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등 토대로 2026년 정부 지정 공공기관 342곳 전수조사
-기관장 인선 지연 기관 총 42곳...기관장 공석에 따른 직무대행 체제만 24곳
-지연 기간 3개월 미만 19곳...절반 이상인 23곳이 3개월 넘도록 후임 기관장 못 구해
-한전KPS는 2년 4개월 넘게 후임 인선 답보

정부 지정 공공기관 42곳이 리더십 공백에 빠졌다. 기관장 선임에 통상 2~3개월이 걸리지만 후임 인선이 지연된 곳 중 절반 이상이 3개월이 넘도록 새 수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분쟁으로 임기 종료 후 2년이 지나도록 직무를 수행하거나 기관장 해임 이후 수개월이 지나서야 후임 공모에 돌입하는 등 비정상적인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국정의 중심축이자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인선 적체가 기관의 경영 안정성은 물론 국정과제 집행을 흔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본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등을 토대로 2026년 정부 지정 공공기관 342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날 기준 기관장 인선이 지연된 곳은 총 42곳(12.28%)으로 확인됐다.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없이 기존 기관장이 계속 근무하는 곳이 18곳, 기관장 공석에 따른 직무대행 체제가 24곳으로 집계됐다. 기관장이 정상적으로 재직하는 곳은 300곳이다.
분야별로는 보건·의료·복지가 9곳 인선적체가 가장 심했다. 다만 경제·금융, 국토·교통, 문화·체육, 에너지·자원·환경, 과학 등 산업 지원과 국가 기반시설 운영,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서비스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걸쳐 있다.
문제는 인선 지연의 장기화다. 지연 기간 3개월 미만은 19곳(45.2%)에 그쳤지만, 절반 이상인 23곳(54.76%)이 3개월 넘도록 후임 기관장을 구하지 못했다.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지연은 12곳, 6개월 이상 1년 미만은 10곳에 달한다. 1년이 넘도록 리더십 부재에 빠진 기관은 한전KPS(867일) 1곳이다. 무려 2년4개월 동안 후임 인선이 지연됐다.
원인은 제각각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사장 임기 종료 후 약 3개월이 지나서야 후임 공모에 나서 기관장을 찾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상임이사 교체가 늦어지면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차질이 빚어져 공석이 반년 넘게 이어졌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첫 공모에서 적격자를 찾지 못해 재공모에 나섰다. 한국전력공사는 후임 사장 후보자들이 취업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인선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간 바 있다. 한전KPS는 기존 후보자의 법적 대응으로 재공모에 제동이 걸렸다. 공모 착수부터 후보 검증과 최종 선임까지 인선 과정 곳곳에서 병목이 발생했다.
인선 파행의 부담은 고스란히 조직에 쌓인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인선 지연의 최대 단점은 회사가 정체된다는 것"이라며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정식 기관장처럼 인사권을 행사하기 어려워 승진과 부서 이동 등 업무순환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관장이 보신주의에 갇히면서 적극적인 경영보다는 경영평가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기관장 인선이 전반적으로 마비된 건 아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정경제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9월 말까지 임명된 공기업·준정부기관장은 37명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같은 기간(30명)보다 23.3% 많다. 다만 법적다툼, 해임, 구조적 병목 등이 더해지면서 장기 공백까지 해소하진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가에서도 "기존 기관장의 임기가 정권 교체 이후 얼마나 빨리 도래했느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귀뜀했다.
공공기관장 인선은 교체기마다 보은 및 낙하산, 알박기, 전정권 기관장에 대한 사퇴압박 등의 논란이 반복된다. 여기다 현행 인선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해져 인선 지연이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적 해법 역시 답보 상태다. 국회에는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권 교체에 맞춰 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에 따라 기관장을 일괄 교체하는 방식이 오히려 인사의 정치적 종속성을 높이고 경영 자율성과 운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인사 공백을 줄이면서 공공기관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