량이 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 수주한 선박들로 수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당시 선가는 현재보다 30% 가량 높은 수준에 거래됐다.

실제로 국내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고에서 2008년 수주한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으로 계약 취소 및 인도 연장이 계속될 경우 자금운용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선박 수주가 줄면서 조선업의 대출금 연체율은 두달 새 세 배나 치솟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선주 측에서 선수금을 치르지 못해 2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벌크선 계약을 해지했고, 드릴십 1척의 인도시점을 연기했다. 삼성중공업도 유럽 선사인 유로나브가 발주한 수에즈막스 탱커 4척 중 3척의 인도 시기를 미루고 1척의 계약을 해지했다. STX조선해양은 VLCC 6척과 벌크선 4척의 인도일을 연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취소사태를 2008년 리먼 사태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금융위기 전 수주한 벌크선과 탱커선 물량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여파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내 빅3를 제외한 나머지 조선업체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한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지난해부터 상선보다 해양 플랜트 등에 집중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벌크선, 유조선 등 상선 위주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중소 조선사와 조선 기자재 업체는 직격탄이 불가피 하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정 위기로 돈줄이 마른 유럽 선주들이 발주를 줄이면서 수주 감소는 물론 발주 취소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선사들은 건조 대금의 20%를 선수금으로 받은 후 인도까지 4~5번에 걸쳐 건조 대금을 나눠 받고 있어 인도 시기를 늦추면 그만큼 돈 들어오는 시기가 뒤로 밀리는 것이므로 매출,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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