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낙수경제론vs분수경제론

입력 2011-12-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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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의원

‘낙수경제론’이라는 말이 있다. 대기업과 부자가 먼저 잘살게 되면 그 혜택이 아래로 떨어져 서민·중산층도 잘 살게 된다는 주장이다. 주장과는 달리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낙수경제론에 입각하여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부자 중심적인 정책에 역점을 두어왔던 현 정부의 경제성적표를 보면 그 사실은 분명해진다.

예를 들어 현 정부 들어 경제성장, 설비투자, 경상수지, 재정수지 등과 같이 올라가야 좋은 경제지표들은 모두 내려갔고, 반대로 물가, 소득불평등, 국가채무, 가계부채 등 내려가야 좋은 지표들은 모두 올라가 버렸다. 결국 낙수경제론의 본질은 “1%의 강자는 더욱 강하게, 99%의 약자는 더욱 의존적으로” 만드는 경제였다.

‘분수경제론’은 보수정권의 ‘낙수경제론’에 반대하는 경제론이다. 성장의 원천을 위가 아닌 아래에서 찾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99%의 서민·중산층을 잘 살게 하여 그 힘이 분수처럼 위로 솟아올라 경제 전체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수경제의 논리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균형이 깨진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며 그래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현 정부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부자감세 정책에서 공평한 세금정책으로 세제개혁과 세금행정을 개선하는 것 또한 분수경제론의 중요한 실천과제다.

최근 슈퍼리치 부유층에 대한 증세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부자감세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온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상당히 낮은 편이기 때문에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의 조치를 통해 상위 1% 최상위 그룹에 보다 높은 세율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부자증세를 거론하며 ‘공평한 척’ 하는 세금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평하게 세금을 걷고 올바르게 지출할 수 있도록 보다 근원적인 인식과 정책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특히 한나라당은 부자증세를 논하기 전에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이 우선이다. 잘못된 감세를 통해 세수를 줄이고, 4대강 사업 등 비생산적인 토건사업 등에 세금을 낭비하며 균형재정이라는 명목으로 사회복지 지출을 억누르는 재정정책을 고집하면서 ‘부자증세’를 운운하는 것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불법이나 편법으로 이루어지는 탈세와 탈루를 엄격하게 방지하고,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하경제를 단속하는 것도 시급하다. 또한 상속·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되어야 한다. 과도한 세금감면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강화해야 하며 무력화된 종합부동산세를 재정비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노력들이 병행되어야만 공평한 과세가 가능하다.

조세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 국민의 생활을 돌보는 곳에 제대로 쓰고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국민은 당연히 세금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부가 세금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나아가 세금이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적인 수단임을 이해한다면 세금에 대한 저항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공평한 척’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평한’ 원칙에 따른 세원확대, 진보적 세제개혁, 올바른 세금지출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균형재정을 달성하는 것이 분수경제론의 재정개혁 방향이다.

/정세균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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