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열전]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vs 어윤대 KB금융 회장

입력 2010-11-15 11:00 수정 2010-11-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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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리더십 vs 스펀지 리더십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학교 63학번 동기다. 이 회장은 법대, 어 회장은 경영대 출신이다. 졸업 후 경영대 대학원으로 바로 진학한 어 회장과 달리 이 회장은 한일은행에 입사했다. 어 회장은 학계에서, 이 회장은 금융계에서 각자 이름을 날리다 고려대 총장과 서울시향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공적인 만남을 쌓았다. 이 회장이 금융계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라면 어 회장은 금융과 학계, 문화계를 아우르는 제네럴리스트(Generalist)에 가깝다.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국내 1세대 국제 금융 전문가로 손꼽힌다. 교수시절, 국제금융과 한국외채, 글로벌시대의 금융시스템 등 여러 편을 책을 냈고 초대 국제금융센터 소장, 금융통화운영위원, 한국경영학회장 등 학계와 금융계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7년 FTA 국내대책공동위원장과 2008년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맡으며 경제 정책에 비전을 제시했다.

어윤대 회장은 스펀지 같은 리더다. 여러 조직에 몸담으면서 다양한 문화와 장점을 흡수하고 필요한 곳에 짜내는 기술을 가졌다는 의미다. 어 회장의 친화력은 고려대 총장 시절에도 이미 유명했다. 당시 고대생들은 총장에게 “윤대형, 윤대오빠”라는 별명을 붙였다. 고대 100주년을 앞두고 직접 호주 그리피스대학교와 캐나다 UBC에 파견한 교환학생을 찾아 불고기와 소주로 크게 한턱 쏜 일화는 학생들 사이에 전설이 됐다. 어 회장이 그저 좋은 사람으로만 기억 되는 건 아니다. 그는 고려대를 영국 더 타임스의 ‘세계대학 평가’에서 184위로 올려놨다. 학교 발전기금을 4500억 넘게 모아 최고경영자(CEO)총장으로 인정받는 한편 캠퍼스 담을 허물고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는등 사회 공헌도 함께 했다. 스펀지와 같은 흡수력과 친화력은 맡은 자리마다 성과를 내는 동시에 학계와 금융계, 정계까지 커다란 인맥 풀을 만들어 줬다.

◇글로벌 금융사 도약=“한국을 제대로 알려면 한국 밖에서 봐야 합니다” 어 회장은 교수시절부터 학생들에게 글로벌 마인드, 세계속의 한국을 강조했다. 어 회장이 지난 7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지 반년이 채 되지도 않았지만 국내 금융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많은 이유도 바로 이런 리더십과 글로벌 마인드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는 3주간 7개국 9개 도시 150여 기관투자자와 IR면담을 강행하는 등 글로벌 금융그룹의 시작을 알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 워싱턴과 홍콩, 싱가폴 등 지구 한바퀴에 하당하는 3만7000킬로미터를 돌아다녔다. 특히 이번 G20 기간을 KB금융이 글로벌금융그룹으로 발전하는 시발점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어 회장은 “해외 선진 금융기업 CEO들과의 만남을 통해 KB금융의 네트워크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JP모간 부회장와 만나 글로벌 은행간 합병 및 제휴 등 금융산업등에 관해 논의했다. 장젠칭 ICBC(공상은행) 회장, 페인 BBVA의 프란시스코 곤잘레스 CEO,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회장, 스탠다드차터드의 피터 샌즈 CEO 등을 만났다.

