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 '첩첩산중'

입력 2012-01-30 11:22 수정 2012-01-3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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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가진 소유자 달래기엔 역부족

▲박원순 서울시장이 30일 오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新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취임 100일을 앞둔 박원순 서울시장이 향후 뉴타운·재개발사업을 그 동안의 소유자 중심에서 거주자 중심으로, 전면철거 방식에서 공동체·마을 만들기 중심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박 시장이 최근 뉴타운 주민들과 청책 간담회를 갖고 여러 전문가들과 토론을 통해 도출해낸 결과물이다.

시민들의 환호를 받던 서울시 뉴타운 사업은 구역 지정 이후 상당수 사업장들이 크고 작은 송사에 얽히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시 뉴타운 사업은 지난 2002년 10월 18일 은평·길음·왕십리 등 3개 지구를 시범뉴타운으로 지정하면서 닻을 올렸다. 이후 2003월 11월 18일 2차로 한남·노량진 등 12곳을 지정했고, 2005년 12월 16일 시흥·수색 등 10곳을 지정한 데 이어 2007년 창신·숭인지구를 추가 지정했다. 그러나 지정 이후 5~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분양은 커녕 철거·준공을 마친 구역조차 손에 꼽을 정도다.

조합 집행부의 불투명한 사업추진과 비리가 불거지면서 이웃간 갈등이 불거졌는가 하면, 사업이 연기되는 동안 눈덩이처럼 부담금이 불어버린 사업장이 적지 않다. 또 시가 규정한 용적률 및 기부채납 등에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게 된 사업장도 부지기수다.

뉴타운 사업은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규모가 월등히 큰 개발사업인 만큼, 가옥 및 토지주와 조합·세입자·건설업체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갈등이 불가피하다.

주민들만의 힘으로 그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단계별 절차를 추진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사실상 조합의 집행부 또는 건설업체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사업장만 215개에 이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2012년 1월 현재 7년간 지정된 뉴타운·정비구역의 수는 401개 구역이다. 그 이전 7년간(1998~2004년) 지정된 물량의 5.7배, 지난 40년간 지정된 정비구역의 3분의 1 가량이 이 기간 동안 지정된 것이다.

여기에 재개발·재건축 물량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1300개 구역에 달한다. 그 중 434구역이 이미 준공됐고, 866구역이 정비예정구역과 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사업 준비 또는 시행 중에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처럼 많은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지정은 도시관리 차원보다는 주민들의 기대에 편승한 정치적 선심성 공약의 산물로,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고 문제 해결에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 및 시장 관계자들은 시의 출구전략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뉴타운 지정과 해제 사이에서 갈등을 반복하는 동안 지쳐버린 민심이 과연 시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특히 이미 지출되어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 즉 ‘사용비용(=매몰비용)’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이번 대책에서 제시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주민들은 매몰비용의 보상범위와 규모 등에 대해 시의 조례가 구체적으로 개정될 때(8월 예정)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책에서 그 동안 소유자에 비해 철저히 외면 받아온 세입자 및 영세 조합원들의 주거권 보장을 강화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정작 사업의 ‘고-스톱’에 대한 의결권을 지닌 소유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방안은 종전과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부의 협조 여부도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재원 마련에 있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하듯, 시는 정부와 공동으로 소요재원을 분담하고, 다양한 대안 모델을 공동 개발하며 추가 법 개정을 하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진 주체 해산시 보조하는 사용비용을 정부가 일부 분담, 구역지정과 조합인가 요건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신속히 하기 위해 박원순 시장이 직접 정부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의 바람대로 정부의 협조가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서울시와 국토부의 불협화음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그 동안 뉴타운, 재건축·재개발, 리모델링, 전월세 등 주요 주택정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워 왔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서울시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이 온다면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추진위·조합 취소신청 동의요건과 정보제공 요청 동의요건 등에 관련한 조례를 오는 4월까지 개정키로 했다. 또 추진위 승인 취소 시 사용비용 보조에 대해서는 국토부의 도정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 후 8월경 조례로 규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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