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바닷속터널(침매터널) 거가대로 베일 벗다"

입력 2010-12-05 13:40 수정 2010-12-0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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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장 침매터널로 부산-거제 40분 주파...9일 준공

바닷길을 국내 최초의 해저 침매터널과 사장교로 연결한 거가대로가 지난 6년간 진행된 공사의 대장정을 마치고 이달 13일께 개통할 예정이다.

거가대로는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연결도로로 총 연장 8204m, 왕복 4차선으로 설계됐다. 건설기간만 72개월이 소요됐으며 총 공사비도 1조9000억원(부가가치세포함)이 투입됐다.

지난 3일 김해공항에서 1시간을 달려 찾아간 거가대로는 9일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타일 붙이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덕도 휴게소를 지나자 마다 곧바로 '가덕해저터널'로 이름 지어진 침매터널 구간이 시작됐다.

터널은 길이 180m, 폭 26.5m, 높이 9.97m짜리 침매함체 18개로 이뤄져 있다. 육상에서 제작한 콘크리트 박스 구조물(침매 함체)을 부력을 이용해 운반한 뒤 물속에 빠뜨려 '지나 조인트'라는 특수 접합 기구를 이용해 연결했다. 일종의 배를 바다에 가라앉혀 바닷속 터널을 만든 셈이다.

터널의 전체 길이는 3.7km로 전 세계의 침매터널 가운데 가장 길다. 가덕해저터널을 들어서자마자의 수심이 10m.

최대 수심은 48m로 전 세계 침매터널 가운데 가장 깊은 곳에 시공됐다. 보기에 여느 터널과 전혀 다를바 없지만 원형터널이 아닌 사각형 터널인 점이 눈에 띠었다. 육상에서는 원형으로 터널을 뚫지만 해저 터널은 육상에서 만들어져 내려오는 특성 탓에 사각으로 만들어졌다는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특히 바닷속에 만든 터널이다 보니 육상터널보다 안전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육상터널보다 더 안전하고 내구성이 강하다. 일반 터널(1.33m)보다 4배 두께 이상의 콘크리트로 외벽을 감싼 데다, 지나 조인트와 유사시 작동하는 오메가 조인트가 접합돼 있어 설계수명이 100년에 이른다.

조봉현 대우건설 현장소장은 "진도 8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돼 있고, 5만t짜리 선박이 가라앉아도 안전할 만큼 튼튼하다"며 "1300도에서 2시간, 1200도에서 4시간을 견딜수 있을 정도로 화재나 폭발에도 강해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말했다.

거가대로 침매터널은 해저지반을 따라 4.7도 정도의 경사가 있다. 일반 차량이 기어를 풀어두면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정도의 경사라고. 바닥은 전혀 흔들림 없이 평평하게 느껴졌다. 거가대로가 침매터널도 만들어진 이유는 인근의 해군부대 때문.

교량으로 건설시 적군의 피폭으로 작전수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량건설 불가를 통보받은 대우건설은 바로 해저터널 연구조사를 통해 침매터널 공법으로 시공에 착수한 것. 가덕도와 저도사이에 침매구간이 워낙 파고가 높은 외해인 탓에 일반적인 침매터널 공법 적용이 힘들었지만, 대우건설은 침매 함체(도로)를 30mm이내로 정밀하게 접합할 수 있도록 하는 특수 크레인 등을 세계최초로 제작해 어려움을 극복해 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침매터널이 다수 시공돼 있지만 거가대로로 특히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침매터널 구간을 빠져나오자 대죽도~증죽도~저도~거제도 등을 잇는 사장교 구간이 눈이 들어온다. 교량 주탑의 높이는 156m. 국내 현존하는 사장교의 주탑 모양이 대부분 'H'자의 직선 형태였다면 거가대교의 주탑은 곡선 다이아몬드 형태다. 사장교 구간중 저도~거제 구간은 국내 최초로 3개의 주탑이 설치됐다.

주탑의 화려한 외관은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치와 어울려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냈다.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사용했다는 대통령 별장과 해군 휴양시설이 있는 '저도'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해군부대가 해저터널 공법을 요구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살이 얼마나 센지 에머랄드 빛 바닷물에 '백파'(하얀파도)들이 곳곳을 수놓고 있었다.

남해의 절경을 만끽하게 해 줄 관광상품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교량 난간을 1.25m로 타교량보다 낮춘 이유도 이 다리를 지나는 관광객들이 천혜의 바다를 그대로 눈에 담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거가대교 공사는 1994년 말 남해고속도로의 교통체증 해소와 부산·경남 광역권의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추진돼 총 2조3천억원(총 공사비 1조9천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거가대교로 인한 비용편익은 이러한 투자비를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부산에서 거제도로 가려면 진해~창원~마산~고성~통영을 거쳐 140km를 달려야 하지만 거가대로를 이용하면 60km면 갈 수 있다. 통행시간도 종전 3시간 30분에서 40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논란이 됐던 통행료는 1만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양보현 대우건설 거가대교시공사업단장인 상무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산업항만 물동량을 원활하게 운송할 수 있게 돼 시간, 물류비용 등 연간 4000억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거제~통영~남해~여수~완도~목포를 잇는 남해안 관광벨트의 핵심 인프라로서 역할도 기대된다. 대우건설은 이번 거가대교의 시공 경험을 향후 해외 교량 수주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양 상무는 "거가대교의 성공적인 건설로 조선, 기계, 정보기술(IT)이 결합한 해저터널의 선진 시공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앞으로 국내외 해저터널 건설 수주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제도-부산 잇는 거가대로(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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