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가족뿐…" 형제·3세 경영 본격화

입력 2010-12-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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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재계 화두

재계 새해의 화두는 형제와 3세를 앞세운 오너 일가의 전진배치다. 두산그룹과 금호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형제의 난’ 을 초래하는 등 실패 사례도 있지만, 가족이 가장 믿을 만 하다는 것을 재확인 시켜주는 재계의 행보다.

SK그룹은 지난 24일 2011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앞서 LG그룹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 최고경영자에 구분무 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앉히며 형제경영에 나섰다.

창업주의 손자를 앞세운 3세경영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부사장과 장녀 이부진 전무가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 시키며 3세 경영 체제의 서막을 알렸다. 대한전선은 고 설원량 회장의 아들인 설윤석 씨가 29세의 나이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형제가 뭉쳤다 =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새로 생긴 부회장단을 이끌게 됐다. 부회장단은 회사 경영에 관한 경험, 지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경영현안을 해결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다.

그룹 측은 부회장단에 대해 계열사별 최고경영자(CEO)의 경영활동을 돕는 최정예 두뇌 집단이자 직접적인 경영활동 외에 후계자 발굴이나 인재양성 등 기업의 핵심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부회장단은 김신배 SK C&C 부회장, 박영호 SK 부회장, 정만원 SK텔레콤 부회장가 최상훈 SK가스 사장, 김용흠 SK에너지 화학CIC사장 등 모두 6명으로 이뤄졌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 부회장단을 신설하면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수장 자리에 앉힌 것은 ‘형제 경영’을 본격화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최재원 부회장은 그룹의 비전과 글로벌 역량 강화 그리고 향후 먹을거리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 등 경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룹 경영보다는 보좌역할이 주된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LG그룹은 구본무-구본준으로 이어지는 형제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스마트폰 대응 실패로 인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위기에 빠진 LG전자를 구해내기 위해선 오너경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구본준 부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3남이자 구본무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구 부회장은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 시절에 삼성전자와 6∼7세대 LCD(액정화면) 사업 설비투자 경쟁을 벌이는 등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잘 알려졌다.

그는 LG상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통 큰 경영과 투자를 통해 취임 첫해 584억원에 그쳤던 LG상사의 영업이익을 지난해 1615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로 끌어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인이 전문경영인보다 과감한 의사결정과 투자를 이끌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3세다 = 올 재계인사의 가장 큰 화두는 3세경영이다. 그 중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이 있다. 지난 3일 단행된 삼성그룹 사장단인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는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씨는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계단 올라서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삼성그룹이 오너 3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사장은 부사장 시절부터 맡았던 최고운영책임자(COO)자리를 계속 담당한다. 전체 총괄 대표이사나 사업부문장을 맡겨 성과에 대한 부담을 주기보다 경영수업을 쌓는 시간을 좀 더 주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이부진 전무의 부사장을 거치지 않은 사장 승진은 다소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사업적 성과에서 보여준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부진 사장은 전무 시절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최근에는 면세점 사업에 주력해 2004년 12.6%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기준 27.8%까지 끌어올렸다. 또 롯데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뷔통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은 삼성의 3세 경영 구도가 굳어지는 분위기에 대해 다소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사장 승진 후 사장단회의에 3주 연속 불참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삼성그룹 뿐 아니라 대한전선의 3세경영도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3일 단행한 대한전선 임원인사에서 29세에 불과한 고(故) 설원량 회장의 장남인 설윤석 씨가 부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 지난 1월 부사장 승진 후 1년 만에 사장을 거치지 않고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설 부회장은 대한전선 창업주인 고 설경동 회장의 손자이자 고 설원량 회장의 아들로 대한전선의 최대주주를 이어받은 3세 경영인. 2004년 대한전선에 입사해 2005년 STS 국내영업팀 과장, 경영전략팀 부장, 2008년 전력사업부문 해외영업그룹 상무, 2009년 경영기획부문 전무, 올해 경영기획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대한전선 측은 “설 신임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확대하고 그동안 경영기획실을 거쳐 구조조정추진본부 등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무구조의 조기안정화와 전선사업의 중장기 전략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이번 인사 의미를 설명했다. 대한전선은 작년 5월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들어간 이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 규모를 낮추는 등 재무구조의 안정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앞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재계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승진하는 등 3세 경영의 선두역할을 맡고 있다. 재계의 이번 인사를 통해 나타난 가족 중심 경영체제가 어떤 성과를 이뤄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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