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파업에 대책없는 '글로벌' 현대차

입력 2011-05-22 13:40 수정 2011-05-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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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재고-복수 공급선-응급플랜 없는 허점 드러내

연간 매출이 2000억원 남짓한 자동차 부품회사가 파업한 지 불과 나흘만에 국내 모든 완성차 업체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엔진 부품인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이 노조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로 생산을 중단하면서 이 회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온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라인이 올스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유성기업 노조가 파업하고 피스톤링 등의 생산라인이 멈춘 것은 지난 18일. 기아차 소하리공장의 카니발 생산라인은 이틀만인 지난 20일 야간근무조가 작업을 중단했고, 현대차 울산공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은 나흘째인 22일 특근을 하지 못했다.

문제는 여기까지가 아니다. 내주초까지 유성기업 노조가 파업을 계속할 경우 모닝, 베르나, 아반떼 일부 등 소형차를 제외한 현대기아차의 모든 승용차 및 상용차 라인이 빠르면 24일, 늦으면 25일부터 전면 중단된다.

심각성은 다소 덜하지만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은 부평과 군산 엔진공장의 피스톤링 재고분은 24∼25일 바닥나지만 일부 공급 가능한 AS 물량으로 틀어막을 경우 일주일 정도를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르노삼성도 중형 SM5 2.0 모델에 들어가는 캠 샤프트의 재고가 4일분밖에 없어 내주 중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원래 전 세계적으로 일부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면 완성차 생산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구조이기는 하다.

하지만 글로벌 톱3를 지향하는 현대기아차가 피스톤링 부품 하나의 공급 중단 때문에 이틀 만에 라인이 멈춰선 것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일단 전체 피스톤링 물량의 70%를 한 기업에 의존하면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적정 재고가 전혀 확보되지 못했고 공급 대체선도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피스톤링은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과 실린더 벽 사이에 공기가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피스톤 둘레의 홈에 끼우는 고리 모양의 부품으로, 없어선 안되는 중요 부품이지만 첨단 기술을 요하는 정도는 아니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소형차에 들어가는 피스톤링을 공급하는 대한이연은 현재 100% 가동 중이어서 더 이상 여력이 없고, AS 물량을 빼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파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밖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해 아이슬란드 화산 분화에 따른 항공대란으로 닛산, BMW 등이 일부 공장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고, 도요타 리콜사태와 일본 대지진 사태로 부품 공급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한 점도 지적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충분한 재고물량의 확보, 복수의 공급선 지정, 응급조치 플랜가 없었다는 점에서 떠오르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현대기아차의 시스템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내주 중에 유성기업의 파업이 끝나지 않을 경우 이번 사태는 국내 완성차 업계 전반은 물론 연관 산업까지 피해를 확산시킬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브랜드 가치 상승과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 일본업체들의 부진 등으로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호기를 자칫 이번 사태로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대지진 사태로 주춤하고 있는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지진 여파에 따른 감산분을 보충하기 위해 올 가을 이후 대대적인 생산 증대를 계획하고 있고, GM, 폴크스바겐, 포드 등 미국과 유럽의 경쟁업체들도 대거 신차를 출시하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키워가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9.4%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유럽시장에서도 5.2%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선전하고 있지만 생산차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앞으로의 판매확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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