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없는 ECB…약주고 병주고

입력 2011-12-09 10:26 수정 2011-12-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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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이 유럽중앙은행(ECB)의 결정에 휘청거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8일(현지시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ECB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부인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1.25%에서 1.0%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렸다.

또 은행에 대한 장기대출(LTRO)의 만기를 현재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담보요건을 완화하는 추가 위기 대책을 내놨다.

드라기 총재는 그러나 “지난 주에 국채 매입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없다”면서 “시장에서 나의 발언을 그렇게 해석해 다소 놀랐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앞서 지난 1일 “재정 통합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서 “다른 후속 조치가 재정 통합 뒤를 따를 것”이라고 언급해 채권 매입 확대 등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장 초반 ECB의 경기부양 기대에 힘입어 랠리를 펼치던 주식시장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미국증시에서 다우지수가 전날보다 1.63% 빠지는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고, 유럽에서도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국 증시가 2%대 급락세를 펼쳤다.

유로 가치도 떨어졌다.

유로 가치는 장 초반 오름세를 보이다가 결국 엔에 대해 3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달러에 대해서도 약세를 나타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되면서 엔화 가치는 뛰었고, 채권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미국과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97%와 2.01%로 각각 하락한 반면 한동안 진정세를 보이던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6.42%로 단숨에 0.47%포인트가 뛰었다.

뉴욕 소재 바클레이스캐피털의 호세 와인 외환투자전략가는 “이번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강력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유로에 대한 우리의 견해는 ‘매도’”라며 “또 다른 리스크가 나오기 전에 투자자들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드라기 총재의 이날 발언은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EU 정상회의에서 재정통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앞섰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WSJ는 EU 정상회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드라기 총재가 시장에 막연한 기대감을 준 것 자체가 경솔했다고 꼬집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유로존 15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다고 경고하고 연일 후속 조치가 잇따르는 가운데 시장의 긴장 수위를 한층 높였다는 것이다.

S&P는 8일에도 스페인의 15개 은행과 오스트리아 3개 은행을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는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유럽은행감독기구(EBA)는 같은 날 유럽은행은 신뢰 회복 노력의 일환으로 내년 6월까지 1147억유로를 확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0월 스트레스테스트 이후 요구한 1060억유로를 웃도는 것으로 유럽 중채무국의 채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최악의 경우 ECB에 손을 벌려야 하지만 ECB가 소극적인만큼 더 이상의 기대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WSJ는 EU 정상들이 뜻을 모으지 않으면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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