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② 헝가리 너마저...국가 분식회계 사태

입력 2010-06-07 09:42 수정 2010-06-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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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통계조작, 진실인가 거짓인가

(편집자주: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동유럽 주요국인 헝가리의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남유럽 위기가 동유럽으로 전염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4회에 걸쳐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 사태를 다시 짚어보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점검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유럽폭탄 재점화...글로벌증시 어디로

② 헝가리 너마저...국가 분식회계 사태

③ 분열하는 선진국...G20 경제정책 난항

④ 獨 "독자노선 간다"...예산정책 美에 반기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이어 헝가리까지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에 유럽발 재정위기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화근은 헝가리 전 정부의 재정통계 조작 의혹이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오르번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피터 시야르토 대변인은 "전 정권의 통계 조작 때문에 헝가리 경제가 예상보다 매우 심각하고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제통계조작의혹에 관한 조사위원회의 버르거 미하이 국무장관은 “전 정부가 세운 2010년도 예산은 심각한 거짓말과 눈속임이 있었다”며 “올해 헝가리의 재정적자가 GDP의 7.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 전 정부의 재정통계 조작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헝가리 전 정부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에 불과했고 올해는 유럽연합(EU)가 설정한 3.8%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헝가리 중앙은행 역시 자국의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는 등 경제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통계국에 따르면 헝가리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2006년에 9.3%에서 2009년에는 4%로 낮아졌고 이는 역내 다른 국가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그러나 미하이 국무장관은 “헝가리가 재정적자를 GDP 대비 3.8%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전 정권 외에 아무도 없다”며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하이 장관 역시 정확한 재정적자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시장의 우려는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4일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3.16% 급락했고 독일 DAX30 지수는 1.9%, 프랑스 CAC40 지수도 2.86% 떨어졌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는 무려 5.03% 곤두박질쳤다.

직격탄을 맞은 헝가리 증시는 BUX 지수가 3% 급락했고 통화인 포린트는 유로화에 대해 전날보다 2.8% 하락한 유로당 286.71포린트로 4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헝가리 국채 보증비용을 나타내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스프레드는 69bp(베이시스 포인트, 1bp=0.01%) 상승해 391.5bp를 기록했다.

헝가리는 유로 회원국은 아니지만 독일 등 주요국에 대한 외자 의존도가 높아 동구권의 재정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에 기름을 부은 셈. 여기다 그리스의 경우처럼 재정통계가 조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가뜩이나 유럽 재정위기로 예민해 있는 투자자들을 자극한 것이다.

헝가리의 경제통계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주요 인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는 “헝가리 새 정부의 발언에 놀랐다”고 밝히는 한편 EU 집행위원회(EC)의 올리 렌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헝가리가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는 과장된 것”이라며 “헝가리 재정상황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하이 장관은 비난을 면치 못했다. 헝가리통신은 “미하이 장관의 발언은 경솔했다”며 “지금처럼 긴박한 상황에서는 스스로의 메시지와 경제상태에 대한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비관론자인 뉴욕대학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디폴트에 대해 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판행렬에 동참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오르번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4일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하고 재정통계 조작 여부를 수사하도록 지시, 3일 안에 재정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내각회의에서는 개인소득에 대한 16%의 일괄 과세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헝가리의 소득세는 연수입 500만포린트(약 2500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32%, 그 이외에 대해서는 17%를 징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헝가리 재정통계 조작 가능성이 진실게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건은 재정적자 규모를 키웠느냐 줄였느냐 하는 점이다.

루비니 교수는 “헝가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긴축정책에 대한 각오를 촉구하기 위해 자국의 재정문제를 과장했을 수도 있다”며 미하이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융커 국무총리는 프랑스 국제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헝가리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역시 지난 2008년 헝가리가 IMF와 세계은행으로부터 2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약속 받은 점에 주목해 "헝가리의 위기 관리 능력은 뛰어나다”며 디폴트 가능성을 부정했다.

무디스의 크리스틴 린도우 수석 부사장은 이같이 주장하며 "헝가리는 제2의 그리스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무디스는 지난해 3월 헝가리의 국가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하향했다. 이는 투기등급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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