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억 충돌 3주 만에 '한배'…추미애·여야, 곳간부터 지킨다

입력 2026-11-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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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민생 지키고 재위탁 점검…운영안은 '추후', 정례회 첫 시험대

"소통의 창구가 전혀 없다." 9월 14일 안광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이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해 던진 공개 비판이다. "꼼수 조정안에 반대한다." 10월 12일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맞섰다.

두 사람이 2일 추 지사,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과 같은 협약서에 이름을 올렸다. 여·야·정 협치위원회다. 첫 약속은 필수 민생예산은 지키고 위탁·재위탁으로 새는 돈은 전면 점검한다는 것이다.

협치위가 넘겨받은 2027년 살림은 채무성 재원을 빼면 1조5000억~1조6500억원. 기금과 지방채를 끌어와도 예년보다 1조원 이상 모자란다는 게 도의 계산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 안광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2일 경기도의회 예담채에서 열린 여·야·정협치위원회 출범식에서 공동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 안광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2일 경기도의회 예담채에서 열린 여·야·정협치위원회 출범식에서 공동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협약식은 이날 도의회 예담채에서 열렸다. 네 사람이 공동의장을 맡고 정례회의는 분기마다, 임시회의는 긴급 현안이 생길 때 연다. 도정 주요 현안과 조례안, 예산안, 정책·전략사업을 미리 협의하고 합의사항이 지켜지는지까지 점검한다. 안건 사전 검토와 쟁점 조율은 실무협의회 몫이다.

갈등의 정점은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에서 여야가 50여개 사업 429억원 복원에 합의했지만, 도는 4개 사업 89억원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10월12일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은 민주당과 도의 막판 협상을 거친 17개 사업 216억원 복원 수정안이었다. 방 대표의원의 '꼼수' 발언은 이 수정안을 겨냥했다.

제안부터 출범까지는 엿새가 걸렸다. 남 의장이 10월27일 협치위 구성을 제안하자 추 지사가 이튿날 화답했다. 추 지사는 협약식에 앞서 남 의장, 고은정·김미숙 부의장과 오찬을 했고 양당 대표의원단을 차례로 만났다.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긴밀한 소통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추 지사는 "경기도의 재정 여건이 매우 어려운데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여야와 경기도가 손잡고 함께 민생을 지켜야 한다"며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필수민생사업 예산을 마련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원은 부족하지만 여야와 도가 머리를 맞대서 예산서에 남아 있는 필수 민생사업의 빈칸을 하나하나 채워갔으면 한다"며 "저부터 의원님들의 말씀을 더 잘 듣고 도정의 어려움도 솔직하게 나누며 지혜를 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남 의장은 "도와 의회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한 배를 탄 사이"라며 내년도 예산부터 협치위에서 풀어가자고 제안했다. 2014년 연정 이후 도와 의회가 협치기구를 운영하며 도정을 공동으로 책임져온 경험을 이어가자는 주문도 덧붙였다.

곳간 사정은 숫자가 말한다. 도에 따르면 그동안 자체 사업에 쓴 가용재원은 채무성 재원을 포함해 연간 3조5000억~4조원, 이를 뺀 실질 규모는 2조~2조5000억원이었다. 2027년에는 이 실질 규모마저 최대 1조원 줄어든다. 들어올 돈도 마땅치 않다. 홍 대변인은 3기 신도시 예상세수가 초기 전문가 전망의 4분의 1에 그친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공공주택 공급대상지가 발표된 만큼 나머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빠르게 해제해 달라는 것이 첫번째 요청"이라고 했다.

첫 손질은 지출의 경계 긋기다. 도와 의회는 생명·안전, 취약계층 복지 등 필수 민생예산은 최대한 지킨다는 원칙을 세웠다. 도의회 제안에 따라 공공기관 위탁·재위탁과 재용역 등 불필요한 예산 요인은 전면 점검한다. 안 대표의원이 재위탁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생기고 정책의 현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자 추 지사가 공감했고, 도와 의회가 개선 방안을 함께 찾기로 했다.

삭감 폭도 변수다. 도는 2027년도 본예산을 앞두고 실국별로 최대 70% 이상을 삭감한 1차 조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도의회에 건넨 사전협의용 기초안이 확정안은 아니며, 개별 사업은 추가 협의와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고 선을 그었다. 안 대표의원은 "민생예산만큼은 여야정이 함께 지켜내야 한다"며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입 기반을 넓히는 일에는 공동 대응을 꺼냈다. 도가 제안한 3대 지방세제 개편안에 대해 도의회와 다른 광역의회가 공동으로 국회에 의견을 내는 방안이다. 지방소비세율 단계적 인상(25.3%→40.3%), 법인세 세수 5%의 광역 이양,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의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 전환이 골자다. 지방의회법 제정과 자치분권 강화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야당은 협력과 견제를 한 문장에 담았다. 방 대표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의힘은 도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엄격히 검증하되, 도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예산과 정책에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지만 강한 야당'으로서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3주 만에 공동의장 자리에 앉은 그는 출범식에서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문제점 파악뿐만 아니라 대안까지 제시해서 서로 협치해나가고 도민의 행복을 위해 애쓰겠다"며 "그런 마음으로 경기도의 재정위기도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직개편은 첫날부터 평행선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이날 30개 실·국을 25개로 줄이는 도의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도는 접수된 의견 약 200건을 검토해 11월 중 개편안을 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추 지사는 10월27일 사회연대경제 추진체계와 동물복지 정책기획 기능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재입법예고 등 추가 행정절차를 밟으라고 주문했다.

비교 잣대는 이미 있다. 2023년 출범 이후 사실상 멈췄던 협치위는 2025년 8월 13일 김동연 전 지사와 김진경 당시 의장, 여야 대표의원의 협약으로 2년 만에 재가동됐다. 위원을 22명에서 14명으로 추린 위원회는 재가동 83일 만인 11월 4일 전체회의에서 5개 분야 4000억원 규모의 협치 예산을 2026년도 본예산에 편성하기로 합의했다. 특별조정교부금 배분도 협치위 중심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번 협치위가 문서로 확정한 것은 4인 공동의장 체제와 분기별 정례회의다. 위원 범위 등 세부 구성과 운영안은 추후 정리해 공개하고, 실무협의는 정무라인과 소통협치관이 중심이 돼 진행한다.

시험대는 곧바로 열린다. 제395회 정례회는 3일 개회해 12월17일까지 45일간 이어진다. 도의회는 4~5일 대집행부 질문, 6~19일 행정사무감사를 거쳐 2027년도 본예산안과 2026년도 제3회 추경안 심사에 들어간다. 본예산안 법정 제출시한은 11월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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