G20가 끝나면 취임 직후부터 진행해 온 전국 지점 방문 일정을 다시 시작 할 예정이다. 지난 8월 전국을 돌며 1200명의 일선 지점장에게 ‘우리는 반드시 해 낼 수 있다’는 ‘캔두스프리트(Can-Do-Spirit)’캠페인의 새로운 ‘성공신화(Success Story)’를 독려해왔다. 직접 책을 고르고 메시지를 담아 선물하는 등 CEO의 관심을 보이며 영업회복은 물론 직원의 사기도 높이고 있다. 뿐만아니라 KB카드의 분사를 진행하고 KB투자증권과 KB선물의 통합도 추진해 업계 최고수준의 서비스와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최근 세계적인 미국의 투자펀드인 ‘프랭클린 리소시스(Franklin Resources Inc.)’그룹은 KB금융그룹 지분을 5.05%로 확대해 KB금융그룹 최대 주주로 등장하였다. 어 회장은 “향후 KB금융그룹은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여 주주, 고객, 임직원,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진정한 글로벌금융스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호사가들은 ‘미다스의 손’을 가졌다고 한다. 그가 맡은 지점에선 항상 1위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남대문지점에 근무할 땐 국내 5500개 지점중에서 여수신 1위를 기록했고 영업부장시절에는 지점수신 1조원을 달성해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일본 동경과 오사카 지점에 근무하던 80년대에는 ‘국제금융발전유공’ 재무부장관상을 두 차례나 받고 영업부장이던 93년에는 ‘수출입유공’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최연소 한일은행 임원을 거쳐 99년 한빛증권(우리투자증권) 사장으로 발탁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잠시 서울시립교향악단으로 눈을 돌렸을 때도 경영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당시 서울시향을 독립법인으로 바꾸고 정명훈씨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면서 경영과 공연을 분리했다. 대표로 취임하기 전 2만명에 불과했던 관람객은 2007년에는 16만명으로 무려 8배나 늘었고 자체 수입도 33억원으로 24배 증가했다.

2008년 이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복귀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함으로써 다시 한번 ‘미다스의 손’의 존재감을 재차 확인시켜 줬다. 그는 2008년 9월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그룹 경영을 본격적인‘위기관리체제’로 전환하고 매주 시장상황과 자금조달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은행, 증권, 자산운용, 파이낸셜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CEO 비상대책회의’를 설치하고 위기 대응과 관련한 주요 이슈 공유 및 그룹 차원의 체계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2009년부터는 2만6000여명의 직원 하나하나에게 개인(one)의 창의적 사고와 자발적 참여(do)를 촉구하는 ‘원두(OneDo) 경영혁신’을 새롭게 선보이며 우리금융그룹의 체질 개선을 시도해왔다. 2009년과 2010년 그룹 당기순이익이 2년 연속 1조원이상을 달성하는 원동력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은행의 국외 현지법인과 지점이 현재 45곳 정도 되는데 손실을 보는 곳은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정화 됐다. 미국에서는 한미은행을 인수를 추진중이며 브라질을 필두로 남미 현지법인과 인도 법인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 자산총액 1위의 금융기업을 뛰어넘어 ‘우리은행의 대형화’를 가장 이루고 싶은 소망으로 꼽았다.

◇신뢰의 리더십=이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 9월말부터 총 11차례에 걸쳐 꾸준히 자사주 3만8000주를 사들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두바이 사태, 남유럽발 재정 위기,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등 주로 비상상황 때마다 자사주를 사들였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회사 가치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주주들에게 주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우리금융 관계자는 설명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경제학 토크쇼’라는 책을 발간했다. 40년 가까이 금융업계에 종사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금리, 주식, 환율, 부동산 등 시장 가격 형성의 원리를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자산운용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본인 나름대로 기초 원론지식을 정확하게 잘 정리해야 한다. 최종 판단은 본인 몫이기 때문이다”라며 투자에 앞서 경제 기본 지식이 필요한 이유도 설명한다.

이 회장은 우리은행 매각과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후에는 은행의 사회적책임을 제대로 한번 실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미소금융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포부가 있다. 명예퇴직자, 청년실업자, 부도 맞은 사업가, 새터민 등 조금만 도움의 손길을 받으면 자립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소외계층금융’을 향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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