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실패한 경제정책]허울좋은 '보급률 100%'…서민들 내집마련 꿈은 감감

입력 2012-01-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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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주택 <하>주택공급정책-공급위주 정책으로 시장왜곡…막무가내 개발 '뉴타운의 비극'

‘이토록 많고 많은 집들 중에 정작 내 집 하나가 없다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도시 곳곳에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촌을 바라보며 이런 푸렴한번 지어본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매매시세 기준 3.3㎡당 1000만원 이하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내집 장만 희망은 멀고 먼 꿈이 돼 버린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집 있는 사람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집값 거품 논란이 일면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자 거래시장이 냉각됐고, 집주인들의 자금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등에서 최고점 대비 1억원 이상 가격이 빠진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임대시장은 또 어떤가. 서울에서 한 가족이 거주할 만한 아파트 전셋값이 2억원을 넘어버렸는가 하면, 수일간 발품을 팔지않으면 그마저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수년간 엄청난 양의 주택공급이 이뤄졌음에도 최근 주택 매매·임대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주변에 집 없는 사람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무의미한 주택보급률 100% 돌파 =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과정 속에서 본격적으로 주택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당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절대적인 공급량 부족에 있었다.

이에 정부는 1980년대 초 주택공급 500만호 계획에 이어 1980년대 말의 주택공급 200만호 계획 등 공급 확대 정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르러 주택보급률이 상승하기 시작해 1995년에는 86%, 2000년에는 96%를 기록했고, 2010년 주택보급률은 101.9%에 달한다.

그러나 주택보급률은 숫자에 불과할 뿐 국민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에는 절대적인 주택 부족난을 비롯 금리와 금융 불안 등 시장 외적요인이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주택보급률 110%가 넘는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주택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공급이 늘어난다고 주택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주택보급률 지표는 생활패턴 변화나 가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주택수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평균 가구 규모는 1960년에는 5.7명, 1990년에는 3.81명이었다. 1995년에는 3.34명, 2000년에는 3.1명으로 줄었다. 2020년에는 2.7명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핵가족화 및 1~2인가구 증가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한 것이다.

지역적 불균형이 여전한 것도 문제다. 정작 주택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수도권(99%)과 서울(97%)의 경우 100%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반면, 경북(108.7%) 등 지방은 집이 남아도는 형국이다.

◇ 공급자→수요자 중심으로의 과도기 =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항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급자 중심 시장을 형성해왔다.

주택 부족으로 인한 가격 폭등을 주기적으로 경험했고, 정부 정책 역시 단기간에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공급 촉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신도시 및 대규모 택지개발, 뉴타운 정책 등은 모두 이런 성격을 띄고 추진됐다.

이는 시장을 공급자 위주로 왜곡시킨 측면이 강하다. 일례로 주택공급 촉진을 위해 정부가 행하고 있는 선분양 제도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기형적 제도로 지적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선분양 제도를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확보를 강제하려는 의도와 함께 가격 폭등을 규제하려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더욱 왜곡시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수도권 집중 억제와 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들은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펼쳐온 저금리·개발정책, 투기억제대책들간에는 상호 모순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시장원리를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를 남발해왔음에도 집값 버블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주택시장은 이제까지의 양적 공급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주택보급률이 얼마인가보다 앞으로 가구분할을 고려할 때 어느 곳에 얼마의 주택이 필요한가를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 개발욕망이 빚어낸 참극 ‘뉴타운’ = 무차별적인 주택 공급 정책이 가져온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뉴타운’을 꼽을 수 있다.

뉴타운은 ‘서울특별시 지역균형발전 지원에 관한 조례’를 기초로 시작된 사업으로 기존의 재개발·재건축사업 등에서는 학교나 공원 등 기반시설을 확보하기 힘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사업형태다.

문제는 뉴타운 사업이 점차 정치권 포퓰리즘 공약과 맞물리면서, 굳이 재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지역에까지 막무가내로 강행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타운은 집값 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전월세 대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국가자원 낭비, 원주민 주거불안 등을 부추기는 원흉으로 지적받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뉴타운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갈려 각자의 주장을 외쳐대고 있고, 그러는 사이 대다수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갈등의 주원인은 다름 아닌 이익다툼에 있다.

조합 집행부의 불투명한 사업추진과 비리가 불거지면서 소송에 걸린 사업장, 집값 상승은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금이 증가하자 뉴타운 해제를 외치는 사업장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시 역시 뉴타운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출구전략에 돌입했지만, 이미 추진위 설립단계 이상 진행된 사업장이 많아 제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의 것을 쓸어내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극단적인 도시개발 방식인 뉴타운은 사라져야 한다”며 “부동산 거품과 개발열풍을 부추긴 정치권도 문제거니와, 뉴타운사업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너도나도 사업 추진을 환영한 주민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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