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묘하다’..남긴 것은 ‘무능력한 정부의 표본’

입력 2011-04-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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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기름 값이 묘하다’는 말 한마디는 결국 ‘최악의 정책’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책을 마련할 능력이 없다보니, 시장경제를 무시한 채 모든 경제부처를 총동원해 기업만 압박했고, 기업들은 힘겹게 벌어들인 수익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놓아야 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기름값 TF’(태스크포스) 과정에서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재탕’ ‘삼탕’ 대책으로 기업만 일방적으로 억눌렀지만, 정작 유류세 인하 등 정부가 부담해야 할 고통은 외면했다. 결국 정부가 그토록 부르짖었던 ‘공정사회’ 실현은 현 정부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말뿐인 무능력한 정부 =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대책에 머리를 싸매던 정부가 정유업계로 총구를 겨누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13일 이 대통령의 ‘기름 값이 묘하다’는 단 한 마디의 ‘발포명령’이었다. 관세인하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던 각 부처는 마치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 사정없이 정유업계를 겨냥했다. 이미 이때부터 정책에 의한 물가잡기는 포기한 듯 한 모습이었다.

5일 후인 18일에는 전위부대 성격의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가 결성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2일 한 술 더 떠 ‘국민의 여론’을 핑계로 국제유가와 국내유가의 비대칭성이란 ‘멍석’을 깔아줬다.

8일 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격결정방식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우리나라 세전 휘발유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높다”며 여론을 형성했다. 바로 다음 날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회계사 출신임을 내세우며 “기름 값 원가를 직접 계산해 보겠다”고 나섰고,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자 지난달 23일에는 “성의표시라도 해달라”며 감성에 호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부가 야침 차게 구성한 석유가격 TF는 3개월여 동안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면서 “석유가격의 비대칭성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담합이라는 결과로 가지고 갈 어떤 결정적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대책 아닌 말로만 시장을 움직이려 했지만 결국 스스로 실패를 인정했을 뿐 아니라 무능력한 정부임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

◇고통분담은 외면…비겁한 정부 = 정부가 최근 일련의 기름 값 사태에서 보여 준 모습은 정부가 목청껏 부르짖던 ‘공정’이 아닌 ‘비겁’이라는 지적이다. 정유 4사가 3개월 동안 기름 값을 ℓ당 100원씩 인하키로 했지만, 기업을 압박하던 정부는 전혀 고통분담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유 4사가 3개월 동안 기름 값을 인하할 경우의 손해액은 적어도 8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해외수출을 통해 힘들게 얻어낸 수익을 정부의 ‘생색’ 앞에 고스란히 바친 셈이다.

정부의 고통분담은 전혀 없다. 특히 올해 1분기에 석유 관련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수출환급분 등 감안시 4000억원) 가량 더 늘어났음에도 정부는 유류세를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마저 정부의 이 같은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6일 “정유사를 압박해 비용과 마진을 줄이는 것은 제한적인 대책”이라며 “유류세를 인하하고, 탄력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도 이날 “원유도입원가가 오르다 보니 세금도 같이 올라가 1조원의 세입을 더 챙겼고, 이런 상태면 연말까지 4조원가량 세입이 늘어난다”며 “(정부는)유류세를 인하해 (서민)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유류세 인하를 촉구했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은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시장경제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공정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정부는 이번 기름값 인하대책이 ‘최악의 정책’ 사례를 남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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