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칩 사도 꽂을 전기가 없네...몸값 뛰는 '맞춤형 칩·전력기기株'

입력 2026-11-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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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데이터센터 전기요금 폭등에 전력 효율 높이는 3D IC 설계 각광
세미파이브·에이직랜드 흑자 기대감 속 전력기기 3사 역대 최대 수주

▲맞춤형 반도체 및 전력기기 주요 종목 4일 종가 현황. (이미지=챗GPT)
▲맞춤형 반도체 및 전력기기 주요 종목 4일 종가 현황. (이미지=챗GPT)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경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반도체 확보'에서 '전력 부족'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수혜주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비싼 엔비디아의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들여도 이를 가동할 발전소와 송배전망이 부족해지자, 빅테크들이 송배전 전력기기를 앞다퉈 확보하는 동시에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AI 연산을 처리하는 '맞춤형 반도체(ASIC)'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병목 현상이 국내 전력기기 업체와 반도체 설계 디자인하우스의 실적과 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5일 BNK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연간 전력 소비량은 2024년 192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649TWh로 6년 만에 약 3.4배 불어나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11.8%를 차지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2~3년이면 짓지만 발전소와 송배전망 건설에는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다 보니 전력 도매·소매 가격도 치솟고 있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PJM의 2025~2026년 인도분 용량 경매 청산 가격은 메가와트데이(MW-day)당 269.92달러로 직전 연도 대비 9배 이상 폭등했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PJM 지역의 올해 1~7월 전기 소매요금 인상률은 12%대로 미국 전국 평균인 6%대의 두 배에 달했다.

전력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AI 시장 중심이 '학습'에서 실생활 서비스인 '추론'으로 넘어가자 ASIC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I가 답을 단어(토큰) 하나씩 만들어내는 추론 과정에서는 연산 성능보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메모리 대역폭과 전력 효율이 속도를 좌우한다.

이에 따라 연산 칩 위에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전력 소모를 줄이고 대역폭을 넓히는 '3차원 집적회로(3D IC)' 기반의 맞춤형 추론 칩 개발이 활발해졌고, 대만 TSMC의 선단공정이 빅테크 물량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글로벌 고객사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국내 디자인하우스(DSP)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들의 수주와 주가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파트너사인 세미파이브는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신규 수주의 75%에 달하는 약 1255억원을 새로 수주한 데 이어 9월 미국 AI 팹리스와 703억원 규모 추론 가속기 설계 계약을 맺었다. 3D IC 개발 레퍼런스까지 확보하며 4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16% 오른 1만1780원에 마감했다.

국내 유일 TSMC 협력사인 에이직랜드 역시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출하 급증에 힘입어 SK하이닉스·파두 등 메모리 고객사향 컨트롤러 양산 매출을 키우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88% 상승한 1만6260원을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전력망 병목을 직접 해결하는 국내 전력기기 3사 역시 역대급 수주와 실적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날 효성중공업은 전 거래일보다 3.96% 오른 20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LS일렉트릭은 0.53% 내린 15만700원, HD현대일렉트릭은 0.11% 내린 43만8500원에 약보합 마감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빅테크 2곳과 3800억원 규모 공급계약 등에 힘입어 3분기 중공업 부문 수주잔고가 18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LS일렉트릭은 북미 단납기 고수익 전력기기 매출 확대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2% 급증한 2335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20% 웃돌았다. HD현대일렉트릭 또한 북미 고수익 물량을 바탕으로 88억4300만달러 규모 역대 최대 수주잔고를 쌓아두고 있다.

다만 관련 업종 내에서도 실제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양산 전환과 비용 관리 여부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경우 올해 2분기 AI·고성능컴퓨팅(HPC)향 개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급증하는 등 대형 개발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12월부터 내년 6월 사이 종료가 집중된 개발 계약들이 실제 반복 발주가 일어나는 양산 공급 계약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실적 회복의 핵심 관건으로 꼽힌다.

김영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DSP의 다음 단계는 양산 매출"이라며 "지금 매출 중심은 1~2년에 걸쳐 진행률대로 인식되는 개발 매출"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이 끝난 턴키 과제는 웨이퍼·패키징·테스트 비용에 마진을 붙인 양산 공급 매출로 이어진다"며 "최선호주로 세미파이브와 에이직랜드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세미파이브는 AI 수요 트렌드에 맞춰 증가하는 3D IC 기대감과 더불어 삼성전자 가동률 상승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동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2026년 사상 최대 수주액을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2027년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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