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플러스-킴스클럽마트, 이상한 M&A

입력 2010-07-13 16:03 수정 2010-07-1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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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인수합병(M&A)의 철칙은 보안이다. 최종 도장을 찍기 전까지 비밀을 유지하는 것은 관례이자 상식이다.

하지만 최근 유통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홈플러스와 킴스클럽마트 간의 M&A 협상은 M&A의 기본과 상식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

양사간의 M&A는 지난달 초 한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됐다. 가격 등 협상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MOU 체결이 기사화되자 당사자들은 당황했다. 이때부터 이상한 M&A의 전주곡은 시작됐다.

보도 이후 홈플러스 홍보실 관계자는 "MOU를 체결한 적이 없습니다. 사실무근입니다"라고 말하고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체결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높은 가격에 매각을 하고 싶은 이랜드측과 되도록 싼 가격에 인수를 하고 싶은 홈플러스의 고도의 심리전이 시작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M&A 진행상황이 이미 세상에 알려진 후 이랜드 측과 합의(?)를 통해 MOU 체결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두 회사의 M&A가 기사화된지 약 한달이 지난 12일 이번에는 M&A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나오자 양측의 홍보책임자들은 또 상반되는 태도로 언론을 상대했다.

이번에도 이랜드는 “무산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진행 중입니다”라고 깨끗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홈플러스는 “아직 확인중입니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번에는 입을 맞추기 힘들었던 것일까. 오히려 양측 홍보책임자들은 취재 중인 기자에게 상대방 기업의 공식입장을 묻는 등 ‘상대방 눈치 살피기’에 급급해 이를 지켜보는 기자는 상호 반응 떠보는 모양새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또 하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MOU 마감시한. 통상 MOU를 체결할 때 협상을 위한 마감시한이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홈플러스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13일이라는 최종시한은 이랜드가 정한 것이지, 우리는 13일이라는 날짜에 대해 모르겠다”며 애매한 답변을 늘어놨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이런 답변 후에 홈플러스는 “무산된 것은 아니다. 13일까지 최종 인수희망 가격을 이랜드그룹 측에 공식 통보할 방침”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두 회사간 M&A가 언론보도에 의해 휩쓸리는 것을 보고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리는 얘기는 킴스클럽마트 인수에 내심 관심이 있는 모 경쟁업체에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냐는 것. 실제 경쟁 업체 고위 임원이 언론사와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소문에 대해 확인은 할 수 없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경쟁업체의 언론플레이로 양사간 협상이 결렬되면 매각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심 킴스클럽마트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던 제3의 기업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킴스클럽 마트를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3의 기업으로 거론되는 곳은 전통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최근 잇따라 M&A를 성공시키고 있어 이같은 시나리오에 더욱 설득력을 얻게 하고 있다.

킴스클럽마트가 이처럼 유통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게 된 것은 기업형 수퍼마켓(SSM)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현재 대형마트 추가 출점은 자금 부담이 크고 SSM 사업확장은 지역상인의 반발이 거세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이미 영업을 하고 있는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하게 되면 SSM 사업을 군소리 없이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현재 SSM 점포(홈플러스 익스프레스) 182개를 갖고 있는데 킴스클럽마트 인수에 성공하면 매장수가 모두 239개로 늘어나 업계 1위인 롯데슈퍼(216개)를 따돌릴 수 있게 된다.

M&A는 고도의 경영전략이다. 하지만 홈플러스와 이랜드 양측간의 협상에는 전략도 없고 전술도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언론보도에 협상이 좌초되고 어부지리로 제 3의 기업이 킴스클럽마트의 새 주인이 되는 건 아닐까. 최종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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