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케인즈ㆍ反케인즈 비판하는 현실주의자

입력 2011-03-08 11:00 수정 2011-03-0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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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쳐 중동의 ‘재스민혁명’까지, 글로벌 경제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깊은 고찰과 비전으로 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석학들의 시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석학들의 비전을 분석하고 상아탑을 넘어 실물 경제의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들의 경제이론과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②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③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④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⑥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교수

⑦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⑧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

⑨ 존 내쉬 프린스턴대 박사

⑩ 앨빈 토플러 뉴욕대 학사

⑪ 폴 새무얼슨 하버드대 박사(2009년 사망)

⑫ 오마에 겐이치 UCLA 교수

⑬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⑭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학원대 교수

⑮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 교수

세계 경제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논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물이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의 라구람 라잔 교수다.

2003~2006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후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라잔 교수는 지난해 미국에서 선보인 화제작 ‘폴트 라인-보이지 않는 균열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Fault Lines: How Hidden Fractures Still Threaten the World Economy)’로 학계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책 제목 ‘폴트 라인’은 원래 지진이 발생하는 지각판의 접촉면을 뜻하는 지질학 전문 용어지만 그의 저서에서는 미국의 계층간 소득 불균형 심화와 미 정부의 과도한 차입 의존 문제 등을 가리킨다.

그는 이 책에서 대단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트레이더의 보너스 지급을 몇 년간 보류하도록 하고, 미국의 양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국책 은행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해체, 빈곤층 어린이에 대한 교육 복지 확대, 교사 보수 인상, 부가가치세와 탄소세 도입, 금융기관이 보다 충실히 시장원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예금보험을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등을 제언했다.

‘폴트 라인’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현재를 대표하는 석학들의 추천에 힘입어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추천서 1위로 단숨에 뛰어올랐고, 2010년 골드만삭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에 포함됐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와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부터 축하의 글도 받았다.

그의 저서가 학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라잔 교수는 심각한 경제위기의 예방책과 관련된 논의의 장소에서 큰 발언력을 얻게 됐다.

라잔 교수의 영향력은 대표적 비관론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지면을 통해 설전을 벌일 정도도 커졌다.

라잔 교수가 이처럼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저서 때문 만은 아니다.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 침체 덕분이다. 경기 침체는 ‘해수파(saltwater)’와 ‘담수파(freshwater)’로 나뉜 학계의 파벌 싸움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라잔 교수 같은 현실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현재 미 경제학계는 해수파와 담수파 2개로 갈라져있다.

크루그먼으로 대표되는 해수파는 케인즈의 논리를 지향하는 학자들이 주류로 하버드대학과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프린스턴대학 버클리대학 같은 동서부에 위치한 대학이 중심이다.

담수파는 정부 주도의 경제를 중시하는 케인즈학파와 달리 자유시장주의적 성향이 강하며, 카네기멜론대학과 시카고대학, 미네소타대학의 학자들 위주로 구성됐다.

라잔 교수는 원래 담수파였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현실주의 경제학자”라며 “해수파와 담수파 모두 많은 실패를 범해왔다고 생각한다”며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실제로 그는 학문적 분석보다는 빈곤이나 금융기관의 영향력 등이 지닌 문제에 대해 쉴새 없이 제언을 쏟아내고 반영시키고 있다.

라잔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데 상대의 지위 고하를 따지지 않는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시절, 영국의 증세 노선을 둘러싸고 브라운 당시 재무장관과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브라운 전 장관이 폴트 라인에 축하의 글을 쓴 것은 라잔 교수를 그만큼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프린스턴대학의 앨런 블라인더 교수는 “라잔 교수는 굶은 사자들이 우글거리는 동굴에서 춤춘 구약성서의 다니엘과 같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제학계의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했지만 라잔 교수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자평한다.

그는 “폴트 라인에서 세계 경제의 ‘단층(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해결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라잔 교수는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만하면 최근 경험한 혼란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 “방치하면 단층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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