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현장] 엄기영 "굳히겠다"-최문순 "뒤집겠다"

입력 2011-04-20 10:16 수정 2011-04-20 14:1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강원도의 선택! TV토론에 달렸다

수성이냐, 탈환이냐. 강원도는 누구에게 웃어줄까. 일주일만 지나면 최종 승자는 가려진다. 여야 명운도 결정된다. 4.27재보선 중 유일한 광역단체장 선거인 강원도지사 선거가 갖는 의미다.

한나라당은 메인앵커 출신의 전직 MBC 사장 엄기영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노조위원장 출신의 전직 MBC 사장 최문순을 낙점했다. 철저한 맞불작전이다. 춘천고 선후배이기도 한 두 사람의 인연이 이젠 당을 달리해 상대를 꺾어야 내가 사는 악연으로 비화됐다. 본지는 여야 명운을 등에 짊어지고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두 사람을 쫓아갔다. 18일은 엄기영 후보, 19일은 최문순 후보와 동행했다. 경쟁에서 뿜어나오는 열기는 때 아닌 4월의 폭설까지 녹여버렸다.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18일 춘천 명동 유세현장에서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사진=노진환기자)

◇엄기영 = “투사가 아닌 일꾼을 뽑는 선거” “삼성 1조2천억 투자, 한나라당과 제가 이끌어냈다”

18일 정오, 춘천 시내 명동의 브라운5번가. 기다리던 취재진을 뚫고 엄기영 후보가 나타났다. 순간 인파가 그에게 몰려 악수로 화답한다. TV속의 단정한 이미지는 대중적 친화력을 다지는 최대 동력. 중장년층, 특히 여성이 그의 우군이었다.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그는 중앙에서 달려온 안상수 대표 등과 함께 연설무대로 올랐다.

춘천의 안방마님 허천 의원에 이어 안상수 대표가 지원연설을 시작했다. 안 대표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넙죽 큰절부터 올렸다. 김진선 도지사 시절과 집권 3년 동안 도민들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엄기영 후보를 비롯해 허천 황영철 안형환 김소남 의원 등이 큰절에 동참했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부와 집권여당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을 수 있는 한나라당 출신 도지사만이 강원도민의 힘을 모아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며 네박자론을 강조했다.

안 대표의 찬조연설이 끝나자 이날의 주인공인 엄 후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춘천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지역인연을 강조한 뒤, “이번 선거는 정치꾼, 투사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오직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인 최문순 후보의 언론노조위원장 전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엄 후보는 최근 삼성이 강원도 홍천에 향후 10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메디슨 타운을 건립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제가 이끌어냈다”면서 “유력 중견기업의 이전도 약속받았다”고 주장했다. 이광재 전 지사 때 이미 추진됐다는 최 후보의 주장과 정면배치되는 부문이다.

그러면서 “강원도 발전을 위해선 정부의 확고한 의지, 집권당이자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지원, 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는 한나라당 후보인 저, 엄기영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지역발전론, 일꾼론으로 이광재 동정론을 등에 업은 최문순 바람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평일에 쌀쌀한 날씨 탓인지 춘천 최대 번화가에서 진행된 유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운동원과 취재진을 포함해 150여명의 시민들만 자리를 지켰다. 연설을 곰곰이 듣는 이들은 대다수가 중장년층으로 젊은 층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유세 직후 엄 후보는 이날 저녁 생방송으로 예정된 TV토론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떠났다.

지원에 나선 안형환 대변인은 유세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민주당이 추격세에 있지만 여전히 (여론조사 결과는) 오차범위 밖”이라면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는 중앙당의 집중지원, 분당은 선택적 지원, 김해는 외곽지원 전략”이라면서 “남은 선거기간 동안 모든 당력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19일 속초 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최문순 = “TV토론이 드라마를 이겼다” “이광재 히든카드 있다”

전일 TV토론 준비로 모든 일정을 취소했던 최문순 후보는 19일 날이 밝자마자 최북단 지역인 고성으로 이동, 접경지역지원특별법 통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동해안 접경지역에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어 평화와 지역발전을 이끌겠다”는 게 그의 요지였다.

