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뿌리를 찾아서]⑥LG그룹-부산 연지동 락희화학공업사

입력 2011-11-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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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연암기념관
연매출 100조원을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LG. 국민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해 우리나라의 효시인 플라스틱산업, 전자산업, 석유화학산업 등 근대적 공업화의 기업군을 형성했다. 나아가 국내 민간업체 최초의 외자를 도입한 합작회사로 호남정유를 설립해 에너지산업을 개척하며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에 초석을 놓았다.

10대 청년시절부터 유달리 모험심과 도전의욕이 많았고 한번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해 내고야 마는 고집스러움을 갖고 있었던 LG 창업주 연암 구인회 회장. 그는 1947년 부산의 작은 화장품 공장에서 지금의 LG를 탄생시켰다. 그가 사업의 초석을 마련한 이 곳에는 아직도 그의 옛 손길이 서려있다.

▲락희화학공업사 최초 사옥 이자공장(부산 서대신동 연암자택)
◇연암의 뿌리에서 찾은 고객 경영 = 경남 진주시 대안동 중앙시장. 연암은 25세가 되던 1931년 이곳에서 ‘구인회 상점’을 열고 포목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LG라는 브랜드의 뿌리는 부산 서대신동 공장에서 시작됐다. 연암은 이 곳에서 크림 생산에 성공하고 1947년 부산 연지동에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현재 이 곳에는 연암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연암이 1969년 타계한 뒤 장남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창업정신을 기리기 위해 연암이 살던 집을 개조해 꾸며놓은 것. 기념관 곳곳에 연암의 고객중심 경영철학이 묻어 있다.

연암 기념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품이 아니라 그가 남긴 말이다. 기념관 곳곳에 걸린 현판에는 그의 어록이 새겨져 있다.

“싸게 만들기는 쉽다. 그러나 제품이 성공하자면 좋게 만들어야 한다. 또 제품이 잘 팔린다는 이유 만으로 결코 값을 흐리지 말라. 고객과의 꾸준한 관계 만이 기업의 생명이다.”

“남이 미처 안하는 것을 선택하라.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것부터 착수하라. 일단 착수하면 과감히 밀고 나가라. 성공하더라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것, 한층 더 큰 것, 보다 어려운 것에 새롭게 도전하라.”

구인회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무 회장이 강조하는 ‘고객가치 경영’도 반세기 전 연암의 고객중심경영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연암은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한 직후 터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민의 생활 필수품이 절대 부족한 실정에서 기업이 생활용품을 차질 없이 만들어내는 일도 애국하는 길”이라며 국내 처음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67년 2월20일 열린 호남정유 여수공장 기공식에서 연암 구인회 창업회장과 박정희 대통령이 발파스위치를 누르고 있다.
◇끊임없는 제품 개발 = 연암 기념관 2층에는 ‘기술혁신’이란 휘호가 걸려있다. 1967년 호남정유 여수공장 기공식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렇다할 기술 하나 갖지 못한 산업 여명기에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들을 만들어 온 연암의 공로를 치하한 글이다.

연암은 1947년 1월에 ‘락희화학공업사’의 설립과 동시에 럭키표 크림을 생산했다. 다른 회사 제품이 1타스에 500원이었음에 비하여 럭키크림은 1000원인데도 불티나게 팔렸다. 기술도 우위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물자가 귀한 시대에 원료를 제대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크림통 뚜껑이 파손돼 반환되는 양도 많아졌다. 연암은 파손되지 않는 뚜껑을 만들 수 없을까 하고 연구를 하게 됐다.

마침 그때에 플라스틱 뚜껑이 좋다는 정보를 얻고, 일본으로 가는 인편에 관계자료 구입을 부탁했다. 그 뒤 6권에 달하는 플라스틱 관계책이 입수돼 플라스틱 산업이 유망함을 알게 됐다. 범일동에 플라스틱 공장을 설립하는 한편, 미국에 사출기를 주문하여 1952년 9월부터 플라스틱 빗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예상했던대로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해 11월에는 공장을 부전동으로 옮겨 5대의 사출기로 칫솔, 세숫대야, 식기 등을 생산하였는데 여전히 대성황을 이뤘다.

