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농정통합 17일만에 '독립성 유지'…추미애 넉 달, 정하고 고치기 반복

입력 2026-11-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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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 이틀 만에 손질…가축방역은 AI 발생 뒤에야 '강화' 명시

▲서광범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국민의힘·여주1)과 농업인 단체장들이 4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농정조직 통합 철회와 농정예산 복원을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틀 뒤 농수산생명·축산동물복지 부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안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서광범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국민의힘·여주1)과 농업인 단체장들이 4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농정조직 통합 철회와 농정예산 복원을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틀 뒤 농수산생명·축산동물복지 부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안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경기도가 10월 20일 내놓은 조직개편안은 농수산생명과학국과 축산동물복지국을 '농축수산생명국' 하나로 합치는 내용이었다.

17일 뒤인 11월 6일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두 분야 부서의 '독립성 유지'를 지시하고 수정안 재입법예고를 공식화했다.

농민단체장과 경기도의회 상임위원장이 머리를 민 지 이틀 만이다. 같은날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는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오히려 새롭게 평가를 받아야 되고 우리가 투자해야 될 분야이기도 하다"고 했다.

특히 '불가피한 선택'이라던 산후조리비 중단을 되돌리고, '재정빨대' 발언을 사과하고, 입법예고 기간을 '제대로 잡아보겠다'고 한 데 이은 또 한 번의 방향 수정이다.

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6일 서면브리핑에서 추 지사가 "농수산생명, 축산동물 복지 업무 추진 체제에 대해 각 부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부서 간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행정1·2부지사로 나뉜 지휘체계는 행정2부지사로 일원화하고, 가축전염병 방역체계와 동물복지 정책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도는 "사회연대경제업무 추진체제 강화를 포함한 조직개편 수정안을 이른 시일 내에 재입법예고하고 이후 도의회에 제출 예정"이라고 했다.

△ '농축수산생명국'에서 '독립성 유지'로…2국 존치는 미정

물러선 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독립성 유지'가 현행 농수산생명과학국과 축산동물복지국 2국 체제를 그대로 두겠다는 뜻인지, 통합국 안에서 부서별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뜻인지는 수정안이 나와야 드러난다. 지휘체계를 행정2부지사 아래로 모으는 방향은 유지됐다.

최초 안은 본청을 30개 실·국 151개과에서 25개 실·국 141개 과로 줄이는 민선 9기 첫 조직개편의 핵심축이었다. 도는 유사·중복 기능을 통합해 행정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해왔다.

앞서 서광범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국민의힘·여주1)은 통합 대상인 두 국에 9개 과와 5개 사업소, 정원 446명이 있다며 국장 한 명이 이를 총괄하면 전문성이 약해진다고 주장해 왔다.

△ 성명·기자회견·삭발…17일간 이어진 반발

반발은 입법예고 첫 주부터 쏟아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가 10월21~23일 조합원 577명에게 물은 결과 90% 넘게 개편안에 반대했고, 95.5%는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10월23일에는 100여개 이주·노동·인권단체가 도청 앞에서 이민사회국 폐지 철회를 요구했다.

농정·동물 분야는 더 거셌다. 동물보호단체들은 10월26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복지' 명칭 복원과 예산 복구를 요구했다.

경기도수의사회는 이튿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축산은 농업의 한 분야가 아니라며 2010~2011년 구제역 때 경기도에서만 약 1조 원의 피해가 났던 점을 들어 방역 전문성 강화를 요구했다. 2022년 축산동물복지국을 만든 지 4년 만의 통폐합은 정책 일관성을 해친다고도 했다.

11월4일에는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 소속 15개 농축산단체가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정호 협의회장 등 농업인 단체장들과 서 위원장이 삭발했다. 서 위원장은 그날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통합 철회와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 여당도 야당도… 본회의장서 쏟아진 지적

도의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2일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고, 윤종영 정책위원장은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 조직개편은 명분도 동력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4일에는 여당인 최민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광명2)이 입법예고 기간과 예산심의 일정을 문제 삼았다.

추 지사는 "다 섬세하게 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라고 인정했고, 입법예고 기간에 대해서는 "충분히 도민이 더 자세히 긴 시간 동안 알 수 있도록 제대로 잡아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5일에는 이혜원 경기도의원(국민의힘·양평2)이 여야정협치위원회를 출범시키고도 중요한 예산은 밀실에서 정한다며 '협치의 탈을 쓴 독선'이라고 몰아붙였다.

