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전환시간 120분→30분…작업시간 75% 단축
연간 수출 공급능력 7억→12억개…71% 확대

5일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농심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책임질 새로운 생산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상 6층, 연면적 4만8178㎡(약 1만4574평) 규모의 녹산 수출전문공장이다. 기존 녹산공장 부지에 들어선 이곳은 농심이 처음으로 수출 물량을 전담하도록 건립한 공장이다.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세계 각국으로 향할 K라면의 생산 전초기지다.
공장의 핵심은 약 180m 길이의 초고속 생산라인이다. 면을 만들고 튀기는 과정부터 포장·검수까지 자동화 설비가 이어진다. 자기장을 활용한 이송 시스템이 제품을 정렬하고, 자율주행로봇(AMR)은 포장재를 운반한다. AI 검사 시스템은 포장 불량과 이물질을 판별한다. 초고속 생산라인에서는 분당 600개 이상의 라면이 생산된다.
가장 큰 특징은 생산 품목을 바꾸는 속도다. 기존 공장에서는 수출 국가나 제품을 변경하는 데 통상 120분이 걸렸지만 녹산공장은 이를 30분으로 75% 단축했다. 국가별로 다른 면과 수프 배합, 포장지, 소비기한 표시 등을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윤열 농심 녹산공장장은 "과거에는 통상 2시간 정도를 두고 작업을 전환했는데 이를 30분으로 줄이면 그만큼 생산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배합수를 미리 만들어 놓고 여유 탱크와 자동 세척 설비를 도입해 생산하면서 다음 작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는 인력을 줄이기보다 현장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심은 우선 봉지면 2개와 용기면 1개 등 3개 라인을 가동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5억 개로, 향후 최대 8개 라인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녹산공장 가동으로 국내 연간 수출 공급능력은 기존 7억 개에서 12억 개로 약 71% 늘어난다. 국내외 10개 공장을 합친 글로벌 생산능력은 연간 최대 62억 개에 달한다. 세계 인구 약 83억 명을 기준으로 10명 중 7명에게 라면 한 개씩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녹산공장은 농심의 글로벌 제품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기존 신라면 중심의 국물라면에서 신라면 툼바·로제 등 볶음면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유럽·일본·호주를 넘어 인도·중동·동남아 등 신흥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신라면 툼바는 2024년 11월 출시 이후 올해 9월까지 해외에서만 1억4700만 개가 팔렸다. 올해 1~9월 판매량은 8800만 개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넘어섰다. 농심은 내년 1분기 새로운 볶음면 제품 출시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과제다. 지 부문장은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많이 반성하면서 개선할 부분을 찾고 있다"며 "잘하고 있는 경쟁사의 사례도 벤치마킹하면서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소비자 마케팅과 판매·유통을 확대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심은 녹산 수출전문공장을 발판 삼아 2030년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 전사 매출 7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국가별 수요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해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신제품은 글로벌 시장에 공통적으로 출시하는 제품으로 봐주셔야 한다"며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이미 유통망이 구축된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