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성과는 없고 실패만 있는 MB노믹스

입력 2011-10-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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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전봇대' 뽑고 '747공약' 초심으로 돌아가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8일 오전 청와대 집현실에서 박재완 장관, 김중수 총재 등 각계 경제 전문가들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경제금융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심상찮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MB노믹스’ 속이 텅 비어가고 있다. 시장 실패를 교정하고 복지국가를 만든다는 정부가 잇달아 참담한 실패만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747공약(7% 성장, 1인당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을 앞세우며 비즈니스프렌들리, 법인·소득세 감세에 올인하더니 최근에는 감세를 통한 성장은 물론 메가뱅크, 보금자리주택 등에도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성장’을 좇던 정부가 도리어 물가 불안만 자초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최근의 9.15 정전대란이 그중 하나다. 전력시장에 무한정 개입해 온 정부는 기어이 수급구조를 붕괴시킨 끝에 나라경제를 블랙아웃으로 몰아갈 정도로 대파국을 만들었다.

또 정부가 부채를 눈덩이 처럼 늘려가는 것이 문제다. 온갖 명목의 시장개입은 국공영 기업이나 사회보장 제도로 전가되는 숨겨진 거대한 국가부채를 만들고 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이탈리아로 옮겨가는 정부의 실패는 진정될 가망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정부의 실패에는 당연히 정치 과잉이 도사리고 있다. 오도된 정치가 정부의 무절제를 만들어내고 국민의 삶을 저당 잡히고 있다.

◇인위적 시장개입 ‘멍드는 경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권, 고환율 정책, 미소금융, 대기업 압박 통한 물가잡기.’

현 정권의 대표적인 반시장적 정부 개입 사례다. 친기업·친시장을 내걸고 출범한 정부가 오히려 지나친 시장개입으로 시장의 기능을 축소시키고, 경제 메커니즘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전봇대 뽑기’를 필두로 출자총액제한 폐지 등의 성과를 내며 74.4%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관료 출신들이 경제정책을 맡은 후부터 정부의 시장 개입은 도를 넘어 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8일에는 당시 허경욱 재정경제부 제1차관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열석발언권’ 행사라는 명분으로 참석했고, 향후 정례적으로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과 관련해 한국은행을 통제하겠다는 얘기다.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정부가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금리조정 기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면서 파문이 일었다.

수출증대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의 인위적 고환율정책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소비가 감소하면서 내수가 침체했다. 결국 서민의 주머니를 빌어 수출기업을 보조한 셈이다.

최근에는 불안한 물가를 잡기 위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 보니 다시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통신·정유업계는 물론 백화점·대형마트 등 산업계 전반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물가를 잡으려고 하면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생겨 상인들은 틈만 나면 물가를 올릴 구실을 찾고, 노사갈등이 발생하고, 자원 배분이 왜곡된다”며 “이런 과정은 이미 1990년대에 겪은 것으로 정부가 세월을 20년 전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시장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건 철저히 반시장적인 정책”이라면서 “정부가 노골적으로 시장가격에 직접 개입하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엄청나게 훼손되고 억눌렸던 인플레 압력도 언젠가는 더 큰 파괴력으로 폭발할 것”이라며 시장 자율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사안일 관료주의’가 가장 문제 = 9.15 정전대란이 전력 시장에 무한정 개입해온 정부가 수급구조를 붕괴시킨 끝에 나라경제를 블랙아웃으로 몰아갈 정도의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이번 정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기상예측 실패로 전력난을 초래한 인재(人災)라는데 모아지면서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정전사태 발생 당시 전력 예비율이 정확히 계상되지 못해 실제예비력에 편차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전력거래소가 허위 보고한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전력거래소측은 “공급용량 계산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고의로 허위 보고를 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특히 정전대란 사태 후에도 지경부와 전력거래소에서 보고시점 등에 대해 서로 다른 대답으로 일관하는 등 ‘네 탓’ 공방만 벌이며 책임 미루기에 급급했다.

이와 함께 유럽발 재정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리자, 정책당국은 50억~60억 달러에 달하는 달러를 시장에 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환율이 1200원대 상승을 억제하지도 못하고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시장의 내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같은 대응은 결과적으로 피 같은 외환만 낭비했던 전철이 있다. 이런 결과는 어렵사리 각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가까스로 무마되기는 했지만, 정책당국자들은 이번에는 그런 상황까지 내몰린 것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를 수렁으로 빠뜨렸던 사건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무사안일과 초동대응 실패를 보는 듯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한쪽으로의 쏠림을 막아야 한다며 시장에 개입하고자 하는 관료의 욕구가 크다는 것은 모르는 바 가 아니다”며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급격한 환율 등락이 기업들에게 불확실성을 키워 경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을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손쉬운 방법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는 모습이 오히려 현명한 대처라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적절한 폴리시믹스(정책조합)가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환경임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른 경제전문가는 “정부 정책이 근본적으로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보다 진정성 있게 국민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는 게 사태 수습의 관건”이라며 “정부가 자꾸 상황을 좋게 해석하도록 무리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침체 예방…산업·노동·금융정책의 조합 수립 = 정책실패 등 한국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선 중장기적 관점에서 공급능력을 제고하는 산업-노동-금융정책의 조합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해외 천연자원의 개발 및 투자, 대체에너지원 등 녹색산업 육성을 통한 대외 경제 의존도 낮추기,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유형별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국내 서비스 산업 생산성 제고 ,서비스산업 과잉취업자의 전직 등을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의 공급능력을 제고 등을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일관성과 지속성을 지닌 산업-노동-금융정책의 조합 등 범정부, 국가차원의 금융지원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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