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新인맥 뜬다]끈끈한 팀워크 ‘모피아’ 경제핵심 부처 장악

입력 2011-02-08 11:02 수정 2011-02-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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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新인맥 뜬다]최중경·김성동·김동수 요직 발탁…‘끼리끼리 문화’ 비판도

이명박 정부는 집권 하반기 한국 경제를 ‘모피아’의 손에 맡겼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의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에 조직폭력배를 의미하는 ‘마피아’(Mafia)라는 단어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말 개각에서 연임되는 등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컨트롤 타워의 중심을 잡고 있고,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금융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지식경제부 장관에는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이, 공정거래위원장은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이 각각 차지했다.

모피아가 경제 핵심 부처를 모두 장악한 셈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모피아지만 현 정권 말기 들어‘끈끈한 인맥’이 새롭게 조명받는 이유다.

◇위기관리 능력 탁월…2.5기 경제팀 장악 = 이 대통령이 ‘관치’ 우려에도 경제부처에 모피아를 대거 기용한 것은 현 정부의 필요와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집권 초에는 관료 중에서도 모피아에 강한 반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임기 4년차에 들어선 이 대통령으로서는 강력한 팀워크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조직력’이 필요했던 것.

금융과 세제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며 끈끈한 인맥으로 위기관리에 탁월한 모피아가 적격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었다.

결국 이 대통령도 이들의 관리능력을 인정한 셈이다. 모피아의 ‘인의 장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재경부 1차관을 지낸 김석동 위원장은 ‘해결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현대건설 인수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우리은행 민영화, 저축은행 부실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쌓인 만큼 과감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김석동 위원장이 적임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김 위원장이 핵심 정책담당자였던 점을 들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지도 관심사다.

‘깜짝’ 인사로 평가받고 있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으로 큰 틀에서는 모피아로 분류할 수 있는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다. 김 위원장은 재경부 시절 물가업무를 담당하면서 EPB 출신으로는 드물게 뛰어난 실물감각을 보인 것도 임명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장관은 사실 가장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 장관은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도 않았고, 지경부 관할인 실무경제가 아닌 금융과 외환쪽을 맡았던 관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장관은 ‘최틀러’로 불릴 만큼 강한 고집과 추진력으로 올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힘을 쏟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이 대통령의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관가에서는 보고 있다.

◇64년 세월 이어온 ‘금정’ 계보 = 사실 모피아의 뿌리인 재무부는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탄생했다. 한때 ‘외환위기 주범’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EPB 출신들에게 수장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모피아의 끈끈하고 촘촘한 인맥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몸과 마음에 배어 있는 ‘선배가 잘 나가야 나도 잘 나간다’는 신조(?)처럼 모피아는 지금도 검찰 조직 이상의 결속력을 자랑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1년만 지나면 모피아 출신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피아 계보의 핵심줄기는 뭐니뭐니 해도 ‘금융정책국(과) 라인’이다. 과거 재무부 시절 이재국장까지 포함하는 ‘금정라인’은 대한민국 경제 흐름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1974년 옛 재무부의 이재1과가 금융정책과로 이름을 바꾼 후 첫 과장이자 모피아 사단의 대부 격인 이헌재 전 부총리. 그는 김용환 당시 장관의 방을 안방 드나들 듯이 출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 최측근인 강만수 경제특보와 윤진식 의원 역시 같은 시대 이재국장과 금정과장 출신으로 인의 장막에 들어섰다. 1980년대 말 윤 의원이 금정과장일 당시 주무사무관이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대표)이었으며, 최중경 장관,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 김석동 위원장,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함께 호흡했다.

현 경제 수장인 윤증현 장관과 임종룡 차관 역시 금융정책실장과 금정과장을 지낸 인물이다. 임 차관은 정건용 금정국장 시절 김석동 당시 금감위 국장과 함께 ‘좌(左)석동-우(右)종룡’으로 불리기도 했다.

국제금융통으로 통하는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허경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도 모피아 인맥의 핵심 인물들이다. 금정과 핵심인 통화계장 출신인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종구 의원 등은 정치로 성공한 대표적 모피아다.

이런 인맥 고리가 후배를 위해 자리를 물러나주는 선배는 반드시 다른 자리를 보장해 주는 ‘밀고 당겨주기식’ 인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들의 선후배 챙겨주기와 관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훼손하고, 결국 모든 경제주체가 모피아에 대한 로비에만 신경을 쓰게 돼 경제정책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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