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슈퍼 약판매 과연 괜찮을까

입력 2011-08-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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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 대한약사회 부회장

우리는 흔히 약물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의 국가 의약품관리 시스템의 변화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식품과는 달리 의약품은 인간의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국가는 전문인인 약사로 하여금 약사법이라는 테두리내에서 의약품을 관리해 왔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보건복지부는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를 지금까지 반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 급작스럽게 원칙과 기준을 내팽개쳐 의약품의 안전관리시스템을 포기하는 모습은 적지 않게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의약품 약국외 판매문제가 간단하게 의약품을 슈퍼에서 팔게 하느냐의 마느냐의 문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의약품의 안전관리시스템을 유지시키느냐 포기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간단하게 밥그릇 싸움아니라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의약품 약국외 판매 허용 국가의 국민 1인당 약화사고 건수는 연간 0.35건으로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의 0.18건보다 2배나 높게 나타났다. 더군다나 감기약을 알아서 사먹을 수 있다고 칭찬받던 미국의 경우는 자그마치 0.92건으로 OECD 전체 평균 0.28건보다 무려 3.3배나 높게 나타났으며,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지 않은 국가의 평균보다는 5.1배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타이레놀이라는 의약품을 보면, 안전한 약물로 인식하고 있지만 ‘British and British Poison Centers’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타이레놀이 슈퍼에서는 판매될 경우 더 이상 안전한 약이 아님을 경고하고 있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지 않는 프랑스에서는 타이레놀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년 평균 18명으로 나타난 반면 약국외 판매를 허용한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타이레놀로 인한 사망자수가 400명에서 450명으로 조사되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약국외 판매 대상 의약품인 부루펜, 아스피린, 감기약의 경우에서도 타이레놀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니 현재 약사법 개정이 된다면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겠다는 생각으로 정신이 번쩍든다.

더군다나 그 동안 의약품으로 분류해 온 무수카페인에 대한 장벽도 허물어져 일반음료에도 넣을 수 있게 된 만큼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복용으로 이어진다면 건강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으로 접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외국 언론에서 청소년들이 카페인 함유된 음료나 덱스트로메트로판이 함유된 감기약을 무분별하게 복용하여 청소년의 성격이 포악해 졌다거나 환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를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데, 이 모습은 몇 년 후 우리의 청소년들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2010년 12월 발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약국에 도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0분 이내라고 한 응답이 89.4%, 가정상비약을 구비하고 있다는 응답이 89.4%로 조사되었으며, 일반의약품 구입시 약사의 설명이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81.6%로 조사에 비추어 보면 단지 불편함만으로 약국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려는 이번 보건복지부의 조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 30년 후에는 우리 후세가 서 있을 것이고 그 후세가 이어 설 자리이다. 건강할 수 있는 권리 단지 우리만의 권리일지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도리어 아무런 선택의 권한 없이 주워질 검은 구름을 걷어내지 못할 우리 후세에 대해 지금부터 죄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할지 답답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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