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박씨 형제, 향후 경영권 확보 누가 유리하나?

입력 2010-02-10 18:21 수정 2010-02-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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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실제 경영권 보장은 타이어 하나 뿐… 노사 갈등 잠재우고 재기 발판 삼을 듯

채권단과 금호그룹 오너일가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의 분리경영을 결정하면서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 형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금호타이어 노조가 사측의 구조조정안과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을 위한 동의서 제출 요구를 모두 거부, 구조조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쥔 박삼구 명예회장이 관심의 대상이다.

박 명예회장의 경우 사실상 그룹 계열사중 워크아웃 기업인 금호타이어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타이어가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먼저 경영정상화를 이룬다면 박 명예회장의 재기의 발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그룹 관계자는“박 명예회장은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에 힘을 쏟게 될 것”이라며“타이어를 빠른 시간 안에 정상화 시켜야 향후 금호산업 등의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금 체불을 감내하면서까지 채권단 및 사측의 구조조정안을 거부하고 오너일가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경영복귀를 앞두고 있는 박 명예회장에게 큰 부담이다.

◆ 박 명예회장에 금호타이어만 경영권 보장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 등 오너일가와 채권단은 지난 8일 금호그룹 계열사를 분리경영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 측은 최대주주로 있는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화학 계열사를 책임 경영하게 된다.

박 명예회장은 금호타이어의 경영을 맡고 금호산업은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공동 경영하게 된다. 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은 향후 채권단의 조정을 통해 경영주체를 결정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작년 말 금호석화에 넘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다시 금호산업으로 환원시키는 방안을 협의 중이어서 화학 계열을 제외한 계열사를 박 명예회장측이 장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당초 알려진 바와 달리 박 명예회장에게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 채권단이 관리하게 되는 3개 알짜 기업은 시장 매각 가능성이 더 점쳐지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원래 타이어와 금호석화에 대해서만 경영권을 보장했고 금호산업은 어차피 채권단과 대우건설 FI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경영권은 물론 소유권도 채권단 쪽으로 넘어오게 돼 있다”며“경영 정상화 이후 시장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 매각을 할 경우 박삼구 회장에게도 기회는 오겠지만 그 정도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금호석화 지분 29.04%를 갖고 있는 박찬구 전 회장 부자와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 쪽은 경영정상화 이후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박 명예회장은 금호타이어의 소유권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 노조 협조 절대적…설득 카드 내놓나

박 명예회장이 그룹 명예회장으로서의 '명예'를 되찾는 첫 걸음은 금호타이어의 노사 갈등을 봉합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현재 채권단이 긴급자금 투입을 위해 요구한 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앞서 채권단은 9일 금호타이어에 신규 긴급자금 1000억원을 지원하고, 3000만달러 규모의 신용장 한도를 새로 열어주기로 하면서 노조의 동의서를 요구했다.

동의서에 들어갈 내용에는 워크아웃 기간동안 노동쟁의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노조는 동의서 내용이 노동 3권에 위배된다고 버티고 있다.

또 최근 사측이 1377명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 30% 삭감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경영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10일 오전 광주 공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영책임을 조합원에게 전가하는 정리해고 철회 ▲채권단의 조건 없는 운영자금 투입 및 체불임금 지급 ▲노조 말상정책 중단 등의 수용을 요구했다.

노조는 특히 경영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오너일가의 경영복귀에 대해 날선 비난을 가하고 있다. 노조는“지난 2년간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동자의 노력에도 워크아웃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경영진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여론이 불리해지자 사재출연 확약서를 작성하고 경영에 복귀한 오너들이 과연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인지 환멸스럽다”며 오너일가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기존 구조조정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고, 채권단 역시 동의서 없이는 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금호산업과 달리 타이어 워크아웃은 비효율적인 생산체계와 경쟁사에 비해 높은 임금 등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이런 모순을 바로잡지 않으면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 역시“워크아웃 기업에 자금지원을 할 때 노조 동의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금지원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사와 채권단의 이 같은 팽팽한 대립 속에서 가장 속 타는 이는 박 명예회장일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경영권을 인정받은 박 명예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채권단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노사 갈등으로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박 명예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기로 한만큼 어떤 식으로든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내 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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