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전 패배 현대차 후폭풍...구겨진 자존심 속죄양 누구?

입력 2010-11-17 11:43 수정 2010-11-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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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경영 우위' 자만...정씨가 충격파 받아 연말 인사태풍 불듯

“회장님은 입찰결과에 대해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이셨다.”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 16일 오전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반응을 전했다. 그러나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는 17일 오전에도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으며, 임직원들 모두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예상치 못했던 ‘역전패’에 충격을 받은 모습 그대로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수능력이나 경영능력 등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던 터여서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에 비해 자금력이 월등한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전을 준비하며 ‘가진 자의 여유’를 누리는 듯 보였다. 현대그룹이 연일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현대건설 인수 명분’을 내세운 광고전을 벌였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감한 반응을 최대한 자제하되 인수결과로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겠다는 속내였다. 그만큼 입찰에 자신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인수전 과정에서도, 결과에서도 현대차는 명백하게 패배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예비협상대상자가 발표된 이후에도 “아직 인수전이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며 여운을 남겼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휘말려 다시금 현대차그룹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담고 있는 듯 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이러한 실낱같은 기대감을 갖기 이전에 당장에 불어닥칠 후폭풍부터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전 패배에 따른 ‘현대차의 후폭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M&A에 실패한 이력이 없다. 기아차와 한보철강을 무리없이 인수하면서 성장세를 지속해 오기도 했다.

때문에 예상치 못한 현대건설 인수전 실패로 인한 낭패감은 상상 이상이라는 게 그룹 내부의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차제에 그룹차원에서 자동차 부문에 주력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제기되는 가 하면 ‘인수전 실패에 따른 책임 떠넘기기’ 양상도 나타나는 등 후폭풍도 일고 있다.

특히 대규모 문책인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그룹 안팎의 전망이다.

“잘한 일은 뚜렷하게 칭찬하되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인사특징을 감안하면 연말인사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시장을 확대하는데 공을 세우고, 러시아 공장의 원활한 시작을 주도한 임원들은 그룹내 주요 요직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반면 도어결함을 포함한 리콜과 전주공장 노사문제와 사망사고 등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 즉각적인 문책 인사를 단행해 왔다.

무엇보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은 그룹 총수의 절대적인 희망사항이었다는 점에서 후폭풍의 범위와 크기는 예상치 못할 정도로 커질 수도 있다.

자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상황도 아니었다. 계열사는 물론 범 현대가의 지원도 뒤따랐다. 모든 면이 유리한 인수전에서 실패함으로써 정몽구 회장의 자존심이 크게 손상됐을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범 현대가의 숙원인 ‘현대’ 명칭을 되찾아 오려던 시도가 무산됐다는 점에서 정씨 일가가 받을 충격파도 클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이 의기소침해진 그룹 분위기를 일신해 다시 출발하기 위해 어떤 처방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다시금 일으켜야할 또 다른 숙제까지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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