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실패한 정책] 집값 하락기에 ’저가 폭탄’까지 투하…부동산 시장만 꽁꽁

입력 2012-01-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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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때 추진 발표…민간 건설사 미분양 사태 속출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잘못된 시기에 시행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동산정책 가운데 ‘보금자리주택’을 들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참여정부 당시 집값 상승이 사회적 이슈가 됐고 2006~2007년에 집값 폭등이 극에 달하면서 서민들이 집값 안정이나 집값 하락을 원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서민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 ‘서민을 위한 주택’을 짓겠다는 명분으로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시작했다. 내집 마련이 어려운 무주택 저소득 가구가 300만에 달한다고 판단한 정부는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를 건설키로 했다. 150만 가구 중 70만 가구는 분양주택으로, 나머지 80만 가구는 국민임대 및 10년 공공임대 등 임대주택으로 공급키로 했다. 이 정책에서 분양주택 공급이 문제였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서민용’ 보금자리주택이 부동산 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문제점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강남 보금자리주택 건설현장.
정부가 서민주거 안정책을 들고 나온 배경은 뛰는 집값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에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서민용’ 보금자리주택은 저렴한 주택공급을 늘리면서 치솟는 집값도 잡겠다는 취지로 추진했다. 취지는 좋았지만 정책의 실행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

◇집값 하락 속 저가 주택 ‘폭탄’ 투하 =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해에 미국에서 대형금융사고가 터졌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2008년 9월 15일 파산한 것. 정부는 리먼 사태가 부동산시장에 끼칠 파급효과를 가볍게 본 것으로 보인다.

리먼 사태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후유증이 발생, 악성 부실자산과 부동산가격이 하락했다. 이때부터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부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 후 4일 뒤인 2008년 9월 19일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적률을 상향하고 녹지율 조정과 공사시공과정 합리화 등으로 기존의 분양가상한제 가격보다 15% 정도 낮은 가격으로 분양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주택 공급 전략을 추진하면서 주택가격 하락과 함께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 공공 vs 민간, ‘치킨게임’ 경쟁 = 민간건설사는 보금자리주택과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이 안 된다.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되면 순식간에 시세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위례신도시 내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3.3㎡에 1083만~1280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아파트 시세의 70% 수준이다. 85㎡ 아파트를 3억2000만원에 구입한다면 1억35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곳의 분양가격이 주변시세의 70% 미만이기 때문에 최초로 주택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10년간 전매제한을 받는다.

전매제한이 있더라도 입지가 좋은 곳은 인기가 높았다. 입지가 좋은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며 주택수요자들은 민간주택을 분양받으려 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수도권 인근에 공급하는 민간건설사의 신규분양아파트 미달사태가 시작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에서 공공기관이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 시장에 뛰어든 게 잘못”이라며 “신규 주택을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서 중견건설사와 경쟁을 한 결과, 건설업계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 시기도 적절하지 못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렴한 분양주택을 내놓아 시장을 더욱 위축시켰다”고 덧붙였다.

◇입지 좋은 보금자리만 ‘인기’ = 보금자리주택 분양주택도 입지에 따라 희비가 교차됐다. 강남권 중심의 보금자리는 인기가 있는 반면, 비강남권 보금자리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를테면 지난 2009년 시범지구로 지정된 서울강남 보금자리주택 전용면적 84㎡형의 분양가는 중간층 기준으로 3억6000만원 안팎이다. 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인근에 있는 가람아파트 전용 85㎡형의 시세가 평균 8억9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반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공급되는 셈이다.

반면 같은 해 지정된 고양원흥 보금자리주택 전용 84㎡형의 분양가는 중간층 기준으로 2억6000만원대였다. 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인근에 있는 벽산아파트 전용 85㎡형의 시세는 올 12월말 현재 2억5250만원대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비강남권은 보금자리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실제로 고양원흥 보금자리주택은 지난해 9월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입주자모집을 한 후 청약률이 저조해 지난해 11월에 무순위 청약접수까지 실시했다.

◇ 사전예약제 실효성 의문 = 고양원흥 보금자리주택 본청약에서 사전예약자 당첨자 2명 중 1명이 본청약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전예약 적격 당첨자 1850명을 대상을 본청약을 받았으나 894명(48.3%)만 본청약을 했다.

LH는 신규 일반공급 물량 1333가구에 사전예약 당첨자 포기분 956가구를 포함해 2289가구의 신규 청약을 받았다. 본 청약률이 떨어진 이유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들어서는 보금자리주택의 전매제한 기간과 거주요건 때문이다. 즉 5년간 거주하고 7~10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전예약제의 타이밍도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사전예약제는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지금은 가격 하락기이기 때문이다.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단지는 본청약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소장은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시세보다 싸게 사전예약을 받고 있지만 주변 가격 하락으로 주변시세와 가격이 똑같아지면 본청약을 회피하게 된다”며 “사전예약제는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될 때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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