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편입 가능 상품 확대…IRP 한도 완화는 변수

퇴직연금의 ‘나머지 30%’를 겨냥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위험자산 투자 한도와 별개로 담을 수 있는 적격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일부 채권혼합 상장지수펀드(ETF)가 선택지를 넓히면서다. 정부가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연금상품 간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연금용 TDF 설정액은 18조202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7.1% 증가했다. 6월 말 16조9689억원과 비교해도 7.3% 늘었다. 증시 조정 속에서도 투자자가 맡긴 돈은 증가한 셈이다. 채권혼합 ETF도 빠르게 성장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채권혼합형 ETF 순자산은 10조1000억원 늘어 전년 대 2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품 수는 27개에서 47개로 늘었다.
이들 시장이 커진 배경에는 퇴직연금의 투자 한도가 자리한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IRP는 일반적으로 적립금의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적격 TDF와 일부 채권혼합 ETF는 적립금의 100%까지 편입할 수 있다. 주식형 상품으로 위험자산 한도를 채운 뒤에도 나머지 30%를 활용해 추가적인 주식 투자 효과를 얻는 구조다. 예컨대 적립금의 70%를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전액 편입 가능한 주식·채권 50대50 ETF에 배분하면 실질 주식 비중은 약 85%가 된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배분을 맡기려는 수요를 겨냥한다.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주식 등 성장자산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방식이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주요 투자상품이라는 점도 시장 확대를 뒷받침한다. 가입자가 주식·채권 조합을 직접 고르는 채권혼합 ETF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시장 확대는 운용사 간 순위 경쟁으로 이어졌다. 9월 말 TDF 설정액 기준 미래운용이 5조4582억원으로 선두를 지킨 가운데 KB운용은 2조5331억원으로 삼성운용(2조1907억원)을 앞서 2위에 올랐다. 신한운용도 1조9784억원으로 한투운용(1조9568억원)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ETF 시장에서는 조정장 속 혼합형 상품의 비중 확대가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ETF 순자산에서 국내주식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6월 말 48.49%에서 10월 28일 41.2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국내혼합형 비중은 3.25%에서 3.53%로 높아졌다.
향후 변수는 제도 변화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에서 현재 70%인 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한도 상향 폭과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한도 완화가 시행되면 가입자가 일반 주식형 펀드나 ETF를 직접 담을 여력도 커진다.
운용사 관계자는 “퇴직연금에 전액 편입할 수 있다는 제도적 분류가 원금 보장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TDF는 은퇴 목표 연도에 따라 주식 비중이 다르고, 채권혼합 ETF도 특정 종목 집중도와 채권 만기에 따라 손실 위험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