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원전 위기 얕보다 큰코” WSJ

입력 2011-03-31 16:28 수정 2011-03-31 16:2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사태 초기 들것 1개, 위성전화 1대, 방호복 50벌이 전부

들 것 1개, 위성전화 1대, 방호복 50벌.

일본 도쿄전력이 사상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이처럼 무방비 상태였다며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은 후에야 외부에 지원요청을 한 것도 엉성한 행동지침때문이었다고 31일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 수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도쿄소방청이나 자위대, 미군 등에 신속히 도움을 요청하지 못해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WSJ은 긴급 상황 발생시 대응에 나서려면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당초 최악의 사태를 가정해 마련된 행동지침이 엉성해 외부에 대한 지원 요청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도쿄전력의 위기시 행동지침서인 ‘엑시던트 매니지먼트 정비 보고서’는 매년 개정돼 왔다. 매뉴얼에는 ‘전력이 없어졌을 경우’ ‘제어실 기능이 없어졌을 경우’ ‘원자로 밖에서 임계가 발생했을 경우’ 등 몇 개의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도쿄전력 홍보부의 하세가와 가즈히로 과장은 “이 지침에 따라 행동하고, 때로는 그 이상의 위기 대응에도 임해 지금까지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원전 전문가들 역시 대부분의 원전에서 도쿄전력처럼 이번 같은 사태에 대한 행동지침을 정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두둔하고 있다.

전 일본 원자력안전위원장이자 현재 원자력안전연구협회 연구참여인 사토 가즈오 씨는 “미국의 스리마일섬 원전과 옛 소련의 체르노빌원전 등 과거의 대규모 사고에서는 엉성한 안전기준과 관리가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고 “이번은 자연재해로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WSJ의 확인한 결과 도쿄전력의 대응 태세는 허점 투성이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운영업체를 위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안전지침을 마련했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WSJ이 후쿠시마 원전의 행동지침이 IAEA의 지침에 기반으로 있는지를 대조해본 결과 대체로 IAEA의 지침에 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IAEA는 원전 운영업체에 “원전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화재, 홍수, 지진, 기상이변 등 특별한 외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매뉴얼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WSJ은 지적했다.

WSJ은 이에 대해 일본의 원전 규제 당국이나 원전 운영업체는 국민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대규모 재해에 대해 논의하거나 대비하는데 대한 거부감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행동지침에도 “심각한 사고 발생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일부 모순된 것은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위기 대응 태세는 지침에 정해진 최저 수준보다 강화돼 있었다는 점이다.

지침에는 최저 6기의 방사선량 계측기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후쿠시마 제1 원전에는 49대나 갖춰져 있었고, 무전기는 7대면 충분하다고 돼 있지만 100대나 마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럼에도 후쿠시마 제1 원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은 것은 위기 대응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홋카이도 대학의 스기야마 겐이치로 교수는 “긴급 시 대응책은 보통 원전 자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된 것으로 지진이나 테러 등 외적인 충격을 감안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원전 관계자들은 “이번 원전 위기가 수습되면 일본은 모든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고는 긴급시 매뉴얼 책정을 과도하게 엄격하게 해도 무방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9일부터 즉각 켠다…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싫어하는 이유 [해시태그]
  • [위기의 빈 살만] ① 네옴시티, 신기루인가...끊이지 않는 잡음
  • LTE 요금제, ‘중간’이 없다…같은 요금에 5G 6GBㆍLTE 250MB 데이터 제공
  • ‘20살’ 종부세 개편 초읽기…"양도·취득세까지 대개조 나서야" [불붙은 부동산세제 개편①]
  • 매크로 이슈 속 널뛰기하는 비트코인, 6만9000달러 선에서 등락 거듭 [Bit코인]
  • 대북 확성기 방송의 선곡은…BTS와 볼빨간 사춘기
  •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여동생이 올린 글…판결문 공개 원치 않는다
  • 엑소 첸백시 측 긴급 기자회견 "SM엔터 부당한 처사 고발"
  • 오늘의 상승종목

  • 06.10 13:35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748,000
    • -0.05%
    • 이더리움
    • 5,174,000
    • -0.17%
    • 비트코인 캐시
    • 660,000
    • -0.08%
    • 리플
    • 701
    • +0.72%
    • 솔라나
    • 224,600
    • +0.49%
    • 에이다
    • 619
    • +0.81%
    • 이오스
    • 991
    • -0.7%
    • 트론
    • 165
    • +2.48%
    • 스텔라루멘
    • 140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79,300
    • -0.44%
    • 체인링크
    • 22,690
    • +0.22%
    • 샌드박스
    • 587
    • +0.5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