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입주하고도 16년 동안 토지에 대한 권리를 등기하지 못한 고양특례시 일산 하이파크시티 5159세대에 해결의 길이 열렸다.
1982년 토지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지적 오류가 도시개발사업의 환지처분과 대지권 등기까지 가로막은 가운데,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보상금의 70%를 시가 부담하는 조정안에 서명했다. 책임과 비용을 둘러싼 관계기관의 이견이 합의로 전환되면서 장기간 멈춰있던 행정절차도 다시 추진된다.

3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 오후 고양시 일산서구청에서 정일연 위원장 주재로 덕이구역 도시개발사업 대지권 미등기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민원 현장조정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민경선 고양시장과 김영환 국회의원, 경기도의원과 고양시의원, 한국농어촌공사, 덕이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 주민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관계기관은 중복 등록된 토지의 보상금 산정과 분담, 지적공부 정리, 대지권 등기 정상화를 위한 후속 절차에 합의했다. 민 시장도 조정서에 직접 서명했다.
문제의 발단은 4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산92-32번지 일원은 1982년 토지분할 당시 임야대장 변경 내용이 임야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도시개발 과정에서 한국농어촌공사 소유 구거와 사유지의 지적이 중복 등록되면서 오류가 드러났다.
중복된 구거 부지는 358㎡ 규모로 파악됐다. 구거는 물이 흐르는 도랑 등에 사용되는 토지다.
지적 오류는 단순한 도면 정리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토지 소유관계와 보상, 도시개발사업 청산 문제가 맞물리면서 준공과 환지처분이 지연됐다.
그 결과 2011년부터 입주한 하이파크시티 5159세대는 건물에 거주하면서도 대지권 등기를 마치지 못했다.
대지권은 아파트 등 집합건물의 개별 소유권과 연결되는 토지에 대한 권리다. 등기가 완료되지 않으면서 주민들은 부동산 매매와 주택담보대출, 상속·증여 과정에서 제약을 겪어왔다.
실제 해결 전망이 제시됐던 적도 있다.
2024년 2월 조합과 대주단이 채권·채무 문제를 정리하면서 사업 정상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중복지적과 농어촌공사 소유 토지의 보상 문제가 남아 대지권 등기는 완료되지 못했다.

이번 조정의 핵심은 관계기관 사이에서 풀리지 않았던 보상금 부담 문제를 정리했다는 점이다.
고양시는 지적 오류를 바로잡으려면 토지 소유자인 농어촌공사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농어촌공사는 정당한 보상 없이 지적공부 정정에 협조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개발사업조합 역시 지적 정리와 환지청산, 사업비 문제가 얽혀 있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 합의에서는 농어촌공사와 덕이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이 각각 추천한 감정평가기관 두 곳의 평가액을 산술평균해 보상금을 확정하기로 했다.
확정된 보상금은 고양시가 70%, 조합이 30%를 부담해 농어촌공사에 지급한다.
보상 총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부담 비율에 합의한 것이지 실제 지급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고양시는 과거 지적소관청의 행정상 과실 책임과 장기 소송에 따른 비용, 지연손해금 등 추가 재정 부담을 고려해 조정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민 시장은 취임 이후 관련 부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시는 올해 3월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이 접수된 이후 10차례 넘는 현장점검과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김영환 국회의원도 국토교통부와 지적공부 직권정정 가능성 등을 협의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권익위는 9월 23일 정일연 위원장 주재 현장간담회에서 주민과 관계기관의 입장을 듣고 보상금 산정 기준과 부담 주체, 행정 이행 절차를 조율했다.
주민들이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세 차례 집단민원을 제기한 뒤 약 7개월 만에 최종 조정안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농어촌공사와 고양시는 중복된 지적을 정리하기로 했다.
고양시는 한국국토정보공사 고양시지사와 지적공부 정리를 위한 사전 협의를 마쳤으며, 11월 중 등록사항 정정·말소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고양시와 개발사업조합은 지적 정리 결과를 도시개발사업에 반영하고 환지처분 등 대지권 등기 정상화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조정은 16년간 해결되지 않았던 핵심 쟁점에 합의했다는 의미이며, 5159세대의 대지권 등기가 이미 완료됐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재산권 제약이 해소되려면 감정평가와 보상금 확정·지급, 지적공부 정리, 환지처분 및 등기 절차가 차질 없이 이행돼야 한다.
민경선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6년의 기다림, 덕이구역 대지권 미등기 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습니다"라며 조정 결과를 알렸다.
이어 "오늘 최종 조정안을 통해 중복지적 문제 정리와 보상금의 합리적 산정 및 분담, 대지권 등기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기반을 마련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민 시장은 "이제 중요한 것은 조정안의 신속하고 차질 없는 이행입니다"라며 "고양시도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후속 행정절차를 꼼꼼히 챙기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