회견 직후 속초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중앙시장 유세에 나섰다. 목이 많이 쉬어 연설을 하는 대신 시장내 상가를 일일이 돌며 도민들과의 대면접촉을 늘리는 방향으로 일정을 수정했다. 속초가 지역구인 송훈석 의원과 백원우 조배숙 최종원 이화영 등 전·현직 의원들이 함께 했다.

생선을 다듬던 할머니가 “손이 더럽다”며 악수를 꺼려하자 그는 “어머님 손이 제 손”이라며 덥석 손을 움켜쥐고 고개를 숙였다. 한 야채가게에 들어가선 “제가 오리지널 강원도 토박이 감자”라며 인사를 청했다. 그의 넉살스러움에 상인들은 드문드문 웃음을 띠었고, 알아보는 시민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기도 했다. 선거초반 부족한 인지도로 고전한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란 게 그의 설명이었다.

최 후보는 상가방문 직후 기자와 따로 만나 “TV토론이 드라마를 이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날 오후10시, 황금시간대에 생방송으로 진행된 첫 TV토론이 17.5%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었다. 여타 시사토론이 5% 전후대의 시청률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선거에 대한 도민들의 깊은 관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후보는 “도민들의 정치의식이 대단히 높다”면서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은 결국 투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영 전 의원은 “어제 토론으로 선거는 끝났다”고 자신했다. 이미지의 엄 후보에 논리적으로 맞선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향후 TV토론은 세 번이 더 남아있다.

최 후보는 아직은 뒤지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는 기자 지적에 “따라붙고 있다”면서 “특히 3선의 송훈석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취약했던 영동지역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할 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대감을 거두지 않고 있는 이광재 동정론 관련해선 “이광재,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닌 도민들 스스로에 대한 동정론”이라며 일체화 전략을 폈다.

송 의원은 “영동지역에 분명 변화의 조짐이 있다”면서 “(영동에서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원주는 앞서있고, 춘천도 바람이 불고 있다. 다만 강릉이 걱정”이라며 “숨어있는 표를 감안하면 지금의 10% 차이는 결국 최종 득표에서 뒤집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재 전 지사와 매일 본다는 이화영 전 의원은 “(이 전 지사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선거로 바라본다”면서 “생각하는 마지막 카드가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충전 불편한 전기차…그래도 10명 중 7명 "재구매한다" [데이터클립]
  • "'최강야구'도 이걸로 봐요"…숏폼의 인기, 영원할까? [이슈크래커]
  • 신식 선수핑 기지?…공개된 푸바오 방사장 '충격'
  • 육군 훈련병 사망…완전군장 달리기시킨 중대장 신상 확산
  • 박병호, KT 떠난다 '방출 요구'…곧 웨이버 공시 요청할 듯
  • 북한 “정찰 위성 발사 실패”…일본 한때 대피령·미국 “발사 규탄”
  • 세계 6위 AI국 韓 ‘위태’...日에, 인력‧기반시설‧운영환경 뒤처져
  • 4연승으로 치고 올라온 LG, '뛰는 야구'로 SSG 김광현 맞상대 [프로야구 28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563,000
    • -1.89%
    • 이더리움
    • 5,303,000
    • -1.65%
    • 비트코인 캐시
    • 649,500
    • -4.34%
    • 리플
    • 728
    • -1.62%
    • 솔라나
    • 234,700
    • -0.64%
    • 에이다
    • 635
    • -1.85%
    • 이오스
    • 1,130
    • -3.42%
    • 트론
    • 154
    • -1.28%
    • 스텔라루멘
    • 150
    • -1.32%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350
    • -1.47%
    • 체인링크
    • 25,610
    • -1.58%
    • 샌드박스
    • 625
    • -2.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