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반려인 1500만’ 걸맞은 관리체계 갖출 때

입력 2026-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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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등 급증에도 환경대책 없어
미국 등선 수거후 퇴비화 제도추진
국가 통계에 포함 실태파악 시급해

우리나라 반려견 양육 인구가 15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려견 관련 폐기물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폐기물은 제대로 정량화되지 않아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필자 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반려견 폐기물의 전국 단위 흐름을 추적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 2023년 기준 연간 약 54만t(톤)의 반려견 배설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견 한 마리당 연간 157kg꼴로, 사람 몸무게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이 배설물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종량제 봉투로 버려지는 양이 57.5%인 31만t, 야외 토양과 수계로 그대로 남는 양이 30.2%인 16만t, 하수구로 흘러가는 양이 12.3%인 6만6000t으로 추정됐다.

가장 심각한 것은 배변패드의 사용 통계 부재다. 국내 배변패드 사용량은 연간 10억 장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생산업체 대부분이 영세해 판매량 통계조차 산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확한 조사자료는 없으나, 반려동물 가구 602만 가구가 하루 2장씩만 배변패드를 배출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42억 장이 버려진다는 추산이 나온다. 실제로는 중·대형견의 경우 하루 사용량이 5장을 넘을 수 있고, 다견 가구도 적지 않아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배변패드는 고흡수성수지(SAP)를 주원료로 사용해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전량 소각·매립으로 처리된다. 종량제 봉투로 배출되는 반려견 폐기물은 2014년 8만t에서 2023년 31만t으로 10년 만에 약 3.8배 급증했다. 전체 종량제 봉투 폐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에서 3.8%로 뛰었다.

환경 부담은 쓰레기뿐만이 아니다. 야외에 방치된 소변과 수거되지 않은 대변은 연간 질소 2200t, 인 157t을 수계로 흘려보낸다. 호수와 강의 녹조를 유발하는 대표적 영양염류다. 특히 질소 배출의 83%는 공원과 산책로에 남겨진 소변에서 비롯된다. 패드와 배변봉투에 들어간 플라스틱이 소각·매립되면서 연간 4만6000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뉴욕시는 최근 ‘SCOOP법안’을 통과시켜 시 전역 쓰레기통에 무료 배변봉투 디스펜서를 설치하고, 반려견 운동장에서 배설물을 수거해 퇴비화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뉴욕시는 단속보다 인프라 제공과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민간기업 ‘컴포스트 몬트리올’은 반려동물 배설물 수거·퇴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독료를 내는 가정에 전용 수거함과 퇴비 가능한 봉투를 제공하고 주 1회 수거한다.

토론토 등 일부 도시는 이미 시 차원에서 퇴비 수거에 포함하고 있다. 스위스 키아소는 반려견 배설물뿐 아니라 소변까지 물병으로 희석해 정리하도록 의무화하고, 위반 시 최대 180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프랑스 베지에에서는 반려견 DNA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해 배설물 방치자를 식별하고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자체 차원의 시도가 시작됐다. 서울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14개소에 ‘원스톱 반려견 분변수거함’을 도입해 수집·운반·처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수거된 분변은 발효 과정을 거쳐 퇴비로 재활용한다. 인천시는 스마트 배변처리 자판기와 수거함을 공원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일부 지자체에 국한되어 있고,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은 부재한 상황이다.

반려견 배설물은 이제 개인의 위생 문제가 아니라 도시 쓰레기와 수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공공 문제다. 정부는 세 가지 축으로 정책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반려동물 폐기물을 국가 공식 통계에 포함하고 배변패드 사용량·처리경로·야외 배설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기초 데이터 없이는 정책 수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둘째, 배변패드 경량화와 플라스틱 감축을 유도하고 재사용 패드·생분해성 봉투를 보급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 쓰레기 감축 계획에 반려견 배설물 항목을 의무 포함시키고, 공원·산책로에 배변 수거함과 소변 흡수·세척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인의 인식 전환이다. 반려인 1500만 시대, 이제는 강아지와 함께 사는 사회에 걸맞은 시스템을 갖출 때다. 오늘 산책길에서 배변봉투를 한 장 더 챙기고, 집에서는 배변패드 사용량을 하루 한 장이라도 줄이는 작은 결심이 그 시작이다. 이러한 실천과 제도적 뒷받침이 더해질 때, 반려견 폐기물은 ‘보이지 않는 쓰레기 산’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공공 자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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