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유통업계] ⑩ 거꾸로 생각하라, 그러면 글로벌 시장 길이 보인다

입력 2011-03-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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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를 마치며…결국은 현지화만이 정답

中서 미국 모델 고수한 '월마트 실패' 반면고사

삼성 손잡은 테스코, 한국서 유일하게 성공

안정적 파트너…진출국 제도·소비자 적응이 관건

국내 유통업체들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나섰지만 ‘실적’을 봤을 때 아직까지는 ‘과도기’ 단계다.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해 호된 신고식을 치루는 곳이 있는가 하면 현지화에 실패해 사업을 철수하는 곳도 있다.

‘뼈 아픈 실패’를 맛봤지만 유통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은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글로벌 과제’를 완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유통전문가들은 ‘초기 진출방식’과 ‘현지화 전략’에서 철저한 사전학습이 이루어져야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테스코가 ‘삼성’을 택한 이유= 홈플러스의 성공은 국내 유통업체들이 해외진출시 가장 먼저 학습해야 할 사례로 꼽히고 있다.

까다로운 소비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국내에 뿌리내린 유일한 외국기업인 테스코는 ‘삼성’이라는 한국의 로컬기업과 제휴한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테스코는 단독 투자방식 대신에 로컬(현지)에서 기반과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 파트너를 찾았으며, 진출 후에는 삼성의 인력과 브랜드가치를 모두 활용하며, 빠르게 국내시장에 안착했다.

롯데유통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유통업체들의 해외진출은 M&A(인수·합병)나 JV방식(합작투자)이 유리하다고 보는 반면 직접진출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유통기업 월마트조차 직접진출을 통해 진출하면 자사의 스탠다드를 글로벌하게 적용시키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유통업체들은 해외 어느곳에서나 통하는 ‘노하우’를 아직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진출은 실패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M&A 방식은 한 번에 많은 돈을 들여 업체를 인수하기 때문에 위험도가 크지만 현지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고 기존 구매력을 가볍게 흡수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경쟁기반을 닦을 수 있다.

이는 중국 이마트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내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한 신세계 이마트는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진출해서 24호점까지 매장을 늘렸지만 수익성이 말해주듯 ‘실패’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순손실액은 지난 2005년 68억원에서 2009년 600억원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 측은 ‘중국의 경제 악화’, 경쟁사에 비해 뒤처지는 점포수 등에 따른 ‘인지도 저하’ 등을 원인으로 꼽지만 업계에서는 초기 진출 방식부터 잘못됐다고 분석한다.

암묵적으로 이를 인정하듯 신세계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며 직접진출이 아닌 합작투자 방식을 선택했다.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롯데도 러시아 문을 두르리면서 부지 매입 후 출점하는 기존 방식에서 최근 현지 업체를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러시아는 관련 정책이 급변하는 등 기존 방식으로는 경영과 시장확대에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진출 방법 만큼 안정적인 현지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해외 진출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국내 1위 죽 전문점 본죽의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본죽은 현재 미국과 일본에 4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현지 기업의 역량 부족으로 더이상 매장을 늘리지 못하고 철수하면서 해외사업에서 쓴맛을 경험했다.

홈쇼핑업체 GS샵도 마찬가지다. GS샵은 지난 2005년 중국 충칭에 설립한 현지법인 ‘충칭GS쇼핑’이 지난해 상반기 방송 송출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실패했다. 사업재개를 위해 중국 홈쇼핑기업 가운데 합작파트너를 찾고 있지만 해가 넘어간 지금도 사업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월마트와 까르푸 보면‘길’이 보여= 지난 1996년 중국에 진출한 월마트는 2009년 말 기준 매장수 175개에 매출액이 340억위안에 달해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2007년 101여개의 대형 슈퍼마켓을 보유하고 있는 현지업체 트러스트마트를 인수한 이후 해외경쟁업체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디게 나타났다. 미국 현지점포 운영 모델을 도입하면서 중국 현지화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유통공룡 까르푸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중국 전역을 크게 4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 15 여개의 지사를 두면서 각 지사들이 단독으로 경영하면서 현지인들에 맞는 모델을 학습하고 구사했다.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기존의 진출전략도 전면 재수정하며 현지 업체에 대한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까르푸가 중국 전역에 156개의 대형 슈퍼마켓과 268개의 할인점을 보유하고 366억위안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식품업계도 해외에서의 성공에 대해 꾸준한 현지화를 통한 마케팅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롯데제과는 민트·시나몬 등 중동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으로 만든 제품을 앞세워 입맛을 사로잡았다. 중동은 고대부터 향기가 좋은 백향목을 귀하게 여겼던만큼 향기에 민감할 것이라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오리온은 중국 명나라 해상 영웅 정허(鄭和)를 등장시킨 애니메이션 광고로 중국인들의 눈길을 모았다. 중국문화가 체면을 중시하는 만큼 중국 역사를 인정해주고 띄워주는 광고가 효과적였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중국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랜드의 성공비결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있다. 중국에 진출한 주요 브랜드들은 10대 후반~30대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타겟으로 하며, 캐주얼룩부터 비즈니스 룩까지 브랜드 콘셉트의 현지화가 중국진출 성공의 핵심요인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한상의 유통물류팀 관계자는 “해외유통선진기업 까르푸와 월마트를 보면 국내기업들이 해외진출시 가장 신경써야하는 부분이 현지화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철저한 현지토착화가 글로벌 사업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 중국사업이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도 중국소비자와 한국소비자의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가 초기 중국 진출 전략을 재수정하며, 공격적인 점포 확장보다는 신규점포 안정화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현지화를 구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중국 중산층 소비자를 잡기위해 쾌적한 쇼핑 환경과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풍성한 이벤트를 좋아하는 현지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매장 중간 중간에 아일랜드 방식의 소규모 행사코너를 마련하며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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