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에게 듣는다] 권형진 신영증권 청담지점장

입력 2011-04-22 11:24 수정 2011-05-0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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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지점장, 문화마케팅을 이끌다

권형진 신영증권 청담지점장은 조금 이상한 사람이다.

신영증권은 작년 청담지점을 새로 열면서 지점장을 사내에서 공모했다. 사업계획서가 몰렸다. 4명이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후보 4명은 각자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다. 권형진 후보의 프리젠테이션은 주변 경쟁지점과의 비교, 지역 평균 예탁금 액수, 시장 전망 등 화려한 숫자가 펼쳐지기는커녕 좀, 뜨악했다.

그는 임원들에게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공연을 보여줬다. 그리고 말했다. 솔직히 신영증권의 브랜드파워는 대형사에 비해 약하다. 고객들이 스스로 지점을 찾아올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 고객들은 오페라를 감상하고 내가 직접 해설하겠다.

누구도 “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권형진은 그래서 확신했다고 한다. “아, 되겠구나.” 그리고 당시 40살의 권형진은 정말로 청담지점장이 됐다. 작년 3월15일이다.

그리고 권형진은 지금까지 최연소 지점장으로서 강남 한복판 청담지점을 맡고 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권 지점장은 최단기간 수탁고 최대 증가 등 줄줄이 1호 기록을 세웠다. 숫자로 싸우는 증권가에서 그야말로 찬란한 성과다.

그런데 정작 권형진 지점장이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은 이런 멋진 기록이 아니다. 권 지점장은 최초 오페라 감상회 진행이라는 타이틀을 얘기하고 싶단다.

신영증권 청담지점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여름밤의 클래식`이라는 오페라 감상회를 작년 7월부터 6주간 진행했다. 매회 매진은 물론, 대기인원이 100명을 훌쩍 넘었다. 권 지점장은 “사람이 몇 명이나 올지 불안해서 며칠 전부터는 다이어리에 正으로 신청자 수를 확인하고 있었다”며 “내 기대 이상으로 관객들 반응이 너무 좋아 정말 행복했다”고 웃는다.

이후 2차, 3차 감상회마다 모집 공지가 뜨는 즉시 마감 행진이다. 그러나 권 지점장은 단순히 행사가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신영증권은 새로운 중장기 전략에 따라 문화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를 통한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중심'을 표방한 청담지점은 그 첫 번째 영업점이다. 지점 오픈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마련한 것이 고급 커피기계, 120인치 대형 스크린, 스피커, 앰프다. 권형진 지점장은 “아직 증권사의 문턱은 은행에 비해 높다”며 “고객이 마음 편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지금보다 훨씬 낮아져야 하고, 오페라가 그 시작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실제 청담증권 지점장실은 오페라 DVD로 가득하다. 게다가 증권사 지점장은 주식도 안 하고, 경제신문도 안 읽는다. 고객과 주식이나 펀드 얘기도 안 한단다. 자세히 물었다.

권 지점장은 “금융 회사들이 ‘동반자’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쓴다”고 비판한다. 그는 “고객과 직원 사이에 매개체가 돈 뿐이면 수익이 안 나는 즉시 관계가 끝난다”며 “음악이든, 여행이든 다른 관계를 맺으면 정말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권 지점장은 “제게 자산을 맡긴 ’형님’들과는 만날 때마다 반갑게 사는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가끔 펀드는 잘 되겠지 뭐, 한 마디 할 뿐이다”라며 빙긋 웃는다.

확실히 조금 이상하다. 심지어 고객을 가려 받을 만큼 까탈스럽기까지 하다. 찾아온 고객에게 그는 먼저 묻는다. “저와 최소 2년 이상 저와 관계를 맺으시겠습니까?” 아무리 고액을 들고 왔어도 “NO”라고 답하면 신영증권 청담지점에서는 자산관리를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신영증권 청담지점의 수탁고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권형진 지점장은 “시장이 좋을 때는 고객에게 직원이 필요 없지만 시장이 안 좋을 때는 직원 탓을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꿰뚫는다. 그는 “시장수익률을 따라가는 것을 기본 포트폴리오로 한다”며 “스스로 보수적이라며 7~8%의 수익률을 기대하던 투자자도 시장이 30% 올랐는데 본인 수익률이 8%면 화낸다”고 말한다. 그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의 지점 운영 방향을 물었는데, 그는 엉뚱하게도 “신영증권이 50년간 쌓아온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이미지에 새로운 명품 이미지를 더하고 싶다”는 꿈을 얘기한다. “좋은 음악이 있고 커피가 있는, 진정한 VIP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회사를 만들겠다”며 눈을 빛내는 권형진 지점장은 정말 참 이상한 사람이다. 그러나 직원이건 고객이건, 그와 한 번 관계를 맺은 사람이라면 모두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왠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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