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⑥무너지는 中企 안전핀이 없다

입력 2011-10-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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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강소기업 육성...대·中企 윈윈 등 보호막 마련 시급

미국, 유럽 등 주요 국의 대내외적 불안 요인이 지속되며 불확실성이 증가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가 또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게다가 예측 불허의 환율 변동으로 인해 수출 기업들은 가슴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렇다 할 보호막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으며 생존을 위한 고뇌에 빠져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대기업과 함께 우리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해 온 중소기업이 왜 ‘부러움’이 아닌 ‘동정’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았을까.

◇ 한국경제 급성장 결과는 ‘양극화’ = 지난 수십 년 간 한국경제는 수출입에 집중하며 산업 기초를 마련한 대기업과 내수기반을 다진 중소기업을 통해 급속한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성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이는 곧 소수 대기업에 중소기업들이 의존하는 불균형 현상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정부가 1970년대부터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겠다는 지원책을 발표한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분업체제를 이루며 성장해왔지만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기술만을 고집했던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시장의 급부상함과 함께 경쟁력을 잃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영세한 중소기업이었다. 대기업들은 중화학 공업에 집중하며 자본을 축적한 반면 하청업체 역할을 했던 중소기업들은 종속관계에 익숙해졌고 이러한 상황이 양극화를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씨앗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는 지금도 한국 경제 성장에 있어 큰 장애물이다. 대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생태 시스템이 간극을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의 80% 이상이 대기업 납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양극화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갈수록 생산성 규모 등 경영 전반적인 부분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조사한 ‘2010년 상장 기업 경영 분석’에 따르면 2009년 대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5.80%에서 2010년 6.80%로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2009년 4.50%에서 4.47%로 오히려 감소했다.

◇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불공정 거래’= 대-중소 간 양극화 정도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다. 고질적으로 거론돼 왔던 예가 △납품단가 인하 압력 △구두발주 및 일방적 거래 단절 △중소기업의 주요 기술 탈취 △사업영역 침투 등이다.

가장 빈번히 언급되는 것이 납품단가 인하 요구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납품단가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0%가 납품단가의 무리한 인하 요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납품 가격에 반영된 경우는 절반도 안됐다.

구두발주도 심각하다. 중소기업은 구두로 계약된 대기업 대량 발주에 따라 수억원을 들여 설비 투자를 감행하나 대기업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납품거래 계약을 해지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중소기업이 느끼는 동반성장 체감도도 낮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1년간 대기업 협력업체 5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한 중소기업 체감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60.8%가 정부의 동반성장 대책에 대해 ‘체감하지 못한다’라고 응답했다.

대기업과 협력 업체와의의 공조 체제는 국내 경제의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다. 종속체계가 아닌 상생체계가 답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결국 한국 기업 생태계의 뿌리를 병들게 하는 것”이라며 “이제 대기업들도 중소기업들과의 동반성장을 실천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대기업간 ‘일감 몰아주기’를 감행할 경우 과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감세 정책 철회의 노력도 보였지만 아직도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선진국과 같이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법 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0년간 일자리 창출 일등공신 ‘中企’ = 열악한 구조 속에서도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많은 고용을 창출해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일자리 창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던 것. 지난 10년 간 중소기업은 38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반면 대기업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고용 증가율이 둔화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급속히 취약해지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 기능 약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일자리 창출이 사회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만큼 중소기업 살리기도 함께 병행돼야 할 문제다. 일자리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생존의 위협을 느껴서는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중소기업을 지원해 경제 회복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취지에서 ‘스타트업 아메리카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는 IT 대기업을 핵심 주체로 정하고 대-중소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사업이 시작된 지 3개월 만에 인텔, IBM, HP, 구글, 페이스북 등 20개가 넘는 기업들이 동참했으며 이들은 6억25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내놓았다.

물론 우리 정부도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동반성장 이슈가 부각되면서 올해 들어 상생을 위한 법안이 10건 이상 발의됐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대-중소간 비즈니스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소기업 역시 이에 부흥하는 차별화된 역량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자발적으로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고 2,3차 협력 중소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관행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대기업은 성과공유제 등의 윈윈 전략을 적극 제시하고 중소기업은 종속적 하청 관계가 아닌 강소기업으로 거듭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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