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민주당이 3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동시 탈환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한미 간 주요 안보 현안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 의회 권력 지형이 야당인 민주당으로 기울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원자력 협정 개정, 핵추진잠수함 사업 등이 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주요 언론들은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이 확실하고 상원 다수당도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임기 후반 의회 권력의 견제는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안보 관련 협의에도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주체이긴 하지만, 의회의 동의와 승인이 필요한 사안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하원 다수를 확보한 민주당은 예산·입법 절차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국정 독주를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2025년 발표한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를 통해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했고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한 관련 요건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와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올해 6월 서울에서 원자력 협정 개정 및 핵잠 건조 관련 첫 실무협의가 열렸지만 후속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심지어 미국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은 올해 초 한국에 핵연료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트럼프에게 보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원잠 협력에 미국 원자력법에 따른 새로운 협정과 의회 심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원자력 협정 개정과 핵잠 도입은 미국 의회의 동의와 승인이 필요한 사안인데 미국 민주당에 비확산론자들이 많고 트럼프만큼 핵 관련해 유연하지 않아 진전이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의회의 견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최고 수뇌부가 '톱다운' 방식으로 전작권 전환을 결정할 가능성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올해 6월 가결한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은 전작권 전환 과정에 대한 미 의회의 감독과 검증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방장관은 2027년 3월 1일부터 2030년까지 매 90일마다 한·미 간 전작권 전환계획 이행 상황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황태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전작권 전환에 신중한 입장”이라며 “요새 미국 정부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전작권 관련해 한국과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고 한국이 일방적으로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까지 한다”고 우려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한 걸 의회가 자동적으로 지지해줄 가능성은 없어졌고 민주당이 견제를 할 것이기 때문에 더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쿠팡 이슈의 경우 미국 의회에서 문제가 됐으니 우리가 압력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미회담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하경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의회 견제 강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대한 의지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임기 후반기의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 정상외교와 행정명령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차원에서 북미 대화의 기회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 위원은 “중간선거 영향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고 트럼프 입장에서는 미중러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라 북미회담의 가치가 그만큼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미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과 협의를 하면서도 의회 권력 지형 변화를 고려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평가다. 황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를 한 축으로, 의회를 다른 한 축으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면서 “근데 우리 정부가 미국 의회 쪽으로 네트워크가 많이 부족한 상태라 그 부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한미동맹 간 갈등 사안을 조기에 정리하고 안정적으로 한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고, 김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을 상대로 ‘올인’ 했는데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만큼 대외정책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테니까 예의주시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