1954년 6월에는 연지동에 공장을 세워 비닐원단 및 플라스틱제품 제조시설을 대폭 확장했고, 같은 해 국내최초로 치약 개발에 성공해 럭키표 치약도 생산했다. 럭키치약은 그후 오랫동안 국내시장을 독점했고 치약제조와 판매의 성공으로 LG그룹의 기반은 한층 더 굳게 다져졌다.

1957년에는 플라스틱공업이 군소업체의 도전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는데 연암은 전자부문으로 사업전환을 함으로써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금성사(현 LG전자)가 설립된 것은 1958년이었다. 설립초기부터 국산 라디오 생산 준비를 해 1959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외국제 선호경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5.16 군사혁명 이후 밀수품 단속이 강화돼 금성사는 어려운 고비에서 회생했다. 특히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이 전개되자 라디오가 품절될 정도로 잘 팔렸다.

1961년 12월 KBS 텔레비전이 개국하자 TV수상기 제작에도 나섰다. 1966년 8월 금성사는 국내 최초로 흑백TV(19인치)를 생산하기 시작하여 그후 전자제조업체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또 이 과정에서 LS그룹과 GS그룹의 계열분리를 단행함으로써 창업 이래 57년간 단 한차례의 잡음도 없이 이어졌던 구씨·허씨 양가의 동업경영체제를 마감했다.

◇LG웨이로 뻗어나간다 = 연암 구인회 회장이 60평생 쌓아올린 경영 성과는 그의 창업정신인 경영이념에서 비롯됐다. 구인회 회장의 경영이념은 △인화단결 △개척정신 △연구개발 등으로 요약된다.

‘인화’는 창업 당시 회사가 작아 주로 가까운 사람들과 회사운영을 하는 상황에서 서로 신뢰하며 맡은 바 책임을 다하자는 정신에서 비롯됐다.

이같은 ‘인화'는 1990년대 이후 가치창출의 원천인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며, 성과주의 경영을 통해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경영 이념으로 진일보했다.

‘개척정신’은 1947년 부산의 작은 화장품 공장을 오늘날 LG로 성장시킨 정신적 지주였다. 그의 개척정신은 항상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남이 보기에는 무모한 듯 하였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전망을 갖고 있었으며 성공으로 이어졌다.

‘개척정신’이 사업의 영역을 선택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거시적 차원의 철학이었다면 ‘연구개발’은 이같은 개척정신을 성공으로 이끌어 준 미시적 차원의 이념이었다.

이같은 창업회장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LG는 50년대 열악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공장을 세우기 전에 연구실부터 설립해 연구설비를 들여왔다. 이후에도 ‘연구개발’ 정신은 계속 이어져 LG는 70년대 한국 민간기업의 연구소 설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구인회 창업회장의 ‘인화단결’, ‘개척정신’, ‘연구개발’ 등의 창업이념은 1990년 구자경 명예회장이 LG의 새로운 경영이념을 정립하면서 ‘개척정신’과 ‘연구개발’은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로, ‘인화단결’ 정신은 ‘인간존중의 경영’으로 승화·발전됐다.

이후 구본무 회장은 2005년에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경영이념을 근간으로 한 LG 고유의 기업문화인 ‘LG웨이’를 제정·선포함으로써 연암 구인회 회장의 고객경영 철학을 승계하고 있다.

특히 LG는 2003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계열사 간 복잡한 순환출자관계를 합리화해 출자는 지주회사가 전담하고, 사업자회사는 출자에 대한 부담없이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및 철저한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고유사업에만 전념토록 했다.

또 LS그룹과 GS그룹의 계열분리를 단행함으로써 창업 이래 57년 간 단 한차례의 잡음도 없이 이어졌던 구씨·허씨 양가의 동업경영체제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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