△ 첫 보완 지시엔 없던 '가축방역'…AI 발생 뒤에야 명시

추 지사의 조직개편 보완 지시는 이번이 두 번째다. 입법예고가 끝난 직후인 10월27일 추 지사는 사회연대경제 추진 체계와 동물복지 정책기획 기능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재입법예고 등 추가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

수의사회가 긴급 기자회견에서 방역 전문성을 앞세운 바로 그날이지만, 가축방역체계는 지시에 담기지 않았다.

상황을 바꾼 건 방역 현장이었다. 4일 연천의 산란계 농장에서 H5N9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추 지사는 방역 강화를 지시하며 "가축전염병 담당 부서의 전문성,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민선9기 조직개편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6일 수정 방향에는 가축전염병 방역체계 강화가 공식적으로 들어갔다. 수의사회가 경고한 지 열흘, 조류인플루엔자가 터진 지 이틀 만이다.

△ '불가피'→복원, '빨대'→사과, '눈속임'→재원대책…넉 달의 궤적

정하고, 반발을 부르고, 고치는 장면은 처음이 아니다. 추 지사는 9월 산후조리비 지원 종료를 두고 페이스북에 "올해 예산은 애초부터 9개월치만 편성돼 있었고 석 달 치 공백을 메울 돈이 남아 있지 않은 가운데 아이들 급식과 장애인·취약계층 지원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폐지 반대 청원에는 나흘 만에 1만6900여명이 동의했다. 도는 추경이 확정되기도 전에 시·군에 신청을 계속 받으라는 공문을 다시 보냈고, 산후조리비 36억원은 10월12일 추경에서 되살아났다.

10월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재정 빨대'라고 표현한 뒤에는 소방관 반발이 이어졌고, 추 지사는 20일 소방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저의 불찰로 또 표현상 그런 잘못된 단어로 인해서 마음에 상처가 컸다면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앞서 8월 5465억 원 규모의 세출구조조정을 담은 감액 추경은 도의회와의 대치 끝에 10월 12일 통과했고, 그 과정에서 보육예산 27억원 등 216억 원이 되살아났다.

재원대책도 같은 궤적을 그렸다. 추 지사는 8월5일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며 민선 8기가 지방채를 발행하고 기금을 끌어쓰며 '눈속임'을 했다고 비판했다. 석 달 뒤인 11월5일 도는 내년 민생예산 재원으로 지방채 발행과 기금 예치금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러서지 않은 것도 있다. 재정 비상 속 12억원대 전세 관사 논란에 추 지사는 4일 본회의에서 "하루 출퇴근에 약 3시간이 걸려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입주했다"고 했다. 8월부터 문제가 된 간부 인사 보류도 조직 개편과 묶인 채 이어지고 있다.

△ "농업은 미래산업"이라던 날…농정예산 30.3% 감액안은 남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6일 경기도청 다산홀에서 열린 제31회 경기도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추 지사는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오히려 새롭게 평가를 받아야 되고 우리가 투자해야 될 분야"라면서도 "예산이 다 빈칸"이라고 했다. (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6일 경기도청 다산홀에서 열린 제31회 경기도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추 지사는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오히려 새롭게 평가를 받아야 되고 우리가 투자해야 될 분야"라면서도 "예산이 다 빈칸"이라고 했다. (경기도)

추 지사는 6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제31회 경기도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김대중 정부에서 김성훈 장관과 함께 당에서 제가 직접 주도해 직불금을 처음으로 입안하고 통과시키는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며 농업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어 "작년에는 4조원을 내다보고 살림살이 규모를 짰는데 1년이 지난 오늘은 1조6000억 가지고 짜고 있다"며 "그러니까 예산이 다 빈칸이다"라고 했다. 그는 "빈칸에 해당되는 분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시는 모습을 마주하면서 저도 무척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조직은 손을 봤지만 돈은 아직이다. 서 위원장이 제시한 2027년도 본예산 2차 조정안에서 농정해양위원회 소관 예산은 올해 1조916억원에서 7614억원으로 3302억원(30.3%) 줄었다.

농어민 기회소득과 가축재해보험 가입 지원, 긴급가축방역비도 감액 대상에 올랐다. 도는 이 수치가 도의회와 사전 협의를 위한 기초안일 뿐 확정 삭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도는 11일 2027년도 본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한다. 농정조직의 최종 모습은 재입법예고할 수정안과 도의회에 낼 조례안에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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