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내 이름은 칸’ “나는 대통령을 만나야 합니다”

입력 2011-04-05 17:29 수정 2011-04-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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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기독교가 아니잖아요”

아프리카 기아를 돕기 위해 500달러의 기부금을 내자 어느 교회에서 오셨냐는 접수원의 질문에 칸이 던진 말이다. 아프리카 모금행사에서 조차 종교를 따지는 사회에서 이슬람교도 칸은 “이 행사가 기독교인을 위한 행사인지, 아프리카를 돕기 위한 행사인지”를 되묻고 발길을 돌린다.

9·11 테러 이후 이방인이 낯선 땅에서 이겨내야 하는 편견, 이 세계를 지배하는 강자와 어울려 사는 방법을 종교와 전쟁에 빗대 표현한 영화 ‘내 이름은 칸’은 그간 인도영화가 한국에서 맞추지 못했던 흥행코드를 제대로 간파했다. 자폐와 무슬림이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지만 부드러운 듯 가장 아픈 곳을 집어내기도 한다.

‘칸’은 실감나는 연기로 일반인에게 낯선 자폐(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자폐아인 그는 유난히 노란색을 두려워하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이 왜 그것을 두려워하는지 설명조차 하지 못한다. 발작으로까지 이어지는 그의 공포에 주위사람들은 본인이 피해 입는 것만 걱정할 뿐, 칸이 무엇에 왜 놀랐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자기 갈 길 가기에만 급급한 사회에, 칸의 증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9·11 테러 이후 무슬림은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몰리고 칸의 여인 만디라의 아들까지 친구들에게 죽음을 당한다. ‘무슬림’이라는 한계에 봉착하고 만디라의 마음까지 식어버리자 칸은 대통령에게 자신은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밝히기 위해 떠난다. 오로지 대통령을 만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던 그는 대통령 연설 장소에 갑자기 나타나 ‘I'm not a terrorist’ 라고 외칠 만큼 무모한 열정을 지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이 무슬림을 대하는 태도가 극대화 됐다는 점이다. 무슬림이냐 아니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무슬림 여부에 따라 인종차별도 심해진다. 미국인들은 9·11 테러 희생자들은 오직 무슬림에 의해 살해당한 것처럼, 오직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 건 미국인 인 것처럼 행동한다.

이런 편견과 사상은 무슬림 내부의 변절을 낳는다. 미국 내에 거주하던 무슬림들은 살기 위해 교수, 기자, 학생 할 것 없이 종교를 숨기고 살기 시작한다. 이들의 변절에도 칸은 종교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 무슬림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 미국에서도 그는 “종교는 시간과 장소를 가려선 안된다”는 주장으로 변절과 타협을 일삼는 그들을 깨우치게 만든다.

종교와 인종, 전쟁을 이야기 하지만 영화를 무겁게만 다루지는 않았다. 자폐를 가지고 있는 칸이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은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만디라의 결혼허락을 받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과정에서는 일주일 동안 같은 장소에서 그녀가 본적 없는 광경을 찾기 위해 상주하며 결혼 승낙을 받아내기도 한다.

‘내이름은 칸’은 이방인이 낯선 땅에서 이겨내야 하는 편견, 이 세계를 지배하는 강자의 위치, 종교에 대한 편견 등을 돌아보게 한다. 미국인들이 두려워했던 건 테러였는지, 종교와 인종을 아우를 수 없는 사랑을 지닌 그들의 한계는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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