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여풍당당] ⑥ 부드러운 카리스마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

입력 2010-11-09 13:37 수정 2010-11-1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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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의 '조용한 경영'이 여의도에 화제다. 실제로 이 회장은 취임이후 몇몇 언론사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노출을 극도로 삼가하고 있고 공식 일정 역시 대외비인 경우가 많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신증권-토마토 여자골프 마스터즈를 개최하는 등 스포츠를 통해 대외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04년 여의도 증권가에 첫 여성 경영인 등장하자 놀라움과 관심의 시선이 대신증권으로 몰렸다. 일선에서 경영 수업을 꾸준히 받아온 준비된 회장보다는 깜짝 승계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어룡 회장은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 양회문 회장의 유언으로 대신증권을 이어받았다.

당시 아들은 20대 초반의 대학생에 불과했고 증권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며 통폐합이 이뤄지던 치열한 생존 경쟁에 놓여 있던 상황이었다. 낯선 여의도에 무작정 오는 게 두려웠다고 회고한 이 회장은 취임 후 몇 개월간은 회장실에서 공부만 했다고 한다. 특히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대신증권의 전통과 명예를 지키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해 경영인으로서 의지를 내비쳤다.

게다가 이 회장의 시아버지이자 창업자인 양재봉 명예회장의 지지는 이 회장의 입지를 단단하게 지켜준다는 평가가 많다. 이 회장은 대표이사인 노정남 사장이 있지만 중요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 양회문 회장과 이어룡 회장은 현재 정연, 홍석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장남이자 대신증권 최대주주인 양홍석 씨는 2010년 대표이사 겸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만이다. 양홍석씨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신증권에 입사했다. 서울 각 지점과 본사, 대신경제연구소, 대신투신운용에서 증권 실무 경험을 쌓으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의 장녀 양정연 씨 역시 대신증권 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미시간대 MBA를 졸업한 뒤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베어링포인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현재 동경사무소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전국 110개 영업점을 일일이 방문해 직원들과 대면하고 영업점의 리모델링을 추진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은 ‘디테일의 미학’에 가깝다. 예를 들어 영업점을 건물 1층으로 모두 옮겨 접근성과 홍보효과를 높이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전 직원의 금연을 위해 직접 편지를 쓰는 한편 대신증권 본사 지하에 트러스트 큐브라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체력단련실과 모유수유실, 야외카페와 식당 등을 마련해 사원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노력을 보였다.

여성 CEO에 대한 관심이 호기심에서 인정으로 바뀔 즈음 여성지점장을 발탁해 기용하면서 또 한번의 도전과 성공을 이루기도 했다. 2004년 강남지점에 최초 여성지점장을, 이어 강남역, 신촌, 논현역, 염창등 주요 지점 8군데에 여성지점장을 발령냈다.

지난해 대신증권은 창사이래 처음으로 48년간 이어오던 CI를 대대적으로 변경하면서 기업 이미지 혁신 에 박차를 가했다. '금융을 통해 고객과 상생하고 성장과 발전의 선순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 담아 초록색이 파랑색으로 변하는 5단계를 모던하게 표현했다. 상생과 신뢰의 큰 경영철학에 항상 고객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 회장은 해외 금융기관과 제휴해 선진 금융체계를 갖추려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취임 후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캄보디아 등 5개 국가의 8개 금융기관과 전략적 업무 제 휴관계를 맺고 2008년부터는 상해와 홍콩 등지에 현지 사무소와 법인을 설립했다. 투자은행(IB)업무 중심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키워 업계에서 손꼽히던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함이다.

시아버지이자 대신증권 창업주인 양재봉 명예회장이 이 회장에게 당부한 한가지는 "항상 직원을 사랑하라"는 점이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은 생각도 않는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살 든 죽든 항상 같이 가는거라는 뜻을 밝혔다. 12년 연속 배당을 쉬지 않고 하고 있는 것도 주주에 대한 보답이자 상생의 경영철학을 실천한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회장의 부드러운 경영마인드와 당찬 추진력이 점점 성장 가속도를 내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평소 골프를 즐긴다는 이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신증권-토마토 여자골프 마스터즈를 개최하고 올 초 아마추어 스크린 골프대회를 시도하는 등 스포츠를 통한 스킨십도 보여준다. 골프는 대화와 운동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스포츠고, 오랜 시간 편하게 고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가끔 필드로 나간다고 한다. 이어룡 회장의 골프 스코어는 90대지만 싱글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려 라운드를 돌기 때문에 필드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라는 것이 지인들의 전언이다. 술을 못하는 이 회장은 골프를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고 있다.

이 회장은 “골프는 배려의 스포츠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배려 정신을 회사 경영에 접목시켜 고객을 배려하고 직원을 배려하는 정책을 펼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이회장은 남편인 양회문회장이 작고한 뒤 뒤늦게 경영에 입문했지만 경영에 대한 학구열은 그 누구 못지 않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2006년에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고, 일본어, 영어 등 어학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새벽수업도 마다 않는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또 늘 책을 가까이에 두고 다독(多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주변 지인들과 만든 독서클럽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본인의 학구열은 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돼 직원들의 교육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인 대신아카데미를 도입해 직원교육을 지원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도입한 바 있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남성중심의 증권사 기업문화를 부드럽고 섬세하게 변화시켜 신뢰감 넘치는 금융회사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사람들의 이회장에 대한 공통된 전언이다.

※이어룡 회장은 누구

이어룡 회장은 1953년 충청북도 괴산에서 태어나 1976년 상명여대 사범대를 졸업했다. 고 양희문 대신증권 회장과 결혼한 후 대신경제연구소 비상근 이사로 재직했으며 2004년부터 대신증권 회장을 맡아 인화를 바탕으로 한 감성경영으로 증권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고 경영자과정을 수료한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지난 2009년 자랑스러운 원우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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