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Fund]도대체 가치투자란 무엇인가?

입력 2010-11-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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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펀드매니저 홍진채
주식시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시장을 찾으면서 가치투자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가치투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기법으로 인식되지만 진지한 고민 없이 하는 것은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가치투자란 무엇인가? 주식이란 기업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므로 기업의 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여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보유하는 것이라 한다. 즉 기업의 가치가 주당 만원인데 주가가 오천원이면 오천원에 사서 만원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뜻이다. 상당히 간단하다.

조금만 더 고민을 해보면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계산하는가?', '기업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면 지금의 주가는 왜 가치에서 떨어져 있는가?', '이게 정말 저평가라면 그 저평가는 언제 해소되는가?' 등등의 의문이 이어진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워렌 버핏은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라 부른 적이 없다. '월가의 영웅'으로 유명한 피터 린치 역시 가치투자자의 범주에 포함되기는 그의 책에서는 가치투자라는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워렌 버핏이 스승으로 삼은 필립 피셔는 가치투자자들이 기피하는 '성장주'에 올인한 스타일이었다.

가치투자자로서 유명하다는 이들이 스스로 가치투자자라 한 적이 없으니 이쯤 되면 가치투자라는 용어 자체가 모호해지지 않는가? 해외의 한 언론에서 워렌 버핏이 여전히 가치투자자인가를 분석한 기사를 내놨다. 어떤 기준인지 궁금해서 보았더니 그의 포트폴리오가 벤자민 그레이엄의 책에서 제시한 기준을 얼마나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세상에나 주식은 종교가 아니다. 세상은 변하고 기업도 변하고 주식도 변하니 투자 기법도 변해야 할진데, 과거의 글에만 의존하여 현재의 투자자를 판단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그레이엄의 책이 경전은 아닐지라도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불리는 사람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그가 한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는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서 다음과 같이 투자를 정의하였다.

"투자란 자산의 가치와 사업전망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투자 원금을 지키면서 적절한 수익을 얻으려는 행위를 말하며, 그렇지 못한 행위는 투기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즉 기업의 가치와 기대수익률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매매에 임하라고 했던 것이지, 무엇이 가치투자고 무엇이 가치투자가 아니라고 구분한 것이 아니다.

가치투자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가 '가치투자는 가치주 투자다'라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그의 저서에서 안전한 투자를 위한 몇 가지 기준 (PER, PBR, 유동비율, 부채비율)을 제시하였다.

가치투자라는 것이 유명세를 타자 재무학 교수들이 가치투자의 실효성을 이론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논문을 쓰기 시작했는데 계량적인 검증을 위해서 '가치주'와 '성장주'라는 분류를 만들고 그레이엄의 기준에 맞는 주식을 '가치주'라고 부른 것에서 이러한 오해가 시작되었다. 그레이엄은 소위 '가치주'라는 주식들이 큰 손실을 낼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한 것이지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이 본인의 투자 철학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그레이엄의 시대에는 망하는 기업이 워낙에 많아서 망하지 않을 기업만 골라내더라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은 그걸로는 부족하다. 버핏이 왜 성장주 투자로 유명한 필립 피셔를 스승으로 삼았겠는가? 그러한 필립 피셔의 아들은 왜 자기 아버지를 부정하면서도 뛰어난 투자자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겠는가?

누군가 기준을 제시했다고 그 원칙을 기계적으로 지키려는 것은 광신도와 같은 행위이다. 주식투자는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종합예술이자 기술이다.

성공한 펀드매니저가 있고 그의 투자스타일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 누구도 '이것이 투자의 유일한 정답이다'라고 제시할 수 없다. 홈런왕의 타격폼을 따라한다고 너도나도 홈런을 잘 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누군가 가치투자자인가, 혹은 가치투자자가 아닌가 하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기업을 분석하고 자신만의 투자스타일을 구축해가려는 태도이다. 올해 들어 당 펀드에서는 엔터테인먼트와 조선에 투자하여 꽤 좋은 성과를 거둔 적이 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자라면 경악할 일이다.

그러나 사업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하여 그간 돈을 못 벌던 회사가 돈을 버는 구조로 바뀌게 되어 기업 가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하였고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면 이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는가?

시장은 냉정하다. 어떤 철학을 내세우든 장기간에 걸쳐 고객이 원하는 성과를 돌려주지 못하는 것은 프로로서 자격미달이다. 그간 가치투자자들은 개별 주식에 대해 '이것은 가치투자 주식이고 이것은 아니다' 라고 선을 긋는 오류를 많이 저질러왔다.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도 가치투자가 주요 투자 스타일로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이런 실수를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내놓는다면 가치투자는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전유물로만 남게 될 수도 있다. 주식시장은 약육강식이 너무나 잘 드러나는 곳이다.

가치투자 역시 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스스로의 벽을 깨트릴 용기를 가진 투자자만이 